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중앙] “범인은 반드시 흔적을 남긴다” 첨단기술 활용한 과학수사로 사건 해결!

중앙일보

입력

머리카락 한 올, 희미한 지문...현장에 남은 모든 게 과학수사 단서 되죠

DNA 분석으로 장기 미제사건의 범인을 밝혀내는 것부터 다양한 영화‧드라마 덕분에 과학수사는 우리에게 낯설게만 느껴지진 않습니다. ‘범인은 반드시 흔적을 남긴다’는 말을 들어 본 적 있나요. 짧은 머리카락 한 올에서, 희미하게 남아있는 지문에서 단서를 찾아 마침내 범인을 잡아 범죄를 해결하고, 예방하기 위해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수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죠. 누명을 쓰고 범인으로 몰린 사람의 억울함을 풀어주기도 하고요. 범인의 흔적을 찾는 과학수사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소중 학생기자단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을 찾아 일일 과학수사연구원으로 변신했어요.

과학수사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한재민·심예준·구시연·추승찬(왼쪽부터) 학생기자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을 찾아 일일 과학수사연구원으로 변신했다.

과학수사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한재민·심예준·구시연·추승찬(왼쪽부터) 학생기자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을 찾아 일일 과학수사연구원으로 변신했다.

과학수사의 선구자로 불리는 프랑스의 범죄학자 ‘에드몽 로카르’는 과학적인 방법으로 수집한 증거의 중요성을 주장하며 법과학의 창시자로 불리고 있어요. 눈에 보이는 큰 증거물에만 관심을 갖던 1900년대 초, 그는 작은 증거물도 과학적으로 분석하면 수사에 도움이 될 거라고 믿었죠. 이후 “접촉하는 두 물체는 서로 흔적을 주고받는다”는 ‘로카르의 법칙’을 제시했습니다. 로카르의 법칙은 현대 과학수사에 큰 영향을 끼쳤죠.

사건 현장에 남아 있는 증거물과 단서를 과학적 지식, 과학 기구 및 시설을 이용해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범인을 찾아내 사건을 해결하는 것을 과학수사라고 합니다. 주로 자연과학 분야의 지식을 이용하지만 심리학·사회학 등 사회과학 분야의 지식도 활용하죠. 범죄관련 과학수사에 이용되는 학문을 일반적으로 ‘법과학’이라고 해요. 날로 교묘하고 복잡해지는 범죄와 흔적·증거물을 감추기 위해 계획적인 범죄를 저지르는 범죄자가 늘어나고 있어 과학수사의 가치와 필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죠.

범죄를 입증할 때 자백과 진술에만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형태가 있는 물적 증거가 중요한데요. 이를 수집하기 위해 사건·사고가 일어난 현장, 특히 범죄 현장에선 방호복을 입은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입니다. 신발 자국, 손잡이에 묻은 지문, 머리카락, 핏자국 등 아무리 작고 사소한 것이라도 현장에 있는 모든 것들이 범인을 찾아내는 결정적인 증거가 될 수 있죠. 범죄현장에서 적합한 증거물의 수집은 과학수사의 첫걸음이며, 증거물의 채취·분석을 통해 범인이나 피해자를 확인하는 것은 과학수사의 핵심입니다.

과학수사의 역사

과학수사의 역사를 되짚어보면 과거에는 주로 죽은 원인을 밝히는 목적의 법의학이 주류였어요. 특히 시신을 해부해서 검사하는 ‘부검’은 망자를 죽음에 이르게 한 증거를 찾아내는 매우 중요한 방법이죠. 동양의 경우 13세기 송나라 시절, 남송의 사법 관료였던 송자가 시신 부검과 독극물 감별 방법을 모은『세원집록』을 집필하면서 부검이 시작됐다고 알려졌어요. 서양은 1532년 신성로마제국의 황제였던 카를 5세가 부자연스러운 죽음은 부검하도록 하는 법령을 마련하고, 이후 1876년 독일의 의사이자 병리학자인 루돌프 피르호(Rudolf Virchow)가 부검 기법을 발표하면서 본격화했죠. 하지만 살인 사건의 경우 죽음의 원인만으로 범인을 찾기 어려웠고, 용의자의 자백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 억울한 누명을 쓴 피해자도 많았죠.

