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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 되랬더니 의사 된다고? 이런 영재고 학생 '페널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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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전경. 뉴시스

교육부 전경. 뉴시스

정부가 영재학교·과학고 학생이 의·약학계열로 진학할 경우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불이익을 강화하기로 했다. 과학 인재를 양성한다는 취지와 달리 의대로 진학하는 학생이 많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내년부터는 영재학교 운영·성과평가도 도입해 학교가 설립 취지에 맞게 운영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불이익 줘도 119명 의대로…"학생부 불이익 강화"

교육부는 19일 ‘제5차 영재교육진흥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종합계획은 전국 영재학교 8곳, 과학고 20곳을 대상으로 한다. 특히 과학 인재 양성이라는 취지에 맞게 학교를 운영하도록 하는데 방점을 찍었다.

한때 과학고는 졸업생 절반 가까이 의대에 진학하기도 했지만 2016년 교육부 권고와 2021년 영재학교 8곳의 공동 제재 방안이 나오면서 의대 쏠림이 한 풀 꺾였다. 그럼에도 2022년도 기준 영재학교 졸업생 중 73명(9.1%), 과학고 졸업생 중 46명(2.9%)이 의·약학계열로 진학했다.

내년부터 영재학교 학생이 의·약대에 진학을 희망할 경우 학생부 서식이 바뀐다. 영재학교는 일반고와 달리 학생부에 재학 중 연구 활동이나 수상실적 등을 기재할 수 있는데, 의·약대에 진학하려는 학생은 이런 내용이 반영되지 않는 일반고 학생부 서식으로 변환된다. 이 경우 학생부에 영재학교의 특성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불이익이 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의약학계열에 진학할 경우 영재학교 학생부가 아닌 일반고 학생부 서식으로 자동 변환되도록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을 개선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뉴스1

지난해 12월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뉴스1

교육부는 또 영재학교가 설립 취지에 맞춰 운영되는지 5년마다 평가하는 제도도 도입하기로 했다. 내년엔 시범 도입, 2025년엔 전면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평가 기준은 정책 연구 결과를 토대로 영재학교와 협의를 통해 결정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평가 기준에 미달하는 학교에 페널티를 줄지, 잘하는 학교에게 인센티브를 줄지는 앞으로 정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이 같은 조치가 의대 쏠림을 막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영재학교와 과학고에선 수년 전부터 장학금·교육비 전액 환수, 대입 추천서 제외, 진로·진학 상담 거부 등의 제재 방안을 내놨다. 하지만 의·약학계열 지원 시 졸업을 유예하는 한국과학영재학교를 제외한 모든 영재학교에서 의대 진학생은 꾸준히 나오고 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이공계열 종사자들의 처우가 의사보다 나아지지 않는 한 의대 쏠림 현상은 막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서울대·연세대·고려대 2022학년도 입학생 중 중도 탈락을 택한 학생 1874명 중 1421명(75.8%)이 이공계열 소속이었다. 입시업계에서는 이들이 의대로 진학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과학고 조기졸업 개선, AI 과학영재고 설립도 추진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연합뉴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연합뉴스

교육부는 과학고의 조기졸업 제도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매년 학생 약 30%가 조기졸업 해 학사 운영이 파행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교육부 관계자는 “조기 졸업 기준에 문제가 없었는지 살펴보고 비율을 적정 수준으로 조정하는 방향으로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부터 정책연구를 시작해, 2025학년도 신입생부터 적용할 방침이다.

교육부는 디지털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한국과학기술원(KAIST), 광주과학기술원(GIST) 부설로 인공지능(AI) 과학영재학교 설립을 추진한다. 소프트웨어(SW) 영재학급도 지난해 40개에서 2027년 100개, SW 영재교육원도 2024년 5개에서 2027년 15개로 확대할 방침이다.

재능과 잠재력이 현저히 뛰어난 고도 영재를 발굴하기 위해 국가 수준의 판별 기준을 마련하고 개인 특성에 맞는 교육·지원 체계도 검토할 계획이다. 교육부는 또 영재 교육을 다양화하기 위해 현재 음악, 미술에 쏠린 예술 영재 교육 분야를 미디어, 연극·영화, 만화창작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인문·사회 분야 영재를 위한 온라인 교육을 운영하고 발명·기업가 영재교육을 위해 차세대 영재 기업인 교육원도 확대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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