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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 돌린 美 반도체법…정부 "中서 설비·기술 확장 가능"

중앙일보

입력

반도체 웨이퍼. 뉴스1

반도체 웨이퍼. 뉴스1

미국 정부가 중국 등에 대한 반도체 투자를 제한하는 반도체지원법 '가드레일 조항'의 세부규정 초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당초 반도체 업계에서 우려했던 것보다 완화된 내용이 담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국내 기업의 중국 내 설비 확장·기술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 최종안 확정 전까지 협의를 계속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21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세부규정에 따르면 미 정부의 반도체 투자 보조금을 받는 기업은 향후 10년간 중국 등 우려 대상국에 있는 첨단 반도체 공장의 생산 능력을 5% 이내로만 확장할 수 있다. 다만 128단 미만 낸드플래시 등 구형(레거시) 반도체는 생산 능력 확장 범위를 10%까지 허용해준다. 중국 기업과의 기술 공동 연구 등은 제한된다. 이를 위반하면 보조금을 환수해야 한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로선 중국에 대한 대규모 투자는 어렵지만, 공장 폐쇄·철수 등 최악의 상황을 피했다. 이번에 나온 세부규정에서 중국 내 생산설비의 기술·공정 업그레이드를 위한 투자, 장비 교체 투자 등에 대한 제한은 두지 않아서다. 5·10% 상한선 내에서 대(對) 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 규정을 지키면 중국 공장 투자를 이어갈 수 있다는 의미다. 산업부 관계자는 "규정을 검토한 결과 국내 기업이 중국에서 운영하는 생산 설비 유지와 부분적 확장은 물론이고 기술 업그레이드도 계속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향후 기업들이 중국 내에서 추가적인 반도체 생산 확대도 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기술이 향상되면 집적도 증가를 통해 웨이퍼당 칩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세부규정 발표 전까지 한·미 양국은 꾸준한 협의를 진행해왔다. 지난해 8월 미국 반도체지원법이 발효된 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을 비롯한 고위급부터 실무진까지 가드레일 조항 등을 두고 의견을 교환했다. 산업부는 이번 규정 공개 전 미국 정부로부터 주요 내용에 대한 브리핑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규정 초안은 60일간 의견수렴을 거친 뒤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미 정부와 기업 간 협약, 보조금 지급 절차 등을 거쳐 올 하반기부터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산업부는 "업계와 소통하면서 국내 기업의 관심 사안을 두고 미국 측과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3일 방한하는 미국 정부의 반도체지원법 담당 실무진과도 만날 예정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측은 "미국 정부의 발표 내용을 검토해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산업부는 반도체 산업의 글로벌 여건이 점차 어려워지는 만큼 국내 기반 강화에도 힘쓰기로 했다. 지난 15일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발표된 세계 최대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경기 용인) 조성 계획 등을 꾸준히 추진하고, 연구개발(R&D)·인력 지원 등 국내 시스템반도체 생태계도 키운다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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