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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계 탄소감축 목표 3%P 낮춰…“실현 가능성에 초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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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윤석열 정부의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이행 청사진이 나왔다. 우선 마감이 7년 앞으로 다가온 2030년 NDC는 이전 문재인 정부의 목표치(2018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 40% 감축)를 계승하되 부문별로 온실가스 배출 목표치를 조정하기로 했다. 특히 산업 부문의 배출량 허용치는 기존보다 늘리고, 국제 감축 등으로 추가된 배출량을 상쇄하겠다는 방침이어서 환경단체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국무조정실 산하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이하 탄녹위)는 21일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기존 2030 NDC 대비 산업계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낮췄다. 기존 목표대로라면 산업계는 2030년에 온실가스를 2억2260만tCO²e 이내에서 배출해야 하지만, 수정된 목표에 따르면 2억3070만tCO²e까지 배출할 수 있다. 이는 2018년 대비 감축률이 14.5%에서 11.4%로 3%포인트가량 준 것이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대신 정부는 에너지 전환 부문에서 석탄화력발전 대신 원자력 발전과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더 늘려 기존 배출량 목표치(1억4990만tCO²e)보다 목표 배출량(1억4590만tCO²e)을 줄였다. 원전 발전 비중은 2021년 기준 27.4%에서 2030년 32.4%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2021년 7.5%에서 2030년 21.6% 이상으로 전환한다. 이와 관련해 탄녹위가 “합리적인 에너지 요금체계를 마련해 수요 효율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만큼 전기세 가격 변동도 예상된다.

또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하기 위해 CCUS(탄소포집·저장·이용) 기술을 통한 배출량 감축 목표치를 기존 1030만tCO²e에서 1120만tCO²e로 늘리고 국제 감축 부문 목표치도 기존 3350만tCO²e에서 3750만tCO²e로 올렸다.

탄녹위는 이번 정부안에 대한 공청회(22일)를 거쳐 탄소중립·녹색성장 관련 최상위 법정 계획(2023~2042)을 수립할 예정이다. 김상협 탄녹위 민간 공동위원장은 “이전 정부의 ‘2030 NDC’는 제조업 중심 한국 실정에 비춰 봤을 때 대단히 도전적”이라며 “윤석열 정부는 달성하기 어려운 이 목표를 계승하는 동시에 실제로 목표를 이행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부문별 목표치 조정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환경단체들은 산업계의 부담을 줄여주는 대신 CCUS와 국제감축분 확대 같은 불확실한 수단을 늘리는 등 정부의 대응이 안이하다고 비판했다. 목표분을 2030년도에 몰아서 적용해 다음 정부에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녹색연합은 “향후 10년이 지구의 미래에 중요한 시점에 정부의 대응은 시간을 허비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산업계가 져야 할 책임을 불확실한 수단과 방식으로 미래에 전가했다”고 비판했다.

당장 ‘RE100’(사용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기업들의 국제적 약속) 시행과 유럽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장벽 앞에 놓인 기업들에게 오히려 탄소배출 목표치를 높여준 게 경쟁력 측면에서도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국제 사회에서 글로벌 기업들의 탄소 저감 경쟁이 심화하고 있는데 오히려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하는 쪽으로 잘못된 시그널을 준다는 점과 현 정부의 감축분이 너무 적고 2028년부터 감축분이 굉장히 늘어난다는 점이 매우 우려스럽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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