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변기서 나와 사람 물었다…美, 악어도 삼킨 '괴물뱀' 공포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초대형 비단뱀 개체 수가 급증하면서, 주는 이를 포획하기 위한 대회를 열고 마리당 최대 수백달러에 달하는 포상금까지 내걸고 있다.

미국 플로리다에서 최근 포획된 거대 비단뱀. AP=연합뉴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4일(현지시간) 미국 지질조사국(USGS)이 지난달 초에 내놓은 버마왕비단뱀 연구 종합보고서를 소개하며 플로리다주의 비단뱀 문제를 다룬 기사를 보도했다.

USGS에 따르면 남아시아 열대우림이 원서식지인 버마왕비단뱀은 지난 2000년 플로리다에서 처음 야생으로 발견됐다. 그 후 20여년간 야생 개체 수가 급증, 적어도 수만 마리가 플로리다에 사는 것은 확실하지만 정확한 규모를 추정하기는 불가능한 상태다.

‘세계 5대 뱀’으로 알려진 버마왕비단뱀은 비단뱀과(科)로 분류되며, 뱀아목(亞目) 동물 4038개 종 가운데 가장 큰 종이다.

AP=연합뉴스

수가 크게 불어난 플로리다의 비단뱀은 주로 에버글레이즈 국립공원 등 늪지대에서 발견되지만, 네이플스나 주도(州都) 마이애미 외곽 등 도시 주변에도 자주 출몰한다. 지난해 11월에는 1.5m에 달하는 비단뱀이 악어를 통째로 삼킨 모습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기도 했다.

실제 주민들의 일상생활을 위협한 사례도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지난 2019년 5월에는 플로리다주 남부의 아파트 화장실 변기에서 1.2m 길이의 비단뱀이 나와 사람을 물었다.

어떻게 번식하고 이동하는지도 알려져 있지 않다고 한다. 다만 2021년 말에는 알 122개를 뱃속에 품은 97.5㎏짜리 암컷이 발견되기도 했다.

플로리다에 비단뱀이 급속히 확산하면서 주정부와 연방정부가 수십억 달러의 예산을 투입해 진행해 에버글레이즈 자연환경 보전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USGS 보고서는 침입종을 “(생태계) 복원 성공에 가장 큰 위협 중 하나”로 꼽았다.

플로리다 비단뱀 잡기 챌린지. EPA=연합뉴스

NYT 역시 버마왕비단뱀 탓에 도요새류, 물떼새류, 습지토끼, 흰꼬리사슴 등 에버글레이즈에 사는 토착종들이 급격히 줄었다는 선행 연구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 플로리다주 어류야생보전위원회(FWC)는 지난 2013년부터 매년 ‘플로리다 비단뱀 챌린지’라는 비단뱀 잡기 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작년 대회에는 977명이 참가했으며 28마리를 잡은 대상 수상자는 상금 1만 달러를 받았다. 포상금은 길이가 4 피트(122㎝)까지는 피트당 50달러, 이를 초과하는 길이에 대해서는 피트당 25달러다. 즉 4피트짜리는 200달러, 5피트짜리는 225달러, 10피트짜리는 350달러다.

이 대회와 별도로 주정부는 비단뱀 잡는 사람들에게 포상금과 함께 수당을 주기도 한다.

이 때문에 비단뱀 잡기를 취미로 시작했다가 아예 직업으로 삼는 이른바 ‘비단뱀 헌터’도 생겨났다.

이보람 기자 lee.boram2@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