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0일(현지시간) "한국 성인 중 16%가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를 위한 계좌를 갖고 있다는 것이 내 골칫거리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날 국제결제은행(BIS) 주최로 스위스 바젤에서 열린 '이노베이션 서밋' 토론회에 패널로 참석해 한국의 가상자산 현황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이날 토론회는 '국가별 CBDC(중앙은행 발행 디지털화폐) 도입추진 경험과 계획'을 주제로 진행됐다.
이 총재는 "한국은 가상자산 거래가 잘 발달돼 있고 디지털화가 높은 수준으로 진행된 국가 중 하나"라며 "비트코인 거래도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로 거래되는 나라로, 전체 거래 화폐의 50% 이상이 한국 화폐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상자산에 대한 의견은 다양하다"며 "일부는 가상자산이 완전 속임수이며 금지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반면 젊은 세대들은 CBDC가 암호화 기술과 다른 디지털기술을 개발하는 데 좋은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고 했다.
이 총재는 또 "한국에서는 이미 자산 토큰화가 진행 중이고 수요도 많다"며 "화폐의 토큰화도 고려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은행이 2년 동안 파일럿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한국의 경우 신속 자금이체 시스템이 발달돼 소매용 CBDC 도입의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BIS와 함께 도매용 CBDC를 기반으로 토큰화 관련 인프라를 구축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CBDC 관련 이해 관계자에 대한 질문에는 "한국의 IT 기업들은 한은의 거액·소액결제시스템에 참가시켜달라고 요구하고 있다"며 "빅 테크(대형IT기업)가 지급결제 시스템에 참가할 경우 신규 CBDC 플랫폼을 통해 '제로 리스크' 원칙이 준수될 수 있는지 점검해봐야 한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