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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곡·방송법에 '쌍특검' 밀어붙인다…이재명의 거야, 힘자랑 왜

중앙일보

입력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힘 신임 지도부 출범에 맞물려 본격적인 ‘거야(巨野)’ 세력 과시에 나섰다.

김기현 국민의힘 신임 대표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회의실을 찾아 이재명 대표와 당선 인사를 나눴다. 김 대표와 이 대표가 기념촬영 후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김성룡 기자

김기현 국민의힘 신임 대표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회의실을 찾아 이재명 대표와 당선 인사를 나눴다. 김 대표와 이 대표가 기념촬영 후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김성룡 기자

민주당은 이번주부터 상임위별 쟁점법안을 처리할 방침이다. 먼저 지난해 농해수위에서 본회의에 직회부된 양곡관리법을 23일 본회의에서 단독 처리할 계획이다. 20일 오후 김진표 국회의장과 양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양곡관리법 처리를)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며 “23일에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지난달 27일 “정부 쪽에서 거부권 행사를 공공연히 밝히고 있는 이상 국회 입법권을 존중하는 게 중요하다”며 3월까지 중재안에 여야가 합의할 것을 전제로 양곡법을 본회의에 상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박 원내대표는 “정부ㆍ여당이 일언반구 전향적인 검토를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중재안으로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다”며 본회의 강행처리 의사를 거듭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정부ㆍ여당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만 오매불망 기다리면서 합리적인 타협안을 전혀 구상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정부의 의무매입 조항이 있는 한은 양곡법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에 변함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21일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법사위에 계류 중인 방송법 개정안도 본회의에 직회부할 방침이다. 지난해 12월 과방위에서 야당 단독으로 의결한 방송법 개정안은 공영방송 이사를 현행 9~11명에서 21명으로 늘리고 추천권한을 학계와 직능단체 등에 부여하는 내용이다. 해당 개정안은 지난달 2일 법사위 계류기간 60일을 넘기면서 국회법에 따라 상임위에서 본회의 직회부를 의결할 수 있는 조건을 충족했다. 당초 민주당은 해당 법안을 바로 직회부할 방침이었지만, 친야 성향 무소속 박완주 의원이 중재안을 제시하면서 여당과의 협상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여당이 박 의원의 중재안도 거부하면서 민주당도 직회부 방침을 재차 확인했다. 과방위원장인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은 20일 페이스북을 통해 “내일 과방위에서 방송개혁법과 공공 와이파이 제공을 위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등 밀린 숙제를 처리할 방침”이라며 “일하는 국회, 일하는 과방위 열차는 항상 정시에 출발한다”고 썼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에서 정청래 최고위원과 대화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에서 정청래 최고위원과 대화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이날 열린 교육위 전체회의에서 민주당은 ‘정순신 변호사 자녀 학교폭력 진상조사 및 대책 수립을 위한 청문회’ 실시계획서를 단독 의결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후 교육위 전체회의에서 “교육부 종합대책을 듣고 다시 전체회의를 열어서 제도적 개선책 마련에 여야가 머리를 맞대는 게 순서”(이태규 간사)라며 청문회 실시 안건을 안건조정위원회에 회부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날 저녁 국민의힘이 불참한 가운데 안조위를 단독으로 열고 청문회 실시계획서 등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청문회는 31일 열릴 예정이다.

민주당은 이른바 ‘쌍특검(50억클럽ㆍ김건희 여사 특검)’도 21일 이후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할 계획이다. 박 원내대표는 20일 최고위 회의에서 “내일(21일) 법사위까지는 특검법 처리 합의를 위해 인내하며 노력하겠지만, 국민의힘이 끝내 심사를 거부하고 방해한다면 달리 방도가 없다”며 “법사위에서도 진전이 없으면 국회법 절차에 따라 50억클럽 특검과 김 여사 특검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특검법 합의처리를 요구해 온 정의당도 패스트트랙에 동참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정의당 지도부 관계자는 “여당에 협상을 계속 설득했지만 전혀 응하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이 민주당을 돕고 있는 것”이라며 “21일 의원총회에서 입장을 정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거대 의석을 무기로 상임위에서 속도전을 펼치는 배경엔 여당 신임 지도부 선출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달 이재명 대표를 둘러싼 체포동의안 표결 이후 민주당은 한동안 쟁점법안 강행처리 대신 당내 문제에 집중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지난 8일 국민의힘이 친윤 주도로 ‘김기현 지도부’를 선출하면서 민주당 내에서도 “여야 간 앞으로 협상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않게 나오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15일 김 대표가 예방한 자리에서 “여야가 각자 누가 더 국민의 삶을 개선하고 더 잘하는가를 놓고 경쟁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재선 의원은 “다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이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다. 민주당 색깔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행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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