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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암참·포스코 제3자변제 기부…'재원 마련' 문턱 넘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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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지난 10일 서울대 총동창회에 이어 14일 주한미국상공회의소가, 15일엔 포스코가 기부금 납입을 완료했다. 연합뉴스

지난 10일 서울대 총동창회에 이어 14일 주한미국상공회의소가, 15일엔 포스코가 기부금 납입을 완료했다. 연합뉴스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사장 심규선, 이하 지원재단)이 정부의 강제징용 해법인 제3자 변제안을 추진하기 위한 재원 마련의 문턱을 넘었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이 지난 14일 오후 지원재단에 기부금 입금을 완료한 데 이어 포스코 역시 최근 이사회 의결을 거쳐 15일 지원재단에 40억원의 기부금을 납입했다. 앞서 지난 10일 서울대 총동창회는 지원재단에 1000만원을 기부하며 재원 마련의 물꼬를 텄다. 지원재단이 2018년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은 강제징용 피해자 15명에게 지급해야 하는 돈은 손해배상금·지연이자·소송비용 등 약 40억원 규모다.

정부는 제3자 변제안을 발표할 당시만 해도 한·일 기업의 자발적 기여를 통해 재원을 마련하겠단 계획이었다. 그럼에도 암참은 한·일 양국의 역사 문제이자 한국 대법원 판결에 따른 법적 분쟁인 강제징용 문제 해결에 동참했다. 정부 관계자는 “암참이 14일 저녁 지원재단에 기부금 납입을 완료하며 한·일 갈등 현안인 강제징용 문제 해결에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며 “암참의 기부를 계기로 한·일 기업 외의 다른 나라에서도 각계각층의 자발적 기여가 이어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제임스 김 암참(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은 지난 8일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에 자발적으로 기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연합뉴스

제임스 김 암참(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은 지난 8일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에 자발적으로 기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연합뉴스

앞서 지난 8일 제임스 김 암참 대표는 자발적 기여를 결정한 계기에 대해 “민감한 역사 문제 논의와 관련해 한국과 일본 정부가 발표한 역사적 합의를 환영한다”며 “이 같은 획기적인 합의를 지원하기 위해 암참은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에 기부할 것이며, 회원사의 지원을 독려한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의 수혜를 입은 국내 기업·공공기관 중 처음으로 자발적 기여에 나섰다. 정부 소식통은 “정부가 추진하는 강제징용 해법에 기여하기 포스코가 이사회 의결을 거쳐 지원재단에 자발적으로 기여했다”이라며 “포스코는 과거 지원재단 출범 당시 100억원을 기부하기로 약속했고, 이 중 아직 내지 않은 40억원을 이번에 납입하겠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2012년 약속했던 100억원의 기부금 중 남은 40억원을 15일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에 납입했다. [연합뉴스]

포스코는 2012년 약속했던 100억원의 기부금 중 남은 40억원을 15일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에 납입했다. [연합뉴스]

포스코는 앞서 2012년 지원재단에 100억원의 기부금을 내기로 약정했다. “대일 청구권 자금으로 설립해 성공한 대표기업이라는 도의적 인식하에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범국가적 지원에 동참하겠다”는 취지였다. 이후 2016년과 2017년에 각각 30억원씩 출연해 현재 총 60억원을 지원했다. 이 돈은 현재 지원재단이 강제징용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한 기본 자산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와 관련 포스코 관계자는 “과거 재단에 100억원을 출연하겠다는 약정서에 근거하여 남은 40억원을 정부의 강제징용 해법 발표 취지에 맞게 자발적으로 출연하기로 했다”며 “이번 정부 발표에 따라 유보되었던 잔여 약정액 40억원을 출연함으로써 포스코는 재단과의 약속을 이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로써 지원재단은 제3자 변제안을 추진하기 위한 재원 마련의 문턱을 넘게 됐다. 정부는 강제징용 문제의 해법으로 제3자인 지원재단이 일본 피고 기업(미쓰비시중공업·일본제철)이 지급해야 할 손해배상금을 대신 변제하겠다는 내용의 해법을 발표했지만, 정작 변제금에 사용할 재원은 마련되지 않은 애매한 상태를 끝낼 수 있게 된 셈이다.

심규선(오른쪽)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 이사장은 지난해 말부터 재단 특별위원회 및 자문위원회 위원들을 만나 설득 작업을 벌여 왔다. 김종호 기자

심규선(오른쪽)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 이사장은 지난해 말부터 재단 특별위원회 및 자문위원회 위원들을 만나 설득 작업을 벌여 왔다. 김종호 기자

다만 지원재단 입장에선 ‘플러스 알파’가 절실한 상황이다. 포스코가 지급한 40억원은 당초 15명의 확정판결 피해자가 아닌 21만여명의 전체 강제징용 피해자를 위해 사용해야 하는 기부금이기 때문이다.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피해자의 경우 자신들을 위해 사용돼야 할 돈이 제3자 변제에 사용된다는 점에 불만을 품을 수 있다.

이에 심규선 지원재단 이사장은 지난해 말부터 피해자 유족들로 구성된 특별위원회와 자문위원회 위원들을 만나 청구권 협정의 수혜를 입은 기업의 기부금이 제3자 변제에 사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언급하며 설득 작업을 벌여왔다고 한다. 외교 소식통은 “심규선 이사장이 전국을 돌며 재단 특별위원회와 자문위원회 위원들을 만나 설득하며 동의를 받았다”며 “포스코 등의 기부금으로 40억원을 제3자 변제에 사용할 경우,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40억원의 기부금을 다시 마련해 이 돈은 제3자 변제와 관계없는 징용 피해자와 유족들을 위해 사용하겠다는 취지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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