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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방일 맞춰, 日수출규제 4년 만에 풀렸다…WTO 제소도 취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윤석열 대통령 방일을 계기로 4년 가까이 이어져 온 일본의 대(對) 한국 수출규제가 풀린다. 그 대신 한국 정부는 일본에 대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취하하기로 했다. 소재ㆍ부품ㆍ장비(소부장) 공급망의 불안정성이 해소되고, 그간 사실상 멈춰있던 양국의 경제 교류가 급물살을 타게 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6일 자료를 내고 일본 정부가 반도체 핵심 소재인 포토레지스트ㆍ불화수소ㆍ불화 폴리이미드 등 3개 품목의 수출규제 조치를 해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일본 측이 수출관리 운영 규정을 바꿔 개별허가가 아니라 2019년 7월 수출규제에 나서기 전처럼 ‘특별일반포괄허가’를 적용하는 식이다. 14~16일 일본 경제산업성과 9차 한일 수출관리 정책 대화(국장급)를 진행한 뒤 나온 결과다.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해제와 동시에 한국은 WTO 제소를 취하하면서 분쟁 절차를 끝내기로 했다. 또한 양국 정부는 수출 관리 우대 대상국인 ‘화이트리스트’도 조속히 원상회복하도록 긴밀히 논의하기로 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규정 변경, WTO 통보 같은 절차를 거쳐 가까운 시일 내에 합의가 실제 시행될 것이다. 화이트리스트 변경은 법적 의견수렴 등 시간 관계상 추가로 정책 대화를 잡아서 정리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윤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에 수출규제 해제부터 발표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6일 도쿄 하네다 국제공항에 도착해 공군 1호기에서 내리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6일 도쿄 하네다 국제공항에 도착해 공군 1호기에서 내리고 있다. 뉴시스

앞서 일본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반발하면서 2019년 7월 반도체ㆍ디스플레이 등에 쓰이는 3개 품목 수출 통제에 나섰다. 8월에는 화이트 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했다. 그러자 한국은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를 WTO에 제소했고, 분쟁 절차가 이어져 왔다.

하지만 지난 6일 윤 정부가 강제징용 문제 해법을 발표하면서 기류가 급변하기 시작했다. 일본 정부는 한ㆍ일간 수출관리 정책 대화를 개최하고, 그 대신 한국 측도 WTO 분쟁 절차를 일시 중단하기로 했다. 그리고 열흘 만에 일본의 수출규제 해제로 결론이 났다.

산업계에선 수출규제가 풀리면 사업적 불확실성이 줄어들 것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그동안 소부장 국산화, 수입선 다변화 등으로 반도체 생산 등에 큰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지난해 한국의 전체 소부장 부문 수입액(2614억6000만달러) 가운데 일본으로부터의 수입액(394억2000만달러)은 약 15.1%를 차지해 비중이 역대 최저치에 이르렀다.

그러나 통계와는 달리 산업 현장에서는 체감하는 일본 의존도가 여전히 높고, 대일 관계 악화로 기업의 경영 환경이 나빠졌다는 지적과 불만의 목소리가 함께 터져나왔다. 소부장 분야는 당장 몇 년의 시간을 준비한다고 해서 근본적으로 따라잡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서다. 일본과의 기술 교류를 기반으로 격차를 좁혀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가장 중요하고 시급했던 수출규제 해제가 이뤄진 만큼 향후 양국 협력을 어디까지 확대할 수 있을지가 중요해졌다. 인적 교류, 기술 협력은 물론이고 국제 질서 재편 과정에서의 협력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면서 “공급망 문제에서도 기업들의 운신 폭이 넓어졌다는 의미가 크다”라고 말했다.

한일 관계의 대표적인 걸림돌이 사라진 걸 계기로 양국 경제 협력이 확대될 거란 기대도 크다. 주춤했던 재계 교류가 활발해지고, 공급망 강화나 국내 투자 확대 같은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16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일본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와 한일 미래 파트너십 선언을 하고 “양국 간 경제관계를 한층 더 확대하고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 차원의 협력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공동기자회견에서 "양국간 경제안보에 관한 협의체를 출범하기로 했고, 수출 관리에서도 진전이 있었다. 앞으로 각 정책 분야에서 담당 부처 간 대화를 폭넓게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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