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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데뷔한 박성광 "우뢰매 보며 감독 꿈…개그맨 편견 깨고 싶었죠"

중앙일보

입력

개그맨에서 감독이 된 박성광을 16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났다. “어릴 적 ‘영구와 땡칠이’ ‘우뢰매’의 심형래를 보고 감독하는 개그맨을 꿈꾸게 됐다”는 그는 “막상 영화를 만든다고 했을 때 개그맨 출신 감독에 대한 편견을 느꼈다. 같은 길을 꿈꿀 후배를 위해서도 그런 선입견을 깨고 싶었다”고 했다. 사진 CJ CGV

개그맨에서 감독이 된 박성광을 16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났다. “어릴 적 ‘영구와 땡칠이’ ‘우뢰매’의 심형래를 보고 감독하는 개그맨을 꿈꾸게 됐다”는 그는 “막상 영화를 만든다고 했을 때 개그맨 출신 감독에 대한 편견을 느꼈다. 같은 길을 꿈꿀 후배를 위해서도 그런 선입견을 깨고 싶었다”고 했다. 사진 CJ CGV

‘영구와 땡칠이’(1989), ‘우뢰매’(1986)를 보며 키운 꿈이 현실이 됐다. 17년 차 개그맨 박성광(41)이 코미디 영화 ‘웅남이’(22일 개봉)로 영화감독에 데뷔했다.
“어릴 때 심형래 선배님 영화를 보면서 엄마한테 ‘저렇게 연기도 하고 감독도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거든요. 막연한 꿈이 실현됐죠.”
16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난 박성광은 “개그맨이 감독한 코미디 영화여서 기대하실 텐데 ‘영화에서 내 감이 통할까’ 부담도 됐다”면서 “코미디를 한 건 내가 잘하는 걸 해보자. 데뷔를 위한 전략이었다. 큰 욕심 내지 말고 대중의 편견에 부딪혀봐야 편견이 깨지든, 쌓이든 결과가 나온다. 각오하고 만들었다”고 감독 출사표를 던졌다.

그가 각본까지 직접 쓴 ‘웅남이’는 100일간 쑥과 마늘을 먹고 사람이 된 아기 반달곰 형제가 훗날 전직 경찰, 범죄자로 다시 만나는 상황을 코믹하게 그렸다. 쌍둥이 1인 2역은 배우 박성웅이 맡았다. 14년 전 대학로에서 그를 알게 된 박성광이 “나중에 영화감독‧주연배우로 만나자”고 약속한 게 계기다. 2011년 서울국제초단편영화제의 단편 제작 프로그램을 통해 박성광이 첫 단편 ‘욕’을 연출하면서 본격적인 시동이 걸렸다. 이후 독립 단편 ‘슬프지 않아서 슬픈’(2017), MBC 웹예능에서 개그맨 정형돈이 쓴 대본으로 만든 ‘끈’(2020) 등 단편 연출을 꾸준히 했다.

상업영화 데뷔작 '웅남이' 22일 개봉

초짜 감독 박성광 "내가 최민수를 디렉팅?" 

개그맨 박성광의 상업영화 감독 데뷔작 '웅남이'가 22일 개봉한다. 인간을 초월하는 짐승 같은 능력으로 국제 범죄 조직에 맞서며 쌍둥이 형과 쫓고 쫓기는 상황에 놓이는 전직 경찰 웅남이의 코미디 액션을 그렸다. 사진 CJ CGV

개그맨 박성광의 상업영화 감독 데뷔작 '웅남이'가 22일 개봉한다. 인간을 초월하는 짐승 같은 능력으로 국제 범죄 조직에 맞서며 쌍둥이 형과 쫓고 쫓기는 상황에 놓이는 전직 경찰 웅남이의 코미디 액션을 그렸다. 사진 CJ CGV

13일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시사 후 간담회에서 박성웅은 “저를 놓고 (시나리오를) 썼다고 하니 안 할 수 없었다”면서 “재작년에 대본을 받았는데 ‘이 친구가 이걸 해내네’ 싶어 기특했다”고 했다.
최민수도 ‘감독’ 박성광을 보고 출연했다. 웅남의 쌍둥이 형제인 국제 범죄 조직 2인자 웅북 역을 맡았다. 제작사가 최민수 캐스팅을 제안했을 때 “대박, 내가 그분을 디렉팅한다고?” 놀랐다는 박성광은 “18~19년 전 신인 때 최민수 선배 촬영장에 보조 출연한 이후 처음 다시 뵈러 갔다. 여러 질문을 하신 뒤에 출연을 승낙받았다. ‘너의 말보다 눈빛에 마음을 정했다’면서 ‘이제부터 개그 빼라. 너는 감독이다’ 하시더라” 돌이켰다.
영화 ‘용가리’, ‘디 워’ 등 SF 대작을 만든 심형래, 주연·연출을 겸한 ‘복수혈전’에 이어 ‘복면달호’, ‘전국노래자랑’ 등 영화 제작에 뛰어든 이경규, ‘납자루떼’, ‘도마 안중근’ 등을 연출한 서세원 등 개그맨 출신 영화감독이 잇따랐지만, 흥행‧비평에 성공한 사례는 드물다.

