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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전 '사이다' 만들고 덩치 키웠다…위기의 이재명 꺼낸 카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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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정부를 ‘친일 매국 정권’이라고 지적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8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

“정부여당은 ‘호구 정권’이라는 국민의 비난과 분노에 반응해야 합니다”(10일 더불어민주당 경기 현장 최고위원회의)

7일 오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강제동원 정부해법 긴급 시국선언이 진행되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7일 오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강제동원 정부해법 긴급 시국선언이 진행되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정부의 일제 강제동원 피해배상 방안에 대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비판이 한층 거칠어 지고 있다. 6일 정부가 제3자 변제 방식을 발표하자 이 대표는 “정부의 해법은 ‘삼전도 굴욕’에 버금가는 치욕”이라고 말했다. 7일에는 평화·안보 대책위원회 전체회의를 주재하며 “국가의 자존심을 짓밟고 피해자의 상처를 두 번 헤집는 ‘계묘늑약’과 진배없다”고 발언한 데 이어, 이날 국회 본청 앞 긴급 시국선언에선 “잘못된 위안부 합의로 박근혜 정부가 어떤 심판을 받았는지 똑똑히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11일 오후 서울시청 인근에서 열리는 '강제동원 해법 강행 규탄 2차 범국민대회'에 당 지도부와 함께 참석하는 등 장외 투쟁에도 나선다. 이 대표의 장외 투쟁은 지난달 4일 ‘윤석열 정권 민생파탄 검사 독재 정권 규탄 국민보고대회’ 이후 약 한 달 만이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앞으로도 당 대표가 여러 집회에 가서 연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의 강공에 대해 체포동의안 박빙 부결에 따른 부정적 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이 대표는 성남시장 시절부터 지금과 비슷한 스타일의 메시지를 내왔다”며 “정부 협상이 잘못됐다는 비판적 여론이 높기 때문에 과거 경험을 살려 이슈를 몰고 가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더불어민주당 제19대 대선 경선에 출마한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 한겨레 이정우

더불어민주당 제19대 대선 경선에 출마한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 한겨레 이정우

이 대표의 스타일을 잘 드러내는 사례로 박근혜 정부의 ‘위안부 합의’를 둘러싼 논란이 벌어지던 8년 전 발언을 꼽는 이가 많다. 그는 2015년 9월 5일 성남시청에서 열린 토크콘서트에서 “친일·독재·부패를 작살내지 않으면, 힘이나 돈 있는 사람이 정의가 되는 사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지지층은 ‘사이다 이재명’이라고 환호했고, 정치적 덩치를 키워갔다.

그 이듬해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참여를 시사할 때 꺼낸 화두도 “친일독재부패의 기득권 구조 청산”이었다. 그는 2016년 10월 한 언론 인터뷰에서 “대한민국이 구한말 외세 침략 상황과 같다”며 “친일독재부패의 기득권 구조를 청산하고 새로운 체제로 새 출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거듭된 ‘반일(反日)’ 캠페인을 통해 강성 이미지를 쌓아간 그는 일부 여론조사에서 차기 유력 주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지지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가 2021년 1일 오후 경북 안동시 도산면 이육사문학관을 방문해 방명록을 방문했다. 뉴스1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가 2021년 1일 오후 경북 안동시 도산면 이육사문학관을 방문해 방명록을 방문했다. 뉴스1

다만, 이 대표의 반일 캠페인이 늘 성공만 거둔 건 아니다. 2021년 7월 대선 출마선언 직후 고향 안동을 방문한 이 대표는 “친일세력과 미(美) 점령군이 합작해 지배체제를 유지했다”는 발언으로 논란을 초래했다. 당내 경쟁자들은 “말의 파장도 생각해야 한다”(이낙연 전 대표)라거나 “민주당 대통령들은 단 한 번도 이런 식의 불안한 발언은 하지 않았다”(정세균 전 국무총리)며 비판했다.

이 대표가 자신의 체포안 부결 이후 꺼내 든 ‘친일 프레임’ 공세를 두고 당내에선 평가가 엇갈린다. 민주당 원내 지도부의 한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의 3.1절 망언까지 합쳐서 국민적 분노가 큰 상태”라며 “친일 프레임으로 비판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반면, 비이재명계의 한 의원은 “이 대표가 자신에 대한 의원들의 불만을 못 본 체하고 거친 언어로 친일 공세만 벌이고 있다”며 “지도자답지 못한 얄팍한 처신”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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