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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전증 병역비리 137명 재판 넘겨졌다…브로커 챙긴 돈만 16억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울남부지검·병무청 병역면탈 합동수사팀(팀장 박은혜)이 13일 뇌전증 위장 병연면탈 사건과 관련해 래퍼 라비 등 연예인을 포함한 면탈자 49명, 이들의 범행을 도운 변호사 등 공범 9명을 추가로 재판에 넘기면서 3개월에 걸친 병역비리 수사를 매듭지었다. 이들에게 뇌전증 환자로 행세하는 시나리오를 제공하고 실제 허위진단서를 발급받아 병무청에 제출하도록 한 병역브로커 구모(47·구속기소)씨와 김모(38·구속기소)씨도 1, 2차 기소에 이어 세 번째로 기소됐다.

서울남부지검·병무청 병역면탈 합동수사팀이 13일 면탈자 등 58명에 대한 추가 기소를 끝으로 약 3개월에 걸친 수사를 마무리했다. 사진은 서울신정동 서울남부지검의 모습. 뉴스1

서울남부지검·병무청 병역면탈 합동수사팀이 13일 면탈자 등 58명에 대한 추가 기소를 끝으로 약 3개월에 걸친 수사를 마무리했다. 사진은 서울신정동 서울남부지검의 모습. 뉴스1

수사팀은 지난해 12월 21일 브로커 구씨를 기소한 뒤 이원석 검찰총장 지시에 따라 수사팀을 확대하고, 또 다른 브로커 김씨와 의사 등 면탈자 15명, 이들의 부모·친구로 범행에 적극 가담한 공범 6명 등 총 22명을 적발해 먼저 재판에 넘겼다. 이후 추가 수사에서는 프로배구·프로축구·골프·배드민턴·조정·승마·육상 선수와 배우 등 면탈자 42명, 공범 5명 등 47명을 추가로 적발해 기소했다. 혐의를 적극 부인하는 면탈자 2명은 법원에서 구속영장을 발부받아 구속기소했다. 3차 기소까지 재판에 넘겨진 면탈자는 108명, 공범은 20명에 이른다. 대부분 현역·보충역 처분을 받았지만 입영을 연기하다, 뒤늦게 뇌전증 환자로 위장해 처분을 변경받은 경우(96명)였다. 브로커들은 병역면탈에 필요한 장기간의 치료내역을 확보하기 위해 면탈자들과 길게는 2년간 상담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사팀은 이날 브로커 구씨의 의뢰인 중 한 명인 래퍼 나플라와 서초구청·서울지방병무청 공무원 각 1명 등 총 3명을 구속기소하고 연예기획사 대표, 하위직 공무원 3명 등 관련자 4명을 불구속기소했다. 나플라의 사회복무요원 소집해제를 돕기 위해 공무원들이 조직적으로 출근부를 조작한 혐의(병역법 위반, 위계공무집행방해, 허위공문서작성·행사)라고 수사팀은 밝혔다. 이들은 나플라가 단 한번도 출근하지 않았는데도 일일복무상황부에 141일간 정상출근하면서 지각·조퇴·병가가 잦았다는 내용을 적어 넣었다고 한다. 우울증 등으로 정상 근무가 어렵다는 취지로 소집해제신청서와 사실조사 결과보고서를 조작한 혐의도 있다.

래퍼 나플라. 사진 메킷레인

래퍼 나플라. 사진 메킷레인

브로커 구씨는 나플라의 정신질환 연기가 더는 불가능해 계속복무중단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자 2021년 2월부터 약 1년 9개월간 나플라의 우울증이 악화한 것처럼 병원 의사를 속여 허위 진단서를 받아 소집해제와 재신체검사를 여러 차례 시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병역면탈이 어려워진 의뢰인을 위한 ‘애프터서비스(AS)’였던 셈이다.

구씨가 병역면탈과 병무비리에 깊숙이 관여하면서 그 대가로 챙긴 돈은 2019년부터 3년간 총 13억8387만원에 달했다. 또 다른 브로커 김씨의 경우 총 2억1760만원을 받아챙겼다. 수사팀은 이들의 범죄수익 총 16억147만원 전액을 추징보전 조처했다. 수사팀은 범죄수익 환수를 위해 브로커 2명에게 구(舊) 범죄수익은닉규제법상 범죄수익 환수 대상인 공전자기록 등 불(不)실기재·행사 혐의를 병역면탈 사건에선 처음으로 적용했다.

이 사건 수사 이후 병무청은 지난달 1일 뇌전증을 신규 중점관리 대상 질환으로 지정했다. 병무청은 향후 ▶뇌전증 신체등급 판정기준을 혈액 검사 등으로 구체화하고 ▶병역면탈 의심자의 데이터를 추적 관리해 조기 색출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한편 ▶병역면탈 예방 교육을 강화하는 등의 병역면탈 방지 종합대책을 마련해 시행하기로 했다. 병역브로커들이 포털사이트 병역정도 카페 등을 운영하며 병역의무자를 유인한 점을 고려해 병역면탈 조장정보 게시자에 대해서도 병무청 특별사법경찰이 수사할 수 있도록 병역법·사법경찰직무법을 개정하고, 사이버 병역면탈 조장정보 검색 프로그램을 도입해 온라인 단속도 강화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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