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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 떠안은 UBS에도 경고등…S&P “인수과정 위험 예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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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UBS가 크레디트스위스(CS) 인수를 실행하는 과정에서 위험이 예상된다.”

세계적인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스위스 최대 은행인 UBS의 신용 전망을 하향 조정하면서 이렇게 평가했다. UBS의 CS 인수 과정에서, 드러나지 않은 CS의 손실이 UBS 재무건전성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등 향후 인수 과정이 순탄치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S&P는 20일(현지시간) UBS의 신용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UBS의 CS 인수는 ‘금융 명가’에서 글로벌 경제의 뇌관으로 전락한 CS의 위험 요인도 껴안고 간다는 것을 의미해서다. S&P는 “UBS가 CS 인수에 따른 구조조정이나 소송 비용 등으로 인해 재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신용등급은 기존 장기 ‘A-’, 단기 ‘A-2’를 유지했다.

앞서 UBS는 지난 19일 스위스 2위 규모 은행인 CS를 30억 스위스프랑(32억 달러·약 4조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인수가는 CS의 시가총액(17일 기준 74억 스위스프랑·약 10조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위기 확산을 막으려는 스위스 금융당국 주도로 UBS는 경쟁자를 헐값에 사들여 결과적으로 규모를 키우게 됐다. 투자 규모는 기존 3조4000억 달러(약 4500조원)에서 5조 달러(약 6500조원) 규모로 불어나게 된다. UBS는 “두 은행을 합치면서 5조 달러 이상의 총 투자 자산과 비즈니스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는 글로벌 자산 관리기업으로서의 입지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인수가 UBS에 장기적으론 호재지만, 당장은 불확실성이 클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스위스 자산운용사 ‘본토벨(Vontobel)’의 안드레아스 벤디티 애널리스트는 “이번 인수는 거래 성사가 빠르게 마무리돼야 하는 특성상 UBS가 CS의 파생상품 포트폴리오 등 자산에 대한 심층적인 실사를 진행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CS내의 위험 자산을 줄이는 것이 UBS의 가장 큰 도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스위스 금융당국이 160억 스위스프랑(약 22조5000억원) 규모의 CS 발행 신종자본증권(AT1)을 모두 상각 처리한 데 따른 후폭풍도 이어지고 있다. 해당 채권의 가치가 ‘0’이 되는 것인데, 다른 AT1까지 위험채권으로 전락하면서 ‘본드런(연쇄 채권 매도)’ 가능성마저 제기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글로벌 AT1 규모는 2750억 달러(약 360조원)에 육박한다.

아르비온투자그룹의 마크로 팹스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로이터에 “AT1은 훨씬 더 문제가 많은 자산 등급이 됐다”며 “현재 중대한 신뢰 위기를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사태로 한 푼도 건지지 못하게 된 AT1 투자자들이 소송 채비에 나섰다는 보도가 나왔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 로펌 ‘퀸 이매뉴얼 어콰트 앤드 설리번’은 CS AT1 보유자와 스위스·미국·영국 변호사들이 AT1 가치가 전액 상각 처리된 것과 관련한 법적 조치에 대해 논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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