우리나라에서도 은수저의 색깔 변화로 독이 든 음식을 알아내고, 상처를 보고 죽은 원인을 추측하는 등 과학수사를 한 기록이 여럿 있어요. 원나라의 왕여가 쓴 『무원록』을 바탕으로 조선시대 최치운 등이 편찬한 의학서『신주무원록』,『신주무원록』의 애매한 용어를 바로잡은 뒤 해석을 붙인 『증수무원록』 등 법의학을 활용한 기록들을 살펴볼 수 있죠.

DNA 추출에 사용하는 자동DNA추출기. 사건 사고 외에도 동물·식물·미생물·식품 등에서 종식별과 개체식별 업무를 수행한다.

DNA 추출에 사용하는 자동DNA추출기. 사건 사고 외에도 동물·식물·미생물·식품 등에서 종식별과 개체식별 업무를 수행한다.

현대 과학수사는 범인을 찾는 것이 목표입니다. 용의선상에 오른 여러 명 중 단 한 명을 고르는 것, 이 같은 수사를 가능하게 한 최초의 과학기술은 지문 분석이에요. 손가락 끝마디 안쪽 살갗의 무늬를 이르는 지문은 개인마다 그 형태가 다르죠. 현장에 남겨진 누군가의 지문은 사건 현장에 있었다는 결정적인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지문이 범죄의 증거로 채택된 1900년대 초 이후, 혈액형·음성·DNA 등 개인식별 분야가 발전하면서 현대 과학수사가 시작됐죠. 증거를 객관적으로 분석해 신뢰도를 높이면서 자백이나 정황증거의 모호성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어요.

인물로 보는 과학수사

퀸틸리아누스
고대 로마 법정에서 한 여인의 죽음을 두고 재판이 열렸습니다. 그런데 목격자가 없어 범인 검거에 난항을 겪고 있었죠. 당시 변호사였던 ‘퀸틸리아누스’는 현장에 널린 피 묻은 지문을 이상하게 여겼어요. 실수로 묻었다고 보기엔 너무 많았고, 일부러 묻혔다고 보기엔 너무 일정하게 찍혀 있었거든요. 그는 “범인은 눈이 보이지 않아 손으로 벽을 더듬으며 도망친 맹인이었을 것”이라고 추리했어요. 이 사건은 법과학을 이용한 최초의 수사로 알려졌죠.

셜록 홈스와 코넌 도일
과학수사와 관련된 사람 중, 역사상 가장 유명한 이를 꼽으라면 셜록 홈스가 아닐까요. 영국의 소설가이자 외과의사였던 코넌 도일(Arthur Conan Doyle, 1859~1930)은 과학을 접목해 사건을 해결하고 범인을 잡자고 생각해 ‘셜록 홈스’ 시리즈(1887~1905)를 펴냈죠. 그는 셜록 홈스를 통해 과학 지식이 수사에 어떻게 이용될 수 있는지 알렸고, 과학적인 판단으로 수사하면 범인을 빨리 잡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억울한 사람이 줄어든다고 주장했죠.

헨리 폴즈 & 프랜시스 골턴
영국의 외과의사 헨리 폴즈는 1880년에 지문의 중요성에 대한 논문을 최초로 발표했어요. 영국의 유전학자 프랜시스 골턴이 1892년에 『핑거프린트』라는 책을 출판하며 사람마다 지문이 모두 다르다는 사실을 널리 알렸고, 지금까지도 활용되는 궁상문과 제상문, 와상문 등 지문 분류 방법을 소개했죠. 실제로 그해에 아르헨티나 경찰이 지문의 특성을 이용하여 범인을 잡았어요.

과학으로 진실을 밝히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을 가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수사의 과학화·전문화를 위해 1955년 감정 및 연구업무를 수행하는 기관으로 발족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수사의 과학화·전문화를 위해 1955년 감정 및 연구업무를 수행하는 기관으로 발족했다.

