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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자의 아픈 손가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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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5공 초기 전두환 대통령 일가 청와대 가족사진. 뒷줄 왼쪽부터 효선 재국 재만 재용.

5공 초기 전두환 대통령 일가 청와대 가족사진. 뒷줄 왼쪽부터 효선 재국 재만 재용.

5공화국 출범직후인 1981년 봄 서울대 캠퍼스는 최루탄과 짱돌이 난무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딸 효선씨는 캠퍼스 귀퉁이 음대식당 구석 테이블에 앉아 강의를 기다리곤 했다. 여자경호원이 주변을 차단했고, 효선씨는 고개를 숙여 얼굴을 가렸다. 어머니 이순자 여사는 자서전 『당신은 외롭지 않다』에서 당시를 기록했다.
‘대학에 입학한 뒤 효선은 이상하게도 그전처럼 쾌활하고 사교적이지 않았다…나는 딸아이의 내면에 많은 갈등과 변화가 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결국 효선씨는 한학기 마치고 미국유학을 떠났다. 이순자 여사는 아이들을 보살피는데 더 집중했다. 자서전에서 ‘숱한 시련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사랑의 성(城), 가족의 힘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나는 확신한다’고 썼다.
전두환 전대통령 가족의 결속력은 유명하다. 외부 압력이 가족 내부를 더 뭉치게 만들었다. 그 중 약한 고리가 2남 재용씨다. 두번째 부인과 이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배우 박상아씨와 미국으로 건너가 결혼했다. 두번째 부인이 낳은 둘째 아들 우원씨가 15일 인스타그램에 ‘가족비리 폭로’영상을 올렸다. 가장 아파보이는 대목.
‘아버지 때문에 어머님은 병이 들었다. 암수술을 여러번 하셨다. 어머님이 아프셔서 제 삶이 없어졌다.’
우원씨는 스스로 마약을 복용했으며, 우울증 치료를 받았고, 최근 자살기도로 입원했다고 밝혔다. 아버지를  ‘악마’라 불렀다가 ‘남다른 집안에서 태어난 아버지도 고통이 많았을 거라, 용서했다’고 했다. 재용씨는  ‘아들이 많이 아프다’고 말했다. 전두환 전대통령의 업보다. 이순자 여사의 ‘사랑의 성’에 구멍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