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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 지리산 산불 22시간 만 진화…민가 3동 불 타고 진화대원 1명 숨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경남 하동 지리산에 산불이 난 지 22시간여 만에 꺼졌다. 험한 산세와 연기·안개로 인력과 헬기 등 장비 투입이 어려운 악조건 속에서 예보된 비가 제때 내리면서 큰불이 잡혔다.

민가 3동 불에 타…진화대원 1명 숨져

지난 11일 산불이 발생한 경남 하동군 화개면 대성리 산에서 진화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사진 산림청]

지난 11일 산불이 발생한 경남 하동군 화개면 대성리 산에서 진화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사진 산림청]

12일 산림청·경남도 등에 따르면 하동군 화개면 지리산국립공원 구역(대성리 산 203-2 일원)에서 발생한 산불의 주불 진화 작업이 이날 낮 12시 완료됐다. 전날인 지난 11일 오후 1시19분쯤 불이 난 지 22시40분 만이다. 산불에 직·간접적 피해를 받은 지역(산불영향구역)은 91㏊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됐다.

산불영향권역 안에 있던 도합 992㎡(약 300평) 규모의 민가 3동이 불 탔다. 여기 살던 주민들은 미리 대피해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이번 산불로 마을회관 등에 대피, 밤을 지새웠던 2개 마을의 주민 74명들은 큰불이 잡히면서 순차적으로 귀가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 진화 작업 중이던 공무원이 사망했다. 경남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진주시 소속 산불전문예방진화대원(옛 산불감시요원)인 A씨(60대)는 전날 오후 10시4분쯤 심정지 증세로 쓰러졌다. 사고 발생 지점이 산세가 가파른 산 중턱 부근이어서 소방당국이 A씨를 이송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차가 접근할 수 없다 보니, 구급대원 등은 인력으로 A씨를 구급차가 있는 곳까지 옮겨야 했다. A씨는 2시간이 넘은 12일 0시28분쯤에야 전남 구례병원에 도착했지만, 숨졌다. 산림당국은 산불진화대원 안전사고를 우려, 오후 11시30분쯤 방화선 구축에 필요한 최소 전문인력을 남겨놓고 대부분을 철수하기도 했다.

소방차 못 가고 헬기도 못 떠

지난 11일 경남 하동군 화개면 산불 현장 인근에서 진화 작업을 위해 소방 헬기가 물을 채우고 있다. [사진 산림청]

지난 11일 경남 하동군 화개면 산불 현장 인근에서 진화 작업을 위해 소방 헬기가 물을 채우고 있다. [사진 산림청]

불이 나자 산림당국은 화재 발생 약 2시간30분 만인 오후 3시50분을 기준으로 ‘산불 대응 2단계’를 발령, 총력 대응에 나섰다. 산불 2단계는 피해 추정 면적이 30∼100㏊ 미만, 평균풍속이 초속 7∼11m, 진화 예상 시간이 8∼24시간일 때 발령한다. 산불재난특수진화대원 등 진화인력 1229명과 소방차 18대 등 진화장비 52대가 투입됐다.

산림당국은 기상 여건 등 여러 악조건으로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산불 현장은 급경사와 암석으로 산세가 험준했다. 이곳이 지리산국립공원이어서 임도 시설이 부족, 차량을 통한 진화용수 공급 등 진화자원 투입도 쉽지 않았다. 순간최대풍속 초속 10~13m의 강한 바람이 불기도 했다.

산불진화헬기도 현장에서 약 15㎞ 떨어진 섬진강에서 진화용수를 채워야 했다. 산골짜기에 계곡 등이 있었지만 오랜 가뭄으로 대부분 말라 있었다고 한다. 헬기 투입 자체가 제한되기도 했다. 전날 31대 투입됐던 산불진화헬기는 이날 오전 중 4대만 진화에 나섰다. 현장에 짙은 연기와 안개가 껴 시야 확보가 어려워지면서다.

때마침 내린 ‘단비’…큰불 잡혀

산림청 산불재난특수진화대원들이 지난 11일 경남 하동군 화개면 산불을 진화하고 있다. [사진 산림청]

산림청 산불재난특수진화대원들이 지난 11일 경남 하동군 화개면 산불을 진화하고 있다. [사진 산림청]

불이 난 하동 화개면에는 12일 오전 11시쯤 비가 내렸다. 산불 진화 작업에 동원된 하동군 인근 지자체 산림직 공무원 박모(30대)씨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처음엔 조그만 우박이 떨어지는가 싶더니 곧이어 비가 쏟아졌다”며 “금세 불길이 잡혔다”고 했다.

산림당국은 다시 불이 나지 않도록 현장에 일부 산불진화헬기와 산불진화인력을 남겨놓고, 뒷불 감시 중이다. 산불피해지 응급복구는 오는 6월 우기(雨期) 이전에 마칠 계획이다.

산림당국은화목보일러를 가동하고 나온 재를 버리는 과정에서 불이 시작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산림청 중앙산불방지대책본부와 경남도 산불방지대책본부는 “논·밭두렁 태우기, 쓰레기 소각, 화목보일러 등 불씨 관리 소홀 등으로 산불이 발생하지 않도록 국민 여러분 모두가 산불예방에 적극 동참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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