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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 상황은 피했지만…삼성전자·하이닉스 ‘차이나 리스크’ 여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건설 중인 170억 달러(약 21조원) 규모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 공사 현장 사진으로 지난 5월 공개됐다. 연합뉴스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건설 중인 170억 달러(약 21조원) 규모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 공사 현장 사진으로 지난 5월 공개됐다. 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반도체 보조금을 받는 기업에 대한 대(對)중국 투자 제한 방침을 다소 완화하면서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차이나 리스크’가 일정 부분 줄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보조금을 받기 위해 충족해야 하는 다른 세부 조건과 반도체장비 수출 통제에 대한 변수가 남아 있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은 여전히 곤혹스런 상황이다.

미국 상무부는 21일(현지시간) 반도체법 보조금 지원과 관련한 ‘가드레일(안전장치)’ 조항의 세부 규정을 공개했다. 보조금을 받는 경우 10년간 중국 등 해외 우려 국가에서 첨단 반도체 생산 능력을 5%(범용 반도체는 10%) 이내로 확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당초 중국 내 신규 투자가 불가할 것으로 예상했던 것에 비해 다소 여지가 생긴 셈이다.

웨이퍼 투입량 제한…생산량 증가 가능해

생산 능력의 양적 확대를 5% 내로 제한한다는 의미는 공장에서 생산되는 반도체의 양에 한도를 두는 것이 아니라, 투입되는 웨이퍼 수를 제한한다는 뜻이다. 반도체는 원판 모양의 웨이퍼에서 찍어내는 식으로 생산하는데, 공정 기술이 발달할수록 장당 생산되는 반도체 칩의 양은 더 늘어난다.

정부와 반도체 전문가들은 일단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22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에서 “(중국 공장의) 기술 업그레이드와 장비 교체 등 투자에 대해서는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며 “우리 기업이 중국 내 보유 중인 제조설비 운영에 차질이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어 “기술 업그레이드 부분은 우리 정부가 요청해 반영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앞으로 중국에서 반도체를 생산하지 못하는 부정적 상황까지 우려했지만 한국 정부가 미국 상무부와 수차례 미팅을 가지고 협상을 잘 이끌어 낸 것”이라며 “선방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칩스법에 서명하고 있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P

칩스법에 서명하고 있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P

하지만 여전히 한국 반도체 업계가 긴장해야 하는 현안이 남아 있다. 가장 큰 우려는 올해 10월로 한정된 한국의 대중 반도체장비 수출 통제 조치다. 지난해 10월 미국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1년간 한시적으로 중국 공장의 업그레이드에 필요한 장비를 반입할 수 있도록 하는 포괄적 승인을 받았다. 올해 10월이면 이 유예 조치가 만료되기에 7~8월경 재협상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익명을 원한 업계 관계자는 “혹시라도 미국이 이를 계속해서 허용해줄 수 없다고 한다면 중국 내 첨단 장비 설비 투입이 불가능하고, 이는 결국 기술 개발에 대한 제한이 생길 수 있기에 아직은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재 삼성전자는 낸드플래시의 40%를, SK하이닉스는 D램의 40%와 낸드의 20%를 중국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기술 발전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향후 10년간 기술 개발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중국 공장의 실질적인 경제성이 떨어진다.

이와 관련해 미 상무부가 규정한 범용 반도체 기준도 논란거리다. 현재 로직 반도체 28나노미터(㎚·10억 분의 1m), D램 18㎚, 낸드플래시 128단을 범용 반도체 기준으로 정하고 이 이상의 기술에는 추가 투자를 못하도록 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하지만 몇년만 흘러도 이런 수준의 반도체는 시장에서 아무도 찾지 않는 때가 온다”며 “기술 발전 속도에 맞춰서 세부 규정을 바꾸지 않으면 결국 투자 제재와 마찬가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초과이익 공유나 미국 정부의 반도체 시설에 대한 접근 허용 같은 조항도 걸림돌이다. 통상 전문가인 김두식 테크앤트레이드연구원 상임대표(전 법무법인 세종 대표변호사)는 “이는 시장경제에도 반하고 기업 경영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이런 독소 조항이 여전히 우리 기업들에게 상당한 부담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상목 경제수석이 22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미국 정부의 반도체법 가드레일 조항 및 공동주택 공시가격 발표 등과 관련한 현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최상목 경제수석이 22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미국 정부의 반도체법 가드레일 조항 및 공동주택 공시가격 발표 등과 관련한 현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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