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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유대인의 ‘하브루타 교육’과 ‘창조정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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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이상희 헌정회 국가과학기술 자문회의 의장

이상희 헌정회 국가과학기술 자문회의 의장

요즘 대한민국 정치를 보면서 우리 국민은 어떻게 인식할까. ‘사색당쟁’(四色黨爭)으로 날을 지새운 조선은 급기야 구한말에 나라를 잃었고, 지금은 극한 갈등의 정치로 국가 경제가 어려움에 빠졌다. 그래서 항간에 정치란 ‘정’말로 ‘치’사한 것이 우스개까지 나돌고 있다. 정치의 사전적 풀이는 ‘국가 권력을 활용해 국리민복을 도모하는 것’으로 정의되고 있다. 그러면 ‘창조정치’는 과연 어떤 의미의 정치일까. 한때 ‘창조경제’라는 용어가 정치적으로 활용된 적도 있었지만, 국가의 새로운 경제 영역으로 자리 잡지 못했다.

창조정치란 만물의 영장인 인간이 창조적 상상력으로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잠재력을 활용해 현실 정치에 메마른 꿈과 사랑을 활성화해 정치에 융합하는 새로운 정치 형태라 정의할 수 있다. 따라서 기존 정치에 빈약한 꿈과 사랑을 창조정치의 속성으로 키워 국민의 삶에 접목하면 국민은 더 행복해질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창조정치의 핵심은 무엇보다 자유 민주주의가 정치의 기본이 돼야 한다. 경제는 활력이 넘치는 시장경제를 명확하게 확립해야 한다. 이런 자유민주주의 국가 체제 위에 국가권력은 창조적 경우에만 최소한으로 활용돼야 한다. 그러면 국가 경제는 더욱 새로운 활력을 얻게 된다.

정쟁·갈등으로 창의성 교육 실종
과학 에너지 키울 창조정치 필요
자율 강조 이스라엘 교육 배워야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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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정치 캠페인은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상상력으로 정치에 대한 매력적인 꿈을 만들어 국민이 스스로 국가 발전에 즐겁게 기꺼이 몰입하게 하는 운동이다. 따라서 인문학의 철학적 상상력과 자연과학의 실험적 창의력을 결합해 만든 ‘꿈과 사랑’으로 국가 경제에 융합하면 국민경제는 자연스럽게 부흥할 것이다. 말하자면 창조정치는 국가가 행사하는 최소한의 권력으로 경제 부흥의 꿈과 사랑을 키우자는 새로운 정치 운동이다. 한정된 절대 ‘파이’로 파생되는 분배의 정치 갈등을 최소화하고 절대 파이를 창조정치로 오히려 키워 공정한 분배를 통해 국민을 화합하도록 하는 정치 캠페인이 될 것이다.

이와 유사한 창조정치로 성공한 민족이 유대인이다. 부존자원이 빈곤하고 인구도 적은 이스라엘을 세운 유대 민족이 노벨상을 가장 많이 받았고, 세계 최강인 미국에서 정치와 경제의 핵심적 역할을 하는 민족이다. 그 원동력은 무엇일까. 유대인 특유의 창의적 자율학습 교육이다. 유대인을 가장 창의적인 민족으로 만든 원동력은 짝을 지어 토론하는 학습 방법인 ‘하브루타(Havruta)’ 교육이다. 교육으로 창의적 국민을 만들어 자율적으로 경제 부흥과 국민 복지를 증진하는 것이 바로 유대인의 창조정치다.

우리는 창의력이 부족한 교육을 짝사랑하고 있다. 인문학적 상상력과 과학적 창의력이 부족한 타율적 교육을 우리는 일방적으로 짝사랑하고 있다. 이런 교육에서 황홀한 사랑의 에너지와 영감적 공감력이 결코 분출할 수 없다. 유대인의 하브루타 교육은 다르다. 학생 스스로 열정적인 사랑의 블랙홀에 빠져 창조적 빅뱅을 만들도록 교육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새로운 창조적 에너지가 솟구치고 상상력 넘치는 새로운 소우주가 탄생하게 된다.

창조정치에서는 기존 정치에 부족한 미래지향적 공감 에너지를 어떻게 만들어 낼 수 있을지 고심한다. 이를 위해 전직 국회의원 모임인 대한민국헌정회 내에는 국가건설입법위원회가 만들어져 과학 공감 에너지의 산실이 될 ‘과학의 전당’ 관련법 제정이 추진되고 있다. 지금 뒷전으로 밀려난 홍익인간(弘益人間) 정신을 어떻게 키울 것인지 고민하는 것이다.

창의성이 실종된 정치, 이기적이고 이념적인 진영논리에 빠진 갈등 정치, 어린이들의 과학 요람 ‘과학의 전당’ 건립 꿈이 취약한 현실 정치, 나날이 오염되는 정치에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바로 창조정치의 ‘ESG 경영’이다.

ESG 경영이 가장 시급한 분야가 정치고, 정의가 실종된 분야가 바로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정치다. 정치 철학자들은 이구동성으로 ‘한 나라의 정치 수준은 그 나라 국민의 정치의식 수준’이라고 질타한다. 우리 국민의 정치의식 개혁 차원에서 새로운 정치 캠페인이 필요하다. 필자는 창조정치가 대안이라고 확신한다. 극단적 정쟁으로 침몰 직전에 내몰린 우리 대한민국을 창조정치의 깃발을 올려 살려내자. 지혜를 모으자. 시간이 많지 않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상희 헌정회 국가과학기술 자문회의 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