우리나라에서는 1955년 국과수가 생기면서 본격적인 과학수사가 시작됐죠. 경찰·검찰·군사기관 등 각급 수사기관과 국가기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요청에 의해 범죄 현장에서 확보한 증거물을 과학적으로 감정 및 연구함으로써 사건을 해결하고, 범인을 검거할 수 있도록 증거 자료를 제공하여 공정한 수사와 재판이 가능하도록 지원하는 기관입니다. 2019년 우리나라 강력범죄 사상 최악의 장기미제사건으로 남아있었던 화성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이 밝혀졌을 때도 국과수의 DNA 분석이 사건의 실마리를 제공했죠.

과학수사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한재민(왼쪽부터)·심예준·구시연·추승찬 학생기자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을 찾아 일일 과학수사연구원으로 변신했다.

과학수사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한재민(왼쪽부터)·심예준·구시연·추승찬 학생기자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을 찾아 일일 과학수사연구원으로 변신했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강원도 원주에 있는 국과수를 방문해 감정 업무 중 일부를 학생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개발한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과학수사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국과수의 슬로건인 ‘진실을 밝히는 과학의 힘’이 새겨진 비석을 지나 체험 장소로 향한 소중 학생기자단은 흰 가운으로 갈아입고 일일 과학수사연구원으로 변신했죠.

소중 학생기자단이 과학수사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을 찾았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과학수사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을 찾았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을 방문해 과학수사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황혜원(왼쪽에서 둘째) 주무관의 설명을 듣고 있는 소중 학생기자단.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을 방문해 과학수사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황혜원(왼쪽에서 둘째) 주무관의 설명을 듣고 있는 소중 학생기자단.

“여기 국과수 본원에는 감정 부서가 법의학부·법과학부·법공학부 세 파트가 있고 그 밑에 여러 과가 있어요.” 법과학교육연구센터 백승경 교수가 간단한 소개를 시작했습니다. “국과수의 가장 큰 임무는 범죄 현장에서 채취된 증거물을 법의학적·법과학적으로 해석 및 감정하는 것이고, 법과학교육연구센터에서는 연구와 교육업무를 담당하고 있는데 여러분과 같은 꿈나무 대상 교육도 하지만 주로 수사관을 대상으로 교육하고,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법과학 교육 및 훈련도 하고 있죠.”

* 법과학부 체험 

그냥 보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옷이지만, 눈을 보호해주는 보안경을 쓰고 특수 파장을 이용한 가변광원기를 비추자 형광으로 선명하게 얼룩이 보인다.

그냥 보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옷이지만, 눈을 보호해주는 보안경을 쓰고 특수 파장을 이용한 가변광원기를 비추자 형광으로 선명하게 얼룩이 보인다.

소중 과학수사연구원이 처음으로 할 일은 범인의 흔적, 증거를 찾는 일입니다. 범죄 현장에는 피가 묻은 자국인 혈흔이나 타액 등 인체 분비물이 있을 수 있는데 이를 구별하고 찾아내야 하죠. 범인이 흘리고 간 검은 옷, 그냥 보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눈을 보호해주는 보안경을 쓰고 가변광원기를 비추자 형광물질 얼룩이 선명하게 보였죠. “육안으로는 안 보이는 곳도 이렇게 특수 파장을 이용한 가변광원기를 쓰면 인체 분비물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어요.”

혈흔이 묻은 증거물을 찾기 위해 두 개의 천 위에 각각 LMG 시약과 과산화수소수를 떨어뜨렸다. 혈흔이 있는 천이 파랗게 변한 걸 볼 수 있다.

혈흔이 묻은 증거물을 찾기 위해 두 개의 천 위에 각각 LMG 시약과 과산화수소수를 떨어뜨렸다. 혈흔이 있는 천이 파랗게 변한 걸 볼 수 있다.

뒷면을 보면 더 선명하게 구별이 된다.

