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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때 3.5억이면 지을수 있었다"...'시세 12억' 마곡, 원가 공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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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서구 마곡동 마곡9단지 조감도. [사진 서울주택도시공사]

서울 강서구 마곡동 마곡9단지 조감도. [사진 서울주택도시공사]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조성한 마곡 도시개발사업지구 9단지(마곡 9단지) 분양원가는 3.3㎡(1평)당 1291만원이었다. SH공사는 21일 기자설명회를 열고 마곡 9단지 분양원가를 이와 같이 공개했다.

SH공사는 2020년 2월 마곡 9단지 962세대를 분양했다. 3.3㎡당 평균 1291만3000원을 들여 아파트를 지었다. 이 돈은 택지조성원가와 건설원가(건축비)로 구성한다. 택지조성원가는 평균 498만2000원, 건설원가는 793만1000원이었다.

이렇게 돈을 투입해 건설한 아파트는 3.3㎡당 1936만8000원에 분양했다. 분양가에서 분양원가를 뺀 분양수익이 평당 645만5000원이라는 뜻이다.

SH공사, 마곡 9단지 분양원가 공개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LG가 개관한 'LG디스커버리랩 서울.' [사진 LG그룹]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LG가 개관한 'LG디스커버리랩 서울.' [사진 LG그룹]

평형별로 나눠보면 마곡 9단지 84㎡(529세대) 분양원가는 4억7300만원이었다. 12억원대인 인근 시세의 30%수준이다. 실제로 마곡 9단지와 북쪽으로 면한 마곡 8단지 84㎡, 마곡 힐스테이트 81㎡는 최근 실거래가가 12억3000만~12억6000만원이다.

마곡 9단지 59㎡(433세대) 분양원가는 3억3600만원이다. 마곡 9단지가 위치한 마곡동 도시개발사업지구에는 비슷한 평형대 아파트가 없어 시세를 비교하긴 어렵다.

마곡 9단지 평균 수익률은 33.3%다. 이는 앞서 1차 분양한 마곡 14단지(5.1%)나 2차 분양한 마곡 8단지(17.1%)의 수익률을 웃도는 수치다.

이밖에도 SH공사는 마곡 9단지 71개 항목 분양원가를 준공내역서와 함께 공개했다. 용지비·조성비·이주대책비 등 10개 택지조성원가 항목과 공종별 공사비, 간접비 등 61개 건설원가 항목이다. 각 단지 설계·도급명세서와 분양수익 사용 내용은 SH공사 사이트에 공개한다.

건설원가 최고 수준, 수익률 33.3%

마곡지구 분양원가 설명하는 김헌동 SH공사 사장. 연합뉴스

마곡지구 분양원가 설명하는 김헌동 SH공사 사장. 연합뉴스

SH가 분양원가를 공개하는 건 분양가 거품을 없애고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다. 세부 항목을 공개하면 이중 가격 인하 요인이 있는지 확인이 가능하다고 한다.

김헌동 SH공사 사장은 “마곡 9단지 건축공사비에서 토지비용까지 빼고 나면 25평 한 채를 팔아 1억7000만원을 남겼다”며 “집값이 폭등하던 문재인 정부 때도 서울에서 3억5000만원이면 충분히 아파트를 지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민간 건설사는 물론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같은 공공기관도 분양원가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등 시민단체가 2004년부터 LH에 분양원가 공개를 요구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LH가 분양원가를 공개한 적은 없다. 정보공개 청구 소송에서 LH는 “사회적 혼란이 우려되고, 건설업체의 영업비밀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분양원가를 공개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한 바 있다. 또 분양원가에 대한 객관적인 기준이 없고, 공개 시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것이 LH 측 주장이다.

이와 달리 SH공사는 2021년부터 고덕강일4단지, 오금 1·2단지, 항동 2·3단지, 강남 세곡2지구 1·3·4·6단지, 서초 내곡지구 6개 단지, 마곡지구 13개 단지, 고덕강일지구 8·14단지 분양원가를 차례로 공개했다. 분양원가 공개는 오세훈 서울시장 공약이다.

김헌동 SH공사 사장은 “앞으로도 주택 시장 안정을 위해 분양원가는 물론 SH 자산과 사업 결과 등도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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