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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륵'된 정유라 말…몰수 나선 檢, 삼성에 수천 내야할 판 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검찰이 국정농단 사건 때 삼성이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에게 제공한 마장마술용 말 ‘라우싱 1233’(Rausing 1233·이하 라우싱)에 대해 뒤늦게 몰수에 나섰다. 법원이 2021년 1월에 몰수 판결을 내린지 2년여만이다.

통상적으로 범죄에 사용된 물건은 검찰이 압수를 한 후 법원이 몰수해 국고에 귀속시킨다. 그러나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한 특검팀이 라우싱을 압수하지 않았고, 검찰은 특검팀에서 사건을 인수인계 받는 과정에서 몰수 품목이라는 걸 모른 채 넘어갔다고 한다. 어쩌다 벌어진 일일까.

삼성이 최씨에 제공한 라우싱 

원래 독일에 있던 라우싱은 박근혜 대통령이 2014년 9월 대구에서 열린 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식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승마 유망주들이 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도록 좋은 말도 사주는 등 적극 지원해 달라”고 요구하자, 삼성이 최씨 딸 정유라씨에게 주기 위해 차례로 사들인 말 중의 하나다. 몸값 50만 유로의 라우싱은 비타나 V(150만 유로), 살시도(58만 유로) 등 다른 말과 함께 차례로 최씨 측에 제공됐다.

삼성이 정유라씨에 대한 지원을 위해 라우싱을 제공하면서 라우싱을 둘러싼 복잡한 법적 쟁점이 시작됐다. 사진은 정유라 씨가 지난해 5월 9일 오후 경기 수원 팔달구 지동시장에서 열린 강용석 무소속 경기도지사 후보의 6.1지방선거 출정식에서 찬조 연설을 하는 모습. 뉴스1

삼성이 정유라씨에 대한 지원을 위해 라우싱을 제공하면서 라우싱을 둘러싼 복잡한 법적 쟁점이 시작됐다. 사진은 정유라 씨가 지난해 5월 9일 오후 경기 수원 팔달구 지동시장에서 열린 강용석 무소속 경기도지사 후보의 6.1지방선거 출정식에서 찬조 연설을 하는 모습. 뉴스1

이후 국정농단 사태가 언론보도로 불거지고, 특검 수사가 개시되면서 라우싱 등 말 세마리는 삼성이 최씨측에 제공한 뇌물로 지목됐다. 만일 뇌물로 인정되면 말값 258만유로(36억원)에 해당하는 뇌물액수가 더 불어나게 되는 상황이었다. 삼성은 “소유권이 삼성에 있고, 말은 최씨측에 빌려준 것 뿐”이라고 맞섰다.

삼성은 급기야 라우싱을 1심 재판 도중인 2017년 6월19일 국내로 반입했다. 소유권이 삼성측에 있음을 입증하기 위한 조치였던 것이다. 매매계약서와 소유권 확인서도 소유권의 증거로 법원에 제출했다. 다만 비타나V는 독일의 검역을 통과하지 못해 유럽의 마방에 머물렀고, 살시도는 이미 제 3자에게 매각된 상태라 국내에 들여오지 못했다고 한다. 라우싱만 한국에 있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특검팀은 수사가 종료돼 라우싱을 압수할 수 없었다고 한다. 당시 특검팀 관계자는 “재판 도중에 국내로 들어왔기 때문에 수사 기관인 특검이 압수수색 영장 청구 등의 방법으로 압수를 할 수 없었다”며 “삼성 측이 잘 보관하고 있다고 해서 압수 필요성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부장검사 출신의 변호사 역시 “설혹 압수를 했더라도 라우싱을 보관할 곳이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라우싱이 뇌물인지는 국정농단 재판에서 거듭 엇갈렸다. 최씨에 대한 재판과 이 부회장에 대한 재판, 각 심급마다 라우싱의 소유권이 최씨측에 있는지, 삼성에 있는지 판단이 달라졌다. 그러다가 최종적으로 2021년 1월 파기환송심에서 라우싱 등의 몸값 36억원을 더한 72억원이 이른바 ‘승마로비’의 최종 액수로 확정됐다. 라우싱이 뇌물로 인정된 것이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복역 중인 최순실씨. 뉴스1

'국정농단' 사건으로 복역 중인 최순실씨. 뉴스1

 법원은 최씨에 대한 재판에서 말 세 마리 구입비(34억1797만원)를 포함한 추징금(70억5281만원)을 최씨가 내야한다고 선고했다. 그러자 최씨 측이 “라우싱 구입대금을 내게서 추징하지 말고, 보관자인 삼성에서 몰수하면 된다”고 반발했고 2020년 2월 최씨에 대한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이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살시도, 비타나는 최씨에게 추징하는 것이 맞지만 라우싱은 삼성전자 승마단이 국내로 반입해 안양 마장에 보관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뇌물공여자 측에 반환된 것으로 봐야 해서 그 금액은 추징에서 빠진다”고 판단했다.

검찰, 라우싱 보관비용 삼성과 협의

검찰은 라우싱에 대한 보관 비용을 삼성에 내고 매각하는 절차를 밟을 방침이다. 2년간 보관비용만 수천만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검찰은 라우싱을 보관하는 방법을 찾고, 캠코에 공매를 맡길 예정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라우싱 보관비용 등 구체적인 지불금액은 삼성과 협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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