뒷면을 보면 더 선명하게 구별이 된다.

다음엔 시약으로 인체 분비물을 찾아내는 실험을 해봤습니다. LMG 시약과 과산화수소수를 사용하면 혈흔이 있는 경우 파랗게 변해요. 혈흔이 묻은 증거물을 찾기 위해 두 개의 천 위에 각각 LMG 시약과 과산화수소수를 떨어뜨렸습니다. 붉은 천에는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고, 다른 천은 파랗게 변했죠. 타액을 검출할 때는 살리게(SalIgAE) 시약을 사용합니다. 면봉으로 입속을 긁어 침을 묻힌 다음 살리게 시약이 담긴 튜브에 넣자 투명했던 액체가 노랗게 변했죠. “현장에 범인이 마시고 간 종이컵이 있다면 거기에 침이 묻어 있을 거예요. 그 부분을 가위로 잘라서 살리게 시약과 반응시켜 보면 타액인지 아닌지 알 수 있죠.”

타액 검출을 위해 면봉으로 입속을 긁어 침을 묻힌 다음, 살리게 시약에 넣으면 투명했던 액체가 노랗게 변한 걸 볼 수 있다.

타액 검출을 위해 면봉으로 입속을 긁어 침을 묻힌 다음, 살리게 시약에 넣으면 투명했던 액체가 노랗게 변한 걸 볼 수 있다.

혈흔과 만나면 파랗게 형광으로 발광하게 하는 루미놀 시약도 있습니다. 자동차 사고 시 혈액이 여기저기 튈 수도 있는데, 오랜 시간이 지나거나 흔적을 고의적으로 없애서 표시가 안 날 수 있어요. 이럴 때 어두운 곳에서 루미놀 시약을 뿌려 형광색이 나타나면 혈흔이나 어떤 생체 시료가 있을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죠.

법과학부 유전자과는 1991년 국내 최초로 DNA 감식업무를 시작했으며, 개인식별 및 신원확인 업무를 수행한다.

법과학부 유전자과는 1991년 국내 최초로 DNA 감식업무를 시작했으며, 개인식별 및 신원확인 업무를 수행한다.

“국과수에서는 감정을 위해 여러 방법을 쓰는데 방금 해본 건 생체유래물의 흔적을 찾는 아주 기초적인 실험이에요. 국과수에서는 범인을 찾기 위해 주로 유전자 분석 기법을 많이 사용하죠. 만약 범죄 현장에 의심되는 바지가 있다면 지금 했던 방식으로 예비 실험을 해서 뭔가 흔적이 보인다면 그 부분을 잘라 추출해서 DNA를 분리해요. 그 후 PCR 장비로 DNA를 증폭시켜 유전자형을 분석하죠. 의심되는 사람들의 유전자형과 일치하는지를 검색해서 범인을 찾아가는 거예요.”

* 법의학부체험 

법의학부 검시과에서는 형사상으로 변사사건 발생 시 검안과 부검을 시행하고 법의학적 증거물을 검사하고 있다.

법의학부 검시과에서는 형사상으로 변사사건 발생 시 검안과 부검을 시행하고 법의학적 증거물을 검사하고 있다.

형사상 변사사건 발생 시 검안과 부검을 시행하는 곳은 검시과입니다. 법의학적 증거물을 검사함으로써 강력사건 해결에 과학적 증거를 제공하며 이를 통해 범인을 색출하고 죄의 유무와 형량을 결정하는 데 기여하죠. 법의학을 전공한 의사, 법치의학을 전공한 치과의사, 법의인류학 전공자 등이 일해요. 법의학 상식을 익힐 수 있는 인체 골격 모형 조립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법의학 상식을 익힐 수 있는 인체 골격 모형을 조립하고 있다. 인체 골격 모형을 살펴보며 우리 몸이 어떤 뼈로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지 알 수 있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법의학 상식을 익힐 수 있는 인체 골격 모형을 조립하고 있다. 인체 골격 모형을 살펴보며 우리 몸이 어떤 뼈로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지 알 수 있다.

