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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잠수함서 SLCM 수중 발사…킬 체인 무력화 노린듯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북한이 유사시 한국을 타격할 무기 목록에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SLCM)을 새로 추가했다. 지난 12일 해당 미사일의 발사 사실을 공개하면서다. 군의 ‘킬 체인’(Kill Chain)을 염두에 두고 발사 수단을 다양화하려는 시도로 분석된다.

북한 고래급 잠수함(위)에서 발사한 미사일이 날아가고 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북한 고래급 잠수함(위)에서 발사한 미사일이 날아가고 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합동참모본부는 13일 “어제(12일) 아침 북한 신포 인근 해상의 북한 잠수함에서 시험 발사한 미상 미사일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곧이어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잠수함 '8·24 영웅함'이 조선 동해 경포만 수역에서 2기의 전략순항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보도했다.

잠수함 순항미사일 첫 발사…SLBM 달리 어뢰관에서 수평 발사

북한이 잠수함에서 순항미사일을 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순항미사일 2발은 수직발사관이 아닌 어뢰 발사관에서 수평으로 발사됐을 가능성이 크다.  공개 사진에서 미사일이 사선으로 날아가는 점도 수평 발사를 뒷받침한다. 수중에서 수평으로 발사돼 물 바깥에서 사선 모양으로 상승하는 걸로 보인다.

잠수함에서 미사일은 수직발사관 또는 어뢰발사관을 통해 쏜다. 지름이 굵고 크기가 큰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은 수직발사관에서 나간다. SLCM이나 대함 미사일은 어뢰발사관에서 발사한다.

해군의 장보고급(1200t)·손원일급(1800t) 잠수함도 어뢰발사관으로 미사일을 쏘는 능력을 갖췄다.

북한이 2021년 10월 '8.24영웅함'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시험발사했다고 조선중앙TV가 20일 보도했다. [조선중앙TV 화면]

북한이 2021년 10월 '8.24영웅함'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시험발사했다고 조선중앙TV가 20일 보도했다. [조선중앙TV 화면]

고래급(2000t)의 8·24 영웅함은 2016년 8월 24일 북극성-1형 시험발사가 이뤄진 잠수함이다. 북한은 이를 기념하기 위해 함정에 해당 명칭을 부여했다. 이후 8·24 영웅함은 2021년 10월 이른바 ‘미니 SLBM’을 쏠 때 공개보도로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다음해 5월 미니 SLBM 시험발사에서도 해당 잠수함이 동원됐다.

수중 발사 포함, 동시다발 섞어쏘기…킬 체인 무력화 의도

전문가들은 북한이 공격 수단을 다양화하는 상황을 엄중하게 봐야 한다고 말한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SLCM을 고래급 어뢰 발사관에서 쏠 수준이라면 KH-35 같은 다른 대함 미사일을 기존 북한이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70척 이상 잠수함과 잠수정에서도 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북한이 수중 발사 플랫폼까지 다양화해 동시다발로 섞어쏘기에 나서면 탐지와 원점 타격 가능성은 그만큼 떨어진다. 3축 체계 중 유사시 북한 미사일 발사를 사전에 무력화하는 킬 체인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北 순항미사일 정밀성 의구심, 보도 과장됐을 가능성도 

일각에선 이번 SLCM이 전략적 의미가 크지 않고 북한의 발표가 과장돼 큰 위협으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기습 발사로 짧은 시간 비행해 구역을 타격하는 탄도미사일과 달리 순항미사일은 오랜 시간 느린 속도로 날아가는 대신 세밀한 지점을 타격하는 용도로 쓰인다. 고도의 정밀 타격 능력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순항미사일을 지상이 아닌 잠수함에서 기습 발사하는 건 효용성이 크지 않다는 뜻이다. 군 당국은 현재 북한 순항미사일의 정밀성이 완전히 검증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북한이 지난 12일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 발사에 사용한 북한 고래급 잠수함 8·24 영웅함. [사진=조선중앙통신]

북한이 지난 12일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 발사에 사용한 북한 고래급 잠수함 8·24 영웅함. [사진=조선중앙통신]

북한이 핵억제 능력을 언급하며 SLCM에 핵탑재가 가능한 점을 시사한 데 대해서도 과장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아직 북한의 핵탄두 소형화 기술이 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게 군 안팎의 중론이다. 군 당국자는 “2발 발수, 잠수함에서의 발사, (경포만이라는) 발사 장소를 제외하면 우리가 파악한 것과는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북한 기만술 벌이는 전례 감안…북한 보도 직전 합참 공개

이날 합참 발표가 북한 매체 보도 직전 나온 점도 북한의 기만술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합참 발표는 오전 5시 50분, 북한 매체 보도는 오전 6시쯤 이뤄졌다. 군 당국의 설명에 북한이 10여분 뒤 살을 붙인 모양새가 됐다. 순항미사일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에 포함되지 않아 탄도미사일과 달리 군 당국의 공개 여부는 유동적이다. 이번 발사의 경우 합참 발표를 토대로 북한이 기만술을 꺼내드는 상황을 막기 위해 군 당국이 북한 매체 보도 직전으로 공개 시점을 골랐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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