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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시간 애 맡길 수 있어 좋다"…바뀐 시간제보육 성과 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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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이게 뭐지? 응, 사과지 사과.”
지난달 28일 오전 10시 30분쯤 찾은 서울 동작구 한강어린이집 0세 반에서는 보육교사가 4명의 아이를 돌보고 있었다. 여느 어린이집 0세 반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 반은 통합형 시간제보육반이다. 3명은 정규반으로 입소한 아이들이고 1명은 오전 9시~낮 12시에만 이용하는 시간제보육 아이인데 4명이 함께 지낸다. 시간제보육은 36개월 미만 영아를 둔 부모가 병원 진료나 취업 준비 등의 사유가 있을 때 필요한 시간 만큼 아이를 맡기는 서비스다. 원래는 시간제 보육 아이들만 모아 돌보는데, 정부가 지난해 9월부터 정원 미달인 어린이집에서 시간제보육 이용 아이를 기존 반에서 통합 보육하는 제도를 시범 운영했다. 지난달까지 6개월간 14개 시·군·구의 총 120개 어린이집(160개 통합반)에서 200여명의 아이가 이용했다.

지난달 28일 서울 동작구 한강어린이집에서 시간제보육 통합반 아이들이 놀고 있다. 사진 황수연 기자.

지난달 28일 서울 동작구 한강어린이집에서 시간제보육 통합반 아이들이 놀고 있다. 사진 황수연 기자.

시간제보육은 가정 돌봄 비율이 높은 만 0세, 만 1세 부모에게서 호응이 크다. 믿을만한 곳에 저렴한 비용(월 80시간까지 1시간당 1000원)으로 원하는 시간만 아이를 맡길 수 있어서다. 그러나 전국 어린이집 3만여곳 중 698곳, 육아종합지원센터 128곳 중 98곳만 시간제보육을 제공한다. 전국 229곳 기초지자체 중 시간제보육 기관이 없는 시·군·구는 24%(55곳)에 달한다. 어린이집 입장에선 전담 선생님을 신규로 채용하고 정규 보육반과 별도 공간에서 운영해야 해 제약이 컸다. 그러나 통합반은 기존 반의 보육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어린이집 부담을 덜어줬다. 독립반을 운영할 만큼은 아니지만 간헐적으로 수요가 있는 지역에서의 시간제보육 사각지대를 최소화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시간제보육의 독립반과 통합반 차이. 자료 보건복지부 제공.

시간제보육의 독립반과 통합반 차이. 자료 보건복지부 제공.

김도영 한강어린이집 원장은 “2022년 원아가 정원의 3분의 1만 모집돼 고민하던 차에 통합반 사업 얘기를 듣고 신청하게 됐다”라며 “기존 반에 새로 오는 친구 한 명만 투입되는 시스템이라 정원이 미달인 원 입장에선 좋은 조건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원에는 만 0세 두 명이 정기적으로 통합반을 이용했다.

김 원장은 “시간제보육반 아이의 경우 적응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어 초기 일주일에만 부모님들께 매일 등원을 요청했다”라며 “적응 후로는 선생님과 라포(신뢰관계)가 형성돼 아이가 짧게 있다 가더라도 올 때마다 울지 않고 잘 지냈다. 아이도 엄마도 만족도가 컸다”라고 말했다. 통합반에 딸을 맡긴 엄마 이모(36)씨는 “양육수당은 그대로 받으면서 돌봄이 필요한 2~3시간만 아이를 원에 보낼 수 있어 좋았다”라며 “집안일도 하고 쉴 수 있어 힐링이 됐다”라고 했다. 이씨는 이 시간에 틈틈이 취업 준비도 해 이달부터 회사에 나갈 수 있게 됐다. 정규반 아이와 함께 지내는 데 우려는 없었냐는 질문에 “통합반은 기존 다니던 아이들과 섞여 똑같이 하는 것”이라며 “생일과 운동회 같은 행사에도 정규반 아이들처럼 참여했다”라고 했다.

지난달 28일 서울 동작구 한강어린이집 시간제보육 통합반에서 만0세 아이들이 선생님과 놀고 있다. 사진 황수연 기자.

지난달 28일 서울 동작구 한강어린이집 시간제보육 통합반에서 만0세 아이들이 선생님과 놀고 있다. 사진 황수연 기자.

전남 화순군에선 시간제보육 기관이 전무했는데 스마일어린이집에서 통합반을 0세 반 1개, 1세 반 2개 열었다. 김영현 원장은 “맞벌이나 육아 휴직 중인 부모, 쉼이 필요한 부모 등 10명 정도가 요긴하게 이용했다”고 전했다. 쌍둥이 아이 중 한 명을 통합반에 보낸 정모(31)씨는 “돌 될 때까진 최대한 가정보육을 해보려다 너무 힘들어 2, 3시간만 보내고 싶었는데 마침 시범사업 얘기를 듣고 신청했다”라고 했다. 그는 “기존에 다니는 어린이집 아이들과 차별 대우를 받는 것 아닌가 걱정돼 짧게 보냈다가 원에서 신경을 많이 써주고 아이도 즐거워해서 나중에는 종일반(오전 10시~오후 3시)을 이용했다”라고 했다. 통합반은 오전반, 오후반, 종일반 중 하나를 택할 수 있다. 정씨는 “이런 기관이 많아지고, 자리가 충분해 수강 신청하듯 예약하는 게 아니라 필요한 사람이 손쉽게 신청할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정부는 하반기 중 2차 시범사업을 한다. 내년부터는 접근성이 뛰어난 가정어린이집 등을 중심으로 읍면동 단위에 1곳 이상 시간제보육반을 설치하는 걸 목표로 한다. 어린이집이 큰 부담없이 운영할 수 있도록 통합형 형태를 적극 유도할 방침이다. 나성웅 한국보육진흥원장은 “시간제보육이 필요할 때 보다 가까운 곳에서 서비스를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지속해서 확대하고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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