인체 골격 모형을 살펴보며 우리 몸이 어떤 뼈로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지 알아본 소중 학생기자단.

인체 골격 모형을 살펴보며 우리 몸이 어떤 뼈로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지 알아본 소중 학생기자단.

“우리 몸의 뼈는 모두 몇 개일까요?” 구시연 학생기자가 “206개”라고 답했죠. “어떻게 이렇게 한 번에 맞추죠. 미리 공부했나 보네요. 앞에 있는 모형을 보고 힘을 합쳐 조립하며 우리 몸이 어떻게 생겼는지, 어떤 종류의 뼈들로 이루어져 있고 관절은 어느 곳에 있는지 살펴보세요.” 법치의학자들과 법의인류학자들은 백골 사체과 발견되면 성별, 나이, 인종, 키 등을 추정하는 개인 식별 업무를 하죠. 그리고 어느 시대 사람이었는지도 분석해 볼 수 있어요. 머리뼈를 이용해서는 그 사람의 얼굴을 예측하기 위해 얼굴을 복원하여 신원을 확인하는 수사에도 사용할 수 있어요.

* 법공학부 체험 

교육용 차량 시뮬레이션을 이용해 사고 장소와 차량, 속도 등을 설정해 교통사고 상황을 체험한 소중 학생기자단.

교육용 차량 시뮬레이션을 이용해 사고 장소와 차량, 속도 등을 설정해 교통사고 상황을 체험한 소중 학생기자단.

국과수 법공학부에는 교통과도 있습니다. 공학적 지식을 기반으로 교통사고의 원인과 사실을 규명하며, 역학적 해석, 사고재현 시뮬레이션, 사고기록장치의 분석, 차량결함 원인 분석, 차량 안전장치 검사, 교통 보험사기 등 교통 관련 사건·사고 감정 및 연구를 수행하죠. “교통사고가 나면 사고기록장치(EDR)에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았는지 핸들을 어떻게 돌렸는지 등의 데이터들이 남아 있어요. CCTV와 블랙박스에 찍힌 영상도 있을 수 있죠. 차량에 남은 데이터 흔적 등을 가지고 국과수에서는 운전자의 말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밝힙니다.” EDR 데이터를 입력해서 시뮬레이션한 영상을 만들고 블랙박스 영상을 동시에 비교 및 해석하여 사람들의 주장이 맞는지 거짓인지 밝히는 거죠. 소중 과학수사연구원은 교육용 차량 시뮬레이션을 이용해 교통사고 분석방법을 체험했어요. 사고 장소와 차량, 속도, 핸들은 어떻게 꺾고 브레이크는 얼마나 밟는지 등을 설정해 교통사고 상황을 볼 수 있었죠.

지외선을 방출하는 자외선광원기를 사용할 때 눈과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 보안경을 착용한다.

지외선을 방출하는 자외선광원기를 사용할 때 눈과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 보안경을 착용한다.

위조지폐를 구별하는 방법도 배웠습니다. 현범수 디지털과 연구원이 위조지폐를 어떻게 범죄에 사용하는지 설명했죠. “진짜 지폐 사이에 가짜로 만든 위조지폐를 한 장씩 섞어 사용하면 쉽게 위조지폐를 구별하기 어려울 수 있어요. 국과수나 경찰에서는 지폐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별해서 범인을 검거할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해 지폐 안에는 여러 그림·글자들이 숨어 있어요.” 소중 과학수사연구원들은 돋보기·현미경을 이용해 1만원짜리 지폐에 숨겨진 위조 방지 요소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모두 찾은 후에 현 연구원이 숨겨진 위조 방지 요소를 공개했죠.

돋보기·현미경·자외선광원기 등을 이용해 1만원짜리 지폐에 숨겨진 위조 방지 요소를 찾아봤다.

돋보기·현미경·자외선광원기 등을 이용해 1만원짜리 지폐에 숨겨진 위조 방지 요소를 찾아봤다.

