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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7번째 보유국 될 듯" 베일 벗는 '핵잠'…호주 넘어야 할 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해 5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쿼드 정상회의에서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를 만나 악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해 5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쿼드 정상회의에서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를 만나 악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2021년 만들어진 미국·영국·호주의 안보 동맹 ‘오커스’(AUKUS)가 13일(현지시간) 처음으로 대면 정상회의를 한다. 이번 회의에선 오커스 출범 당시부터 추진된 호주의 핵추진 잠수함 보유 계획의 구체적 청사진이 공개된다. 태평양에서 세력을 확장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과 영국이 호주의 해군력 강화에 힘쓰면서, 호주는 조만간 세계에서 7번째로 핵추진 잠수함을 운용하는 나라가 될 전망이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리시 수낵 영국 총리,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이날 오후 미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서 정상회의를 연다. 3국 정상의 대면 회의는 이번이 처음이다. 2021년 오커스 출범 당시만 해도 코로나19 탓에 정상회의가 화상으로 열렸다.

“호주, 세계 7번째 핵추진 잠수함 보유국 될 듯”

미국 해군의 버지니아급 핵추진 잠수함.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해군의 버지니아급 핵추진 잠수함. 로이터=연합뉴스

이번 회의에선 미국과 영국이 호주에 핵추진 잠수함을 제공하고 관련 기술을 전수하기로 한 기존 약속을 재확인하고, 구체적인 계획이 발표될 전망이다. 지난 2021년 9월 결성된 오커스는 출범 당시 미국과 영국은 2040년까지 호주가 최소 8척의 핵추진 잠수함을 획득하고 관련 기술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중국의 군사력에 맞서기 위해서다. 미국이 핵추진 잠수함 관련 기술을 타국에 전수하는 건 1958년 영국에 제공한 이후 처음이다.

로이터통신과 워싱턴포스트(WP) 등은 이번 회의에서 호주가 미국으로부터 최대 5척의 버지니아급 핵추진 잠수함을 사들여 현재 보유하고 있는 콜린스급(3400t) 디젤 엔진 잠수함 6척을 대체하는 내용이 발표될 것으로 예상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호주는 2030년대 초까지 미국에서 건조되는 버지니아급 핵추진 잠수함 3척을 구매하고, 2030년 중반까지 2척을 추가로 살 수 있는 옵션을 갖게 된다. WP는 “최초의 미국산 핵추진 잠수함이 호주에 배치되는 시점은 이르면 2032년이 될 것” 이라고 전했다.

영국 BBC는 “계획이 순조롭게 추진되면 호주는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인도, 러시아에 이어 세계에서 7번째로 핵추진 잠수함을 운용하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지난 12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서 리시 수낵(오른쪽) 영국 총리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가 한 음식점에서 만나 대화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12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서 리시 수낵(오른쪽) 영국 총리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가 한 음식점에서 만나 대화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오커스는 또 이번 회의에서 미국과 영국이 호주에 핵추진 잠수함 관련 기술을 이전하는 구체적인 계획도 발표할  전망이다. 여기엔 영국이 자국의 어스튜트(Astute)급 핵추진 잠수함에 미국의 최첨단 기술을 접목시켜 만들 차세대 핵추진 잠수함 ‘SSN-오커스’(SSN-AUKUS)를 호주에서 건조한다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로이터는 “핵추진 잠수함의 호주 건조를 위해 향후 5년 동안 호주 기술자들은 미국의 잠수함 조선소를 방문해 핵추진 잠수함 건조 기술을 배울 예정”이라고 전했다.

美, 2032년 배치 일정 맞출지 불투명

하지만 실제 획득까진 난관도 많다. 당장 2032년으로 전망되는 버지니아급 핵추진 잠수함의 호주 배치 일정이 실제 이행될 수 있을지가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로이터에 따르면 버지니아급 잠수함을 제작하는 제너럴 다이내믹스사의 현재 수주 잔량은 17척으로 2032년까지 미 해군에 인도할 계획이라며 이 잠수함 중 일부가 호주 해군으로 인수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블룸버그는 “미국에서 핵추진 잠수함을 만드는 회사인 제너럴 다이내믹스와 헌팅턴 잉걸스인더스트리즈는 미 해군의 차세대 핵추진 잠수함 컬럼비아급을 건조하는데 관련 인력을 집중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기존에 건조가 계획됐던 버지니아급 잠수함의 작업 일정은 늦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예산·인력확보·中반발도 변수

막대한 규모의 국방 예산도 호주로선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블룸버그는 “버지니아급 핵잠 구매 비용은 1척당 약 35억 달러로 호주의 연간 국방예산인 300억 달러의 10%가 넘는다”고 전했다. 호주 일간 디오스트레일리안은 13일 호주 정부가 핵 추진 잠수함을 구축하는 데 2055년까지 최소 2160억 호주달러(약 188조3000억원)를 투입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오커스 설립 당시 발표했던 핵 추진 잠수함 구축 예상 비용(500억 호주 달러)의 4배가 넘는 수준이다.

핵추진 잠수함이 호주에 배치된 이후 관련 인력 확보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뉴욕타임스(NYT)는 “(호주군에 배치된) 잠수함은 호주 사령관에게 보고를 할지 모르지만, 많은 승무원들은 미국인이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버지니아급 핵잠은 장교 15명을 포함해 132명의 승무원들이 필요하지만 이를 모두 호주인으로 채우기 어려울 것이란 얘기다.

중국의 반발도 큰 변수 중 하나다. 중국은 호주의 핵추진 잠수함 획득에 대해 강력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호주가 예정대로 핵추진 잠수함을 획득하면 중국이 대만해협을 비롯한 태평양 지역에서 더 공격적인 행동을 취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제임스 커런 시드니대 교수는 NYT에 “중국은 호주의 핵추진 잠수함 확보가 미국의 (대중) 봉쇄 전략에 합류하는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용어사전핵추진 잠수함

원자력(핵) 에너지를 동력으로 사용해 운용하는 잠수함. 연료가 떨어지면 급유를 해야 하는 디젤 엔진 잠수함과 달리 사실상 재급유를 할 필요없이 오랜 기간 수중에 머물며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핵무기를 탑재해 운용하는 전략핵잠수함과는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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