"개그맨 감독 '리스크'…편견에 상처 많았죠"

 '웅남이'에서 최민수(왼쪽)는 범죄 조직 악역을 맡았다. 박성웅(오른쪽)은 전직 경찰 웅남과 어릴 적 헤어진 쌍둥이 형 웅북(사진) 1인2역을 맡았다. 사진 CJ CGV

'웅남이'에서 최민수(왼쪽)는 범죄 조직 악역을 맡았다. 박성웅(오른쪽)은 전직 경찰 웅남과 어릴 적 헤어진 쌍둥이 형 웅북(사진) 1인2역을 맡았다. 사진 CJ CGV

박성광 자신도 ‘개그맨 감독’은 영화 투자 유치에 ‘리스크(위험요소)’였다고 했다. “‘웅남이’ 전에 휴먼·로맨스 스릴러 시나리오도 썼는데 개그맨이 왜 이런 걸 썼냐고 제작사마다 퇴짜 맞았다. 거의 투자가 됐다가 ‘개그맨 그분 아니죠’ 하는데 ‘맞다’고 답하는 순간 철회되기도 했다. 상처도 많이 받아서 직업을 숨길까도 했다”며 “정통(영화감독)이 아니다, 가볍지 않을까, 하는 편견을 느꼈다”고 했다. “제작 초반에는 제가 얼마나 아는지 테스트해보는 것 같아서 자격지심도 있고 자존감이 떨어졌다. 촬영할 장면을 빠트려서 퇴근한 배우를 다시 부르는 실수도 했다”고 했다.
촬영 직전 최민수가 자동차 사고로 입원하는 일까지 있었다. 박성광은 스트레스에 머리털이 빠지고 몸에 염증이 생겨 제대로 걷지 못하는 지경까지 갔다. 결국 영화현장을 잘 모른다고, 잘 만들 수 있게 도와달라고 솔직하게 터놓고 나자 현장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한다. 박성광 자신부터 초심으로 돌아갔다는 것이다. 영화를 다시 꿈꾸게 했던 첫 단편 때를 떠올렸다.
 촬영 당시 한 인터뷰에서 “완성작 보고 저만 웃으면 어떡하느냐”고 걱정했던 그는 “첫 상영 때 관객이 웃는 걸 보면서 더 제대로 공부해서 만들어야겠다는 욕심이 생겼다. 만들면서 정말 즐거웠다”고 돌이켰다. “신인 때 왜 개그맨이 됐냐고 물어보면 ‘국민에게 즐거움을 주는 게 좋다’고 했거든요. 영화감독을 하려는 이유도 같아요. 제 뒤에 영화감독을 꿈꿀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자부심 있는 코미디언으로서 길을 만들고 싶습니다.”

유세윤 호러, 김영희 성인물…감독 데뷔 잇따른 이유는

최근 유튜브‧OTT 등을 통해 영상 제작이 활성화하면서 코미디언 출신 감독도 잇따르는 추세다. 2021년 유세윤은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의 공포 영화 ‘이상존재’로, 김영희는 성인 영화 ‘기생춘’으로 나란히 감독 데뷔했다. ‘안어벙’이란 별명이 유명한 안상태도 2018년 첫 단편 ‘모자(모호한 자의 줄임말)’가 유튜브 조회 수 100만을 찍은 뒤 영상 연출을 해오고 있다.

'웅남이' 촬영 현장에서 박성광. 그는 코미디쇼와 영화에서 웃음의 차이는 이렇게 짚었다. “무대에선 유행을 조금만 비틀어도 되는데 영화는 길게는 3~4년 후에 개봉한다. 유행 요소를 쓰면 철 지난 게 된다”면서 “결국 영화는 드라마다. 코미디는 양념이고 과하면 해가 된다. ‘웅남이’도 너무 코미디로 찍지 말고 내용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사진은 촬영 현장 모습. 사진 CJ CGV

'웅남이' 촬영 현장에서 박성광. 그는 코미디쇼와 영화에서 웃음의 차이는 이렇게 짚었다. “무대에선 유행을 조금만 비틀어도 되는데 영화는 길게는 3~4년 후에 개봉한다. 유행 요소를 쓰면 철 지난 게 된다”면서 “결국 영화는 드라마다. 코미디는 양념이고 과하면 해가 된다. ‘웅남이’도 너무 코미디로 찍지 말고 내용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사진은 촬영 현장 모습. 사진 CJ CGV

‘개그콘서트’ 등 고정 코미디 프로그램이 실종되면서 예능만 남은 코미디언들이 새로운 재능 찾기에 나섰다는 해석도 나온다.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는 “코미디언 중 연극영화과 출신도 많다”면서 “영화 연출의 장벽이 낮아지고 있어서 내실 있는 제작사가 받쳐준다면 시나리오와 배우를 끌어모을 수 있다는 점에서 또 다른 코미디언 출신 감독이 나올 수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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