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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 산책 금지' 관리 규약 붙인 아파트 논란…"북한이냐" vs "민주사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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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한 아파트의 반려견 산책 금지 안내. 연합뉴스

경기도 한 아파트의 반려견 산책 금지 안내. 연합뉴스

주민들의 반려견 산책을 금지한다는 경기 성남시의 한 아파트 관리 규약을 두고 공방이 일고 있다.

지난 14일 이 아파트의 게시판에는 '반려동물(반려견) 산책 불가'라는 안내문이 붙었다. 반려견의 대소변과 개 물림 사고에 대한 민원 해결을 위해 진행됐던 입주민들의 투표 결과에 따른 조치라는 것이다.

안내문에는 반려동물이 계단과 복도, 놀이터, 엘리베이터, 화단, 커뮤니티시설, 주차장, 산책로, 지상 공간 등 아파트 전체 공용 공간이나 시설에서 입장, 산책, 노출, 대기가 불가하다고 적혀 있다. 또 반려동물의 입장을 금지한 아파트 공용 공간에는 쥐약과 유박비료, 뱀 기피제, 광견병 미끼 등 유해 물질을 놔둔다고 경고했다. 유박비료는 리신이라는 독성물질이 함유돼 있어 유통과 사용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제품이다.

규정을 어기면 1회 경고문을 전달하고 2회 위반부터 5만원의 위반금(벌금)을 부과키로 했다. 특히 어린이 놀이터와 북카페 등 일부 시설은 반려동물이 5~10m 이내로 접근하면 즉시 9만원의 위반금을 부과한다.

반려동물과 이동 시 어린이 놀이터와 키즈스테이션, 커뮤니티 시설, 산책로 이용이 불가하며 출입구를 이용하거나 차량 탑승을 통해 최단 거리로 움직여야 한다. 이때 반려동물이 탈출할 수 없는 보호장치(가방, 케이지 등)를 사용해야 한다.

이번 관리규약은 지난 1월 4일 성남시에 신고 수리된 후 준비 기간을 거쳐 며칠 전 안내문이 부착돼 본격 시행되면서 주민과 동물단체, 누리꾼들 사이에서 공방이 일고 있다.

"북한이냐" vs "민주사회"

해당 아파트의 소셜미디어와 카페 등에는 "해외 토픽에 나올 일" "눈을 의심했다. 북한이냐" "올해 들어 가장 황당한 게시글" "저런 이웃이 있는 아파트에 누가 사나" "유박비료 뿌린다는 게 너무 충격적" "개를 키우지 말라는 거네요" "안내견 친구들은 어떻게 다니죠" 등의 비판이 잇따랐다.

반면 "강아지를 좋아하지만 몇몇 개념 없는견주 때문에 오히려 이해가 가요" "개 주인들 각성하길 바란다" "공용 실내 공간에서 강아지 산책시키시는 분들은 불편하거든요. 배변 등은 아무리 치워도 부담스럽다" "민주사회에서 충분히 있을 수 있다"는 등 우호 하는 여론도 있었다.

동물권단체 케어의 한 관계자는 "반려견에 대한 제재가 너무 심해서 뜻이 맞는 주민들과 함께 시정조치를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은 "반려인과 비반려인 간 서로 분쟁 없이 쾌적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목적이며 입주민들의 의견을 모아 투표로 결정했다. 반려견의 대소변 등의 문제는 지속해서 제기돼 왔으나 고쳐지지 않았다"면서 "쥐약은 쓰레기 분리 수거장의 쥐를 잡기 위함이고 비료는 화단 조성을 위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아파트 측은 "이번 관리규약은 작년 10월 입주민 과반수 동의와 올해 초 성남시의 승인을 받아 만들어졌다"면서 "반려동물을 케이지에 넣어 이동하라는 부분은 이구아나, 뱀, 거북이 등도 포함하는 것이다. 소형견(10kg 미만)의 경우도 털이 빠져나오지 않도록 옷, 이불, 입마개를 사용하고 견주가 안아 주거나 이동형 가방을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형견(25kg 이상) 역시 털이 빠져나오지 않도록 옷 등을 착용시키고 입마개, 목줄을 사용해 성인과 함께 이동해야 하며, 맹견은 동물보호법 시행규칙에 따라 반드시 잠금장치를 갖춘 케이지를 사용토록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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