세종대왕 옷깃에 있는 한글 자음, 세종대왕 눈 근처에 작게 쓰인 ‘10000’ 글자 등을 눈으로 확인하며 현 연구원은 모든 위조 방지 요소는 한국은행 홈페이지에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고 했죠. “범인들이 따라 하지 않을까 우려도 되는데 공개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한재민 학생기자가 “진짜와 위조지폐를 구분하려고요”라고 말했죠. “맞아요. 일반인이 지폐를 보고 위조다 아니다 확인할 수 있으면 미리 범죄를 예방할 수 있겠죠. 그리고 범죄자들이 보더라도 따라 하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미세한 인쇄 기술, 자성을 가진 잉크 이런 것들은 쉽게 시중에서 구할 수 없고 따라 한다고 해도 아주 큰 비용이 들어요.”

마지막으로 3D 스캐너를 이용한 생체 인식 감정 기법 중 얼굴 인식 부분을 알아봤습니다. 과학수사를 할 때 중요한 단서 중 하나가 CCTV인데요. 범죄자의 모습이 정확히 정면으로 CCTV에 찍힌 경우 좀 더 결정적인 증거 자료로 활용할 수 있죠. 경찰이나 국과수에서는 인물 신원 데이터베이스를 가지고 있습니다. CCTV 영상이 도착하면 데이터베이스에 있는 사람의 정보와 대조해 신원을 확인하고 거주지 등의 정보를 알아내 용의자로 체포하거나 출두시키는 데 활용합니다. 좀 더 발전된 3D 스캐너를 활용해 컴퓨터 그래픽으로 모델링하면 회전시켜볼 수도 있었죠.

현범수(오른쪽) 디지털과 연구원이 얼굴 인식 프로그램 실습을 위해 학생기자단의 사진을 찍고 얼굴 데이터를 입력하고 있다.

현범수(오른쪽) 디지털과 연구원이 얼굴 인식 프로그램 실습을 위해 학생기자단의 사진을 찍고 얼굴 데이터를 입력하고 있다.

얼굴 인식 프로그램 실습을 위해 사진을 찍고 얼굴 데이터를 입력했습니다. 연예인·유명인 데이터를 토대로 얼굴 인식을 하며 생각하지도 못했던 정치인·연예인 사진이 나와 웃음이 터지기도 했어요. 입력 후 각도가 다르게 찍거나 보안경을 쓰고 찍는 등 전혀 다르게 찍어 봐도 똑같은 얼굴을 잘 찾아냈죠. 소중 과학수사연구원들은 다양한 체험을 통해 과학수사를 잘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을 방문한 추승찬·심예준·한재민·구시연(왼쪽부터) 학생기자가 일일 과학수사연구원으로 변신, 감정 업무를 이해할 수 있도록 개발한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을 방문한 추승찬·심예준·한재민·구시연(왼쪽부터) 학생기자가 일일 과학수사연구원으로 변신, 감정 업무를 이해할 수 있도록 개발한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Mini interview

소중 학생기자단이 백승경 교수에게 국과수에 대해 더 궁금한 점을 질문했어요.

시연:국과수에서는 아까 설명 들은 것 이외에 또 어떤 업무를 하나요.
부검만 해서 사망 원인을 밝힐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건에는 사실 어떤 확실한 증거가 없는 경우가 더 많아요. 그렇기 때문에 검시과에서는 부검을 시행한 후 사망자의 위 내용물, 혈액, 소변, 모발, 각종 조직 등을 적출해서 독성학과로 의뢰합니다. 독성학과에서는 의뢰받은 부검시료에서 어떤 성분이 나오는지 분석하는 업무를 하죠. 화학과는 미세 증거물의 분석, 예를들면 교통사고가 나서 차와 차가 부딪쳤을 때 묻은 페인트라든가 옷에서 묻은 섬유라든가 이런 것을 분석하고요. 안전과에서는 불이 났을 때 자연적인 발화일까, 방화일까 원인을 분석하기도 해요. 심리 분석 파트에서는 이 사람이 정말 진실을 말하는지 여부를 거짓말 탐지기를 이용해서 판단하죠. 이 밖에도 과학적인 기법을 이용해 감정하고 관련된 연구를 하는 분야가 다양합니다.

