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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정부 탄소중립 청사진…산업계 부담 줄이고 국제감축 늘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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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협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민간위원장이 21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 관련 국무조정실, 기획재정부, 환경부, 국토교통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김상협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민간위원장이 21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 관련 국무조정실, 기획재정부, 환경부, 국토교통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윤석열 정부의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이행 청사진이 나왔다. 우선 마감이 7년 앞으로 다가온 2030년 NDC는 이전 정부의 목표치(2018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 40% 감축)를 그대로 계승하되 부문별로 온실가스 배출 목표치를 조정하기로 했다. 특히 산업 부문의 배출량 허용치는 기존보다 늘리고, 국제 감축 등으로 추가된 배출량을 상쇄하겠다는 방침이어서 환경 단체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21일 국무조정실 산하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이하 ‘탄녹위’)는 환경부·산업통상자원부·국토교통부 등 유관부처 정부 관계자와 정부세종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는 2021년 문재인 정부 시절에 수립한 기존 2030 NDC 대비 산업계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낮췄다. 기존 목표대로라면 산업계는 2030년에 온실가스를 2억2260만tCO2e 이내에서 배출해야 하지만, 수정된 목표에 따르면 2억3070만tCO2e까지 배출할 수 있다. 이는 2018년 대비 감축률이 14.5%에서 11.4%로 3%가량 준 것이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대신 정부는 다른 부문에서 탄소 배출을 더 줄이기로 했다. 에너지 전환 부문에서 석탄화력발전 대신 원자력 발전과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더 늘려 기존 배출량 목표치(1억4990만tCO2e)보다 목표 배출량(1억4590만tCO2e)을 줄였다. 세부안에 따르면 원전 발전 비중은 21년 기준 27.4%에서 30년 32.4%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21년 7.5%에서 30년 21.6% 이상으로 전환한다. 이와 관련 탄녹위는 "시장원리에 기반한 합리적인 에너지 요금체계를 마련하여 수요 효율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만큼 전기세 가격 변동도 예상된다.

또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하기 위해 CCUS(탄소포집·저장·이용) 기술을 통한 배출량 감축 목표치를 기존 1030만tCO2e에서 1120만tCO2e로 늘리고 국제 감축 부문 목표치도 상향해 기존 3350만tCO2e에서 3750만tCO2e로 올렸다.

“100점짜리 목표보다 실현 가능한 목표가 중요”

상협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민간위원장이 21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 관련 국무조정실, 기획재정부, 환경부, 국토교통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상협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민간위원장이 21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 관련 국무조정실, 기획재정부, 환경부, 국토교통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탄녹위는 이번 정부안에 대한 대국민 공청회(22일)를 거쳐 탄소중립·녹색성장 관련 최상위 법정 계획(2023~2042)을 수립할 예정이다. 김상협 탄녹위 민간 공동위원장은 “이전 정부가 세운 ‘2030 NDC’는 제조업 중심 국가인 한국의 실정에 비춰 봤을 때 대단히 도전적”이라며 “윤석열 정부는 달성하기 어려운 이 목표를 계승하는 동시에 실제로 목표를 이행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고심했고, 그 결과 부문별 목표치 조정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공부 못하는) 학생도 목표를 100점으로 세울 수는 있지만, 더 좋은 건 실현 가능한 목표를 세우고 실제 이행하는 것이 아니겠나”라고 덧붙였다.

이번 탄녹위 발표는 유엔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6차 종합보고서 발표 다음 날 이뤄졌다. 이번 보고서는 10여년 뒤 지구 평균온도가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오를 것이라고 경고하며 향후 10년간 정부의 대응이 이후 인류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현재 국가들이 세운 NDC 목표대로 간다면 2020년생들은 인생 대부분을 지구 평균온도가 2도 이상 오른 상태에서 보내게 되며 2100년에는 3.2도까지 오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석탄화력발전소 이미지 [로이터=연합뉴스]

석탄화력발전소 이미지 [로이터=연합뉴스]

환경 단체들은 산업계의 부담을 줄여주는 대신 CCUS와 국제감축분 확대 같은 불확실한 수단을 늘리는 등 정부의 대응이 안이하다고 비판했다. 국제감축의 경우 상대 국가와 협의가 있어야 진행할 수 있는 외교의 영역인 데다 목표분을 2030년도에 몰아서 적용해 다음 정부에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녹색연합은 “향후 10년이 지구의 미래에 중요한 시점에 정부의 대응은 시간을 허비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산업계가 져야 할 책임을 불확실한 수단과 방식으로 미래에 전가했다”고 비판했다.

“RE100 상황에서 글로벌 기업들보다 경쟁력 약화”

서울 여의도 63빌딩전망대에서 바라본 영등포구 여의도에 상업·업무용 빌딩. [뉴스1]

서울 여의도 63빌딩전망대에서 바라본 영등포구 여의도에 상업·업무용 빌딩. [뉴스1]

당장 ‘RE100’(사용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기업들의 국제적 약속) 시행과 유럽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장벽 앞에 놓인 기업들에게 오히려 탄소배출 목표치를 높여준 게 경쟁력 측면에서도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국제 사회에서 글로벌 기업들의 탄소 저감 경쟁이 심화하고 있는데 오히려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하는 쪽으로 잘못된 시그널을 준다는 점과 현 정부의 감축분이 너무 적고 2028년부터 감축분이 굉장히 늘어난다는 점이 매우 우려스럽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신광호 탄녹위 친환경기후조정국장은 “산업계의 목표치 달성을 위해 필요한 수소 혼소 기술 등이 2030년 이후 상용화가 된다”며 “이런 부분을 고려해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 목표치가 2018년 대비 배출량 11.4% 저감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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