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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리머니사 강백호 "사람으로서도 좋은 모습 보이겠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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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대표팀 강백호. 연합뉴스

야구 대표팀 강백호. 연합뉴스

아픈 만큼 성숙해지겠다고 약속했다. '세리머니사'로 강백호(24·KT 위즈)는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고개를 숙였다.

"강백호 선수에 대한 질문은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지난 10일 WBC 1라운드 일본전을 앞둔 이강철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조심스럽게 이야기했다. 전날 호주전에서 황당한 주루사를 당한 강백호 관련 질문에 답하면서였다. 하지만 선발 라인업에는 강백호의 이름을 써넣었다. 그만큼 강백호의 실력과 정신력을 믿었다.

13일 WBC 중국전을 마친 뒤 악수하는 이강철 감독(왼쪽 둘째)과 강백호. 뉴스1

13일 WBC 중국전을 마친 뒤 악수하는 이강철 감독(왼쪽 둘째)과 강백호. 뉴스1

강백호는 9일 호주전 대타로 나와 2루타를 쳤다. 이후 벤치를 향해 주먹을 드는 세리머니를 하다 2루 베이스에서 발이 떨어졌고, 태그 아웃됐다. 호주에게 7-8로 지면서 비난의 화살이 강백호에게 쏟아졌다.

강백호는 13일 1라운드 탈락이 확정된 뒤 치른 중국전 이후 "내가 아쉬운 플레이를 했다. 인정한다"고 말했다. 이어 "너무 기분이 좋아서 주체를 못 했다. 보여드려선 안 될 플레이였다"고 설명했다.

강백호는 2018년 KT 입단 당시부터 야구 팬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고교 시절 뛰어난 타격은 물론 투수와 포수 수비까지 맡는 팔방미인이었다. 프로에 오면서 외야수로 변신했던 강백호는 타격 재능을 살리기 위해 1루수로 전향했다. 부침을 겪긴 했지만, 20대 초반 선수 중 강백호만큼 힘있는 타격을 하는 선수는 없다. WBC에서도 타격 연습 때마다 관중석으로 펑펑 타구를 날려보냈다.

9일 호주와의 경기에서 세리머니를 하다 아웃된 강백호. 연합뉴스

9일 호주와의 경기에서 세리머니를 하다 아웃된 강백호. 연합뉴스

하지만 2년 전 도쿄올림픽에서 집중포화를 받았다. 동메달결정전 당시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껌을 씹는 모습이 중계화면에 잡혔다. 당시 해설을 맡았던 박찬호 위원이 "저러면 안 된다. 더그아웃에서 파이팅을 계속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팬들의 화살이 강백호를 향했다.

또다시 화제의 중심이 된 강백호는 차분한 표정으로 "나는 괜찮다. 그저 기대해 주신 팬들께 실망을 드리고 좋은 모습을 못 보여드린 게 죄송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준비를 열심히 했는데, 아쉽게 결과는 좋지 못했다. 기대한 만큼 잘 하지 못해 죄송하고, 앞으로 열릴 대회에서는 책임감을 가지고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여러 일들이 있었지만, 강백호는 여전히 한국 야구의 미래다. 도쿄올림픽에 이어 이번 WBC에서도 맹타를 휘둘렀다. 대표팀에서 가장 많은 안타(14타수 7안타)를 쳤다. 2019 프리미어12부터 출전한 세 차례 국제대회 타율은 0.362(47타수 17안타)다. 이정후가 올 시즌 뒤 MLB에 진출할 경우, 내년 프리미어12에선 강백호가 타선을 이끌어야 한다. 강백호는 "준비한 만큼 못 보여줘 아쉬움이 크고, 시즌 때 보여드리겠다"고 했다.

실력을 떠나 인간적으로 성숙하겠다는 다짐도 했다. 강백호는 "저를 안 좋게 보시는 분도 있지만, 응원해주신 분들도 많다. 다 좋아해달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많은 분들께 좋은 모습, 선수로서 성장한 모습, 그리고 사람으로서 인간성이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도록 더 노력 많이 할테니 지켜봐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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