재민:세계에서 우리나라 국과수의 위상은 어떠한가요.
굉장히 높다고 보면 돼요. 2006년 서울 서초구 방배동 서래마을의 한 프랑스인 주택 냉장고에서 발견된 시신 2구에 대한 유전자 분석 결과를 2주 만에 발표했습니다. 프랑스는 유전자 검사가 너무 빠르기도 하고,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분석한 결과는 신뢰할 수 없다고 하였으나 결과적으로는 국과수의 감정 결과는 오차가 없었죠. 당시 프랑스의 유전자 분석은 3개월 이상 소요돼 믿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해요. 한국의 유전자 분석 능력을 세계적으로 인정받게 된 사건이었죠. 마약 분석 기술도 세계에서 높이 평가되고 있어요. 국과수 독성분야에서는 세계 최초로 머리카락에서 프로포폴을 분석해내는 방법을 발표했죠.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과학교육연구센터 백승경 교수가 과학수사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과학교육연구센터 백승경 교수가 과학수사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승찬:뛰어난 기술력의 비결은 무엇인가요.
신입 직원을 뽑을 때 그 분야의 전문가들을 뽑아요. 저의 경우 약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을 졸업하고 박사과정 중에 입사해 독성분야에서 27년간 근무했고, 현재는 국과수에서 교수로 일을 하고 있어요. 국과수에는 약학뿐 아니라 의학, 치의학, 물리학, 생물학, 화학, 공학, 심리학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모여 근무하고 있어요. 처음 입사하면 신임감정관 교육을 받게 되요. 그렇게 해서 법과학 분야의 전문가들을 양성하는 것이죠. 또 각자 사명감을 가지고, 전문가로서 굉장히 열정을 가지고 일하고 있어요. 또 과학수사는 장비 싸움이라는 말도 있듯이 국과수에는 첨단 분석장비와 감정 시스템이 아주 잘 갖추어져 있어요. 이런 모든 것이 합쳐져서 세계적인 기관이 된 것 같아요.

예준:과학이 발달하면서 새롭게 생긴 과학수사 기술이 있나요.
최근 새롭게 개발된 기술은 빅데이터·인공지능을 등을 활용하는 주로 디지털 분야가 많아요. 또한 기존 사건들 중에는 분석 장비나 기술이 발전하지 못해서 미제 사건으로 남아 있는 것들도 있는데, 유전자 기법 등 과학기술이 발전하여 예전에 밝히지 못했던 미제 사건들이 하나씩 새롭게 밝혀지는 것들도 있습니다. 또 다른 예로 약 8시간 정도 지나면 우리 몸에서 모두 배출이 되요. 따라서 어떤 사람이 술을 마셨는지 아닌지에 대하여 약 8시간 정도만 분석이 가능했었는데 화학과에서 음주대사체 분석에 대하여 연구하여 2~3일 전에 마신 것도 알아낼 수 있어서 지능형 음주범죄 건을 해결하고 있어요. 또 6·25 전사자들의 유해가 발굴되면 유전자 확인만으로는 신원 확인이 쉽지 않은 시료들이 있어요. 따라서 국과수에서 보유하고 있는 동위원소 분석 기법을 통해 유전자 분석으로 확인이 안 되는 사람들의 신원을 확인하기도 해요.

