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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먼데이 막아라…바이든 "예금 안전하다" SVB 대국민 연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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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오전 백악관 루즈벨트룸에서 미국의 은행 시스템에 관련해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오전 백악관 루즈벨트룸에서 미국의 은행 시스템에 관련해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의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와 관련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대국민 연설을 통해 “여러분의 예금은 필요할 때 그곳에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 CNN 방송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 오커스(AUKUS, 미·영·호주) 3자 회담 참석차 샌디에이고로 떠나기 전 SVB 파산 사태와 관련한 연설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문제가 된) 은행들에 계좌를 갖고 있는 미 전국의 중소 기업들은 직원들에게 급여를 주고 청구서를 지불할 수 있다는 사실에 안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인들은 은행 시스템이 안전하다는 것에 자신감을 가져도 된다”고 했다. “납세자가 손실을 부담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이 중요한 점”이라면서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날 연설은 미 주식 시장의 ‘블랙 먼데이(월요일 증시 대폭락)’ 사태를 막기 위한 취지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설에서 “은행 투자자는 보호받지 못할 것”이라며 “그들은 고의로 위험을 감수했기 때문에 돈을 잃는다. 그게 자본주의가 작동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또 2008년 금융 위기 사태를 계기로 도입한 금융 규제를 트럼프 전 행정부가 완화했다는 점을 거론하면서 “이런 은행 파산이 일어날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의회와 규제 당국에 은행에 대한 규칙을 강화할 것을 요청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은행을 인수하면 은행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더 이상 그곳에서 일하지 말아야 한다”며 은행 경영진이 책임을 져야한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내 행정부에서는 그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다”고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인 12일 저녁 성명에서도 “미국 국민과 기업은 필요할 때 은행 예금이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질 것”이라며 “납세자들의 돈을 위험에 처하지 않도록 담보하는 해결책을 규제 당국이 신속하게 마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성명에서 “이 혼란에 책임이 있는 이들에게 철저히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앞서 스타트업·IT 기업의 ‘돈줄’로 꼽혔던 SVB는 지난 10일 유동성 문제로 폐쇄 및 자산 매각 절차에 돌입했다. 총자산 규모 2090억 달러(약 277조원)로  SVB의 파산은 적지 않은 충격을 불러 일으켰다. 2008년 미국발(發) 금융위기 당시 저축은행 워싱턴뮤추얼 파산 이후 최대 규모의 은행 파산으로 꼽혔다. 12일 뉴욕주 기반의 암호화폐 은행 시그니처은행도 폐쇄 및 자산 몰수 절차에 들어갔다.

이에 미국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Fed), FDIC는 주말인 12일 금융권의 추가 뱅크런(bank run·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을 막기 위해 “SVB 예금주들의 예금을 전액 보증한다”고 발표했다. 13일부터 SVB의 모든 예금주들이 계좌에 접근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다만 은행의 도덕적 해이 논란을 감안해 SVB 주식과 채권에 대한 보증은 제외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이 같은 선제 조치에도 시장은 불안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SVB와 유사한 스타트업 대상 은행인 퍼스트리퍼블릭에 대한 파산 경고 신호가 대표적이다.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의 주식은 13일 개장 전 거래에서 약 60% 급락했다고 CNN은 전했다. 퍼스트리퍼블릭의 총자산은 2126억 달러(약 279조원) 규모다. 유럽의 42개 대형 은행주에 대한 지수인 스톡스600 은행 지수는 이날 5%까지 낙폭을 확대했다.

영국 재무부와 영란은행도 SVB발 금융 파동을 막기 위한 선제 조치에 들어갔다. AP통신에 따르면 영국 재무부는 SVB 영국 법인에 예치된 67억 파운드(약 10조 5687억원)의 예금을 확보하기 위해 SVB 영국을 유럽 최대 은행인 HSBC에 매각했다고 발표했다. 매각 대금은 단돈 1파운드(약 1600원)였다. 이와 관련 영국의 자산 투자사 하그리브스 랜스다운의 자금·시장 책임자 수잔나 스트리터는 “이번 인수로 최근 며칠 간 SVB와 거래하는 영국 IT기업 수천 곳이 겪은 악몽이 끝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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