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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래푸' 종부세 0원…시장비율 올려도 세금 줄어든다, 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정부가 올해분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계산 때 적용할 공정시장가액비율을 80%로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행 공정시장비율은 60%다. 통상 공정시장비율이 올라가면 종부세 부담이 늘지만 올해는 다르다. 지난해부터 아파트 실거래가가 내려가면서 공시가격의 큰 폭 하락이 예정된 상황이라서다.

 지난해 11월 서울 강남구 강남우체국에 분류를 앞둔 종합부동산세 고지서가 쌓여 있다. 뉴스1

지난해 11월 서울 강남구 강남우체국에 분류를 앞둔 종합부동산세 고지서가 쌓여 있다. 뉴스1

공정시장비율 상향 예고

19일 정부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공정시장비율 80% 상향 여부를 논의하고 있다. 공정시장비율은 종부세액을 결정할 때 쓰이는 비율로, 시행령 개정을 통해 60~100% 사이에서 조정이 가능하다. 종부세 과세표준(세금을 매길 때 기준이 되는 금액)은 대상 주택의 공시가격을 합한 뒤 기본공제 금액을 뺀 값에서 공정시장비율을 곱해 산출한다. 공시가격에 변동이 없다면 공정시장비율이 올라갈수록 세 부담이 커지는 구조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이 비율은 도입 당시인 2008년부터 2018년까지 80%로 유지돼왔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19년 올라가기 시작했다. 부동산 가격 상승을 막기 위해 보유세 부담을 높이려는 조치 중 하나였다. 2021년엔 비율이 95%까지 올라갔다. 그러다 지난해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이후 60%로 내려갔다. 공시가격을 임의로 낮추기 어려운 상황에서 윤 정부는 공정시장비율을 낮춰 종부세 부담을 줄였다.

이런 윤 정부 기조에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난해 기재부는 올해 세수를 전망하면서 이미 공정시장비율 80%를 기준으로 종부세 세입 규모를 예측했다. 80%가 문재인 정부 이전까지 쭉 이어지던 비율인 만큼 이를 기준점으로 삼았다. 이 때문에 현행 비율 60%를 유지할 경우 세수에 ‘구멍’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1월 세수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6조8000억원 감소하는 등 안 그래도 ‘세수 절벽’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공시가격 하락 전제…곧 발표

공정시장비율 상향의 전제 조건은 공시가격 하락이다. 공시가격이 낮아지지 않는데 공정시장비율만 상향하면 되레 종부세 부담이 늘어나는 결과만 낳을 수 있어서다. 국토교통부는 이번 주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발표한다. 당초 17일 발표가 예정됐지만, 실거래가 하락치 검증을 위해 발표 날짜까지 미뤘다.

19일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종부세·양도세 상담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는 모습. 연합뉴스

19일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종부세·양도세 상담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는 모습. 연합뉴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는 서울은 22.09%, 전국은 16.84% 하락했다. 또 정부가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2020년 수준으로 낮추기로 한 만큼 전문가들은 올해 공시가격이 지난해보다 10~20% 이상 하락하는 곳이 많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다만 정부 관계자는 “공시가격 발표 내용과 이후 부동산 상황 등을 지켜본 뒤 공정시장비율 상향을 결정할 예정”이라며 “상반기 중에만 확정하면 종부세 산정에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공정시장비율 상향에도, 종부세는 감소

공정시장비율이 80%로 상향된다고 해도 올해 종부세를 내는 1세대 1주택자의 부담은 지난해 대비 최소 20%는 줄어들 전망이다. 1세대 1주택자 대상 종부세 기본공제금액이 11억원에서 12억원으로 올라갔고, 적용 세율도 낮아지면서다. 세무업계에선 서울 지역 아파트 상당수가 종부세 부담액이 60% 이상 줄어들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부동산 세금계산서비스 ‘셀리몬’이 서울 지역 대단지 아파트의 1세대 1주택 단독명의자 종부세 부담 변화를 분석한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서울 지역 공시가격이 지난해보다 15% 내려갈 것이라고 가정하면 서울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84㎡의 올해 종부세는 700만원으로 지난해 954만원보다 26.6% 줄어든다. 지난해 공정시장비율을 60%로, 올해는 80%로 계산한 결과다.

‘마래푸’ 84㎡ 종부세 0원 예상

상대적으로 공시가격이 더 낮은 아파트는 종부세 부담이 더 많이 줄어든다. 공시가 하락까지 겹치면서 기본공제 상향 효과가 극적으로 나타나서다. 예컨대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84㎡)의 종부세는 지난해 349만원에서 올해는 195만원으로, 가락동 헬리오시티는 같은 기간 153만원에서 50만원으로 줄어들 것으로 분석됐다.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84㎡형의 경우 지난해 66만원이었던 종부세를 올해는 안 내도 된다.

부부 공동명의 1주택자거나 1세대 2주택의 경우 종부세액 감소율이 더욱 높다. 부부 공동명의는 기본공제가 올해 12억원에서 18억원으로 대폭 상향됐고, 2주택자는 종부세 중과세율 대상에서 배제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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