재민:앞으로 더 발전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분야는 무엇인가요.
저는 약학자이면서 독성분야에서 일한 법독성학자이기 때문에 제 개인적인 바람은요. 사람들이 몸 속에 어떤 물질을 투여할 수 있잖아요? 예를 들면 마약을 투여하거나 몰래 음료수에 약을 타고 피해자에게 먹여서 범죄를 저지를 수도 있겠죠. 이런 약물들이 몸속에 들어가서 변하지 않은 상태로 계속 남아 있다면 찾아내기가 쉬울 텐데 대부분이 대사가 되어 구조가 다른 대사체의 형태로 바뀌고 쉽게 몸밖으로 배설이 되요. 마약의 경우에도 일주일 이상 지나면 소변이나 혈액에서는 검출이 안 되기 때문에 모발이나 손·발톱으로 분석을 해야 해요. 우리 몸속에 들어간 약물이나 마약은 일반적으로 혈액을 타고 돌아다니다가 극히 일부가 모근으로 가게 되는데, 모발은 한 달에 평균 1cm씩 자라는데, 만일 모발의 길이가 약 5cm인 사람이라면 5개월 전에 투약한 것도 검출할 수 있는 거죠. 하지만 시간이 지나 모발을 자르거나 모든 체모들을 다 밀어 버렸다면 투여한 물질의 검출이 힘들 수 있어요. 또 현재 모발을 분석할 때 50~80수 정도로 모발이 많이 필요해요. 그래서 모발 1수 정도에서도 투약한 모든 약물이나 마약류를 쉽고 빠르게 분석하여 범죄의 증거를 찾아낼 수 있는 고감도의 최첨단 장비들이 앞으로 많이 개발되어 법과학 분야가 더욱 획기적으로 발전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평소 관심 있던 분야라서 어떤 내용을 배우게 될지 매우 궁금했고 그만큼 기대가 컸던 취재였어요. 뉴스로 많이 들어봤던 부검, DNA 검사 등 다소 어색하고 낯설게만 느껴졌던 단어들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되었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는 법과학자·법의학자 외에도 시신의 치아를 연구하는 법치의학자라는 직업이 있다는 점이 신기했죠. 한 번쯤 가보고 싶었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학생기자 이름으로 취재를 가서 더욱 의미 있었어요. 특히 여러 가지 실험을 해보고 연구원분들을 만나 평소에 궁금했던 점을 인터뷰할 수 있어서 뜻깊었습니다.   구시연(서울 월촌초 6) 학생기자

드라마나 영화에서 국과수가 많이 나와서 한 번쯤은 가보고 싶었는데 이번 기회에 가게 되어서 정말 좋았습니다. 취재하면서 국과수에 많은 과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특히 독성학과가 마음에 들었죠. 평소에 독극물에 관심이 많아서 내가 관심 있는 일을 하면서 범죄자를 잡는 데 도움을 주는 사람인 독성학과의 연구원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만약 커서 독성학과의 연구원이 된다면 꼭 열심히 노력해서 범인을 잡는 일에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심예준(서울 을지초 5) 학생기자

평소 과학수사 만화책에 관심이 있어서 이번 취재가 더욱 기대되었어요. 일반 사람들이 쉽게 가지 못하는 곳에 가게 돼 더욱 기뻤죠. 여러 실습을 해본 결과 내가 만약 국과수에 들어가게 된다면 법공학부 교통과에서 일하고 싶어요. 왜냐하면 사고 재현 시뮬레이션을 하고 싶기 때문이죠. 체험 중간중간 질문에 답변을 못 한 게 좀 아쉬워서 다음부터는 취재 전에 좀 더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인터뷰하며 몰랐던 사실도 알 수 있었고 특히 마약 얘기가 흥미로웠죠.   추승찬(서울 역촌초 5) 학생기자

국과수 취재를 통해 자세히 알지 못했던 과학수사 방법의 기본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 신입 연구원들을 전문적으로 교육한다는 것도 인상 깊었죠. 가장 신기했던 점은 DNA를 분석하면 그 사람의 정보와 신원을 알 수 있다는 것이었어요. 6·25전쟁에서 돌아가신 분들의 신원이 약 100명밖에 안 밝혀졌다는 것도 안타까웠죠. 체험 중엔 LMG시약으로 피가 묻어있는 섬유와 피가 묻지 않은 섬유를 구별하는 실험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피가 묻어있는 섬유는 파란색으로 색이 변합니다’라는 말이 생각나네요. 무엇보다 요즘 범행이 더욱 교묘해지고 있는데 과학수사의 중요성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한재민(서울 상곡초 5)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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