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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역대 3번째로 닥친 지방은행 연쇄 부도 공포…과제 산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폐쇄 사태의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부풀었던 자산 거품이 SVB 파산을 신호탄으로 꺼져가고 있다며 “대상승기(The Great Hiking Cycle)가 저물고 있다”고  전했다. 미 정부가 SVB 고객 예금 전액 보장 등 유례가 드문 카드를 신속하게 꺼낸 덕에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확산은 막았지만 시장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A U.S. flag flies outside a branch of the Silicon Valley Bank in Wellesley, Massachusetts, U.S., March 13, 2023.   REUTERS/Brian Snyde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A U.S. flag flies outside a branch of the Silicon Valley Bank in Wellesley, Massachusetts, U.S., March 13, 2023. REUTERS/Brian Snyde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전날 ‘검은 월요일’ 공포를 이겨낸 아시아 증시는 14일 하락세로 돌아섰다. 한국 코스피(-2.56%)는 물론 일본 니케이225, 홍콩 항생 등 아시아 주요 지수는 나란히 2% 넘게 추락했다. 고금리가 불러온 금융시장 충격이 미 SVB와 실버게이트ㆍ시그니처은행 폐쇄로만 끝나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확산하면서다.

투자자들은 불안감에 금융주를 던지기 시작했고, 미 장기 국채를 대거 보유하고 있는 일본 시중은행의 부실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날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금융 주가지수에 포함된 전 세계 금융 주식의 시가총액이 SVB 폐쇄 이후 4650억 달러 감소했다. 한화 약 609조원으로 한국 정부 1년 예산과 맞먹는 돈이 단 이틀(거래일 기준) 사이 증발했다.

미국에선 SVB와 비슷한 규모의 미국 중소 지방은행이 연쇄 도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무디스는 퍼스트리퍼블릭을 비롯해 자이언즈 뱅코프, 웨스턴 얼라이언스 뱅코프, 코메리카, UMB 파이낸셜, 인트러스트 파이낸셜 등 지역 은행 6곳에 대해 신용등급 하향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안소은 KB증권 연구원은 “뱅크런 확산의 고비는 일단 넘긴 것으로 판단된다”면서도 “고금리의 부담이 경제 곳곳에 누적돼 있기 때문에 향후 다른 형태로 문제가 발현될 가능성을 열어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14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전 거래일대비 61.63포인트(2.56%) 하락한 2348.97을 나타내고 있다. 뉴스1

14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전 거래일대비 61.63포인트(2.56%) 하락한 2348.97을 나타내고 있다. 뉴스1

미국 경제에 지방은행 연쇄 부도 위험 ‘경고등’이 켜진 건 1980년대 말 터진 미 저축대부조합 붕괴 사태, 2008년 금융위기에 이어 이번이 세번째다. 앞서 2차례 벌어진 미국의 은행 연쇄 부도 위기에서 ‘방아쇠’ 역할을 했던 건 고금리다. 시중에 넘쳐나는 돈 탓에 물가가 급하게 오르자 금리 인상 처방이 나왔고, 수면 아래 가려져 있던 은행 부실이 터져 나왔다.

40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은 물가를 잡겠다며 현재 정책금리를 연 4.75%(상단 기준)까지 끌어올린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SVB 파산에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 금융당국이 SVB 등 폐쇄 은행의 고객 예금 전액 보장, 은행 유동성 지원 기금 신설 등 속전속결로 대응하고 나선 것도 이런 과거 트라우마 때문이다. 한번 무너지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는 금융 시스템 구조상 조기 진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비정상적일 정도로 빠른 조치가 이뤄졌다”(CNN)는 보도가 나올 정도로 미 당국이 급한 불을 끄는 데는 성공했다는 평가다. 문제는 다음이다. 수 시간 만에 대규모 예금이 빠져나가는 ‘초고속 디지털 뱅크런’의 위험성이 확인된 만큼 유동성 지원 기금을 통한 연쇄 파산 예방, SVB 같은 폐쇄 은행 조기 매각 등으로 위기의 전염을 막는 게 필요하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4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 참석해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4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 참석해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다만 현 사태가 금융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경제 전체가 무너지는 ‘시스템 리스크’로 번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평가가 아직은 우세하다. 김상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미국) 대형 은행의 구조가 중소형 은행만큼 취약하지 않고 당국의 적극 구제 의지가 확인된 만큼 시스템 리스크 가능성은 작다”고 평가했다.

SVB 후폭풍이 이어지면서 한국 정부의 경계감도 높아졌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세계 경제가 인플레이션(고물가)을 아직 통제하지 못한 상황에서 금융 시스템 불안 요인까지 겹치면서 향후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관계기관 합동점검체계를 24시간 가동해 국내외 시장 상황을 실시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금융시스템 전반의 취약요인을 지속 점검ㆍ보완하는 한편 필요시에는 관계기관 공조 하에 신속히 시장안정조치를 시행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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