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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청약’ 사라졌지만, 시세차익 1억~2억에 대기자 몰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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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0호 02면

다시 온기 도는 아파트 분양시장

올림픽파크 포레온. [뉴스1]

올림픽파크 포레온. [뉴스1]

‘로또청약’이 사라진 분양 시장에 다시 온기가 돌고 있다. 둔촌주공(올림픽파크 포레온) 구하기가 마침내 성공을 눈앞에 둔 상황이다. 총 1만2000여 세대의 재건축사업으로 ‘단군이래 최대 프로젝트’로 불리는 둔촌주공은 지난해 부동산시장이 냉각되고 공사비용이 급등하며 사업 좌초의 위기를 맞았지만, 구사일생으로 살아나 흥행 마감을 예고했다. 8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이날 진행된 둔촌주공 무순위 청약 899가구 모집에 4만1540명이 신청해 평균 경쟁률 46대1의 경쟁률로 마감됐다. 이날 청약을 받은 미계약분은 전용면적 29~49㎡의 소형이어서 수요가 적을 수 있다는 우려가 상당했다. 전용 29㎡ 원룸 가격이 5억원을 넘어 수요자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 적잖았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최종 청약 성적표는 기대 이상이었다.

최근 미분양의 위기에서 되살아난 단지는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12월 분양에 나선 ‘장위자이 레디언트’는 전용면적 84㎡ 분양가가 9억∼10억원 수준으로 고분양가 논란에 휩싸이며 초기 계약률은 59%에 그쳤던 곳이다. 그러나 올해 선착순 분양에 나선 지 3주 만에 물량을 전부 털어냈다. 강동구의 ‘강동 헤리티지 자이’도 지난 1월 예비 당첨자 계약을 통해 완판에 성공했으며, SK에코플랜트와 롯데건설 컨소시엄이 중랑구에서 분양한 ‘리버센 SK VIEW 롯데캐슬’도 전 가구 분양 계약을 마쳤다. 최근 미분양의 고비를 넘어, 완판 대열에 속속 합류하는 단지들이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장위자이, 선착순 3주 만에 물량 털어

1순위 청약에서도 확연히 달라진 분위기가 감지된다. 지난 7일 서울 영등포자이 디그니티 아파트는 일반공급 98가구 모집에 1만9478명의 청약 신청이 몰렸다. 평균 경쟁률 198.8대 1에 이른다. 최고 경쟁률은 356대 1로, 전용면적 59㎡ 18가구 모집에 6424명(해당지역 및 기타지역)이나 청약통장을 던졌다.

그래픽=남미가 기자 nam.miga@joongang.co.kr

그래픽=남미가 기자 nam.miga@joongang.co.kr

부동산업계는 차갑게 식어가던 분양시장에 훈풍을 몰고 온 일등공신으로 정부의 연착륙 대책을 꼽는다. 정부는 지난 ‘1·3부동산대책’으로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을 제외한 모든 지역을 규제 지역에서 해제했다. 영등포자이 디그니티 아파트는 1·3부동산대책 후 서울에서 처음으로 분양에 나선 단지다. 영등포가 규제 지역에서 해제되면서 전용면적 85㎡ 이하 중소형 가구에 가점제 40%, 추첨제 60%가 적용돼 59가구가 추첨 물량으로 나왔다. 추첨제는 청약 가점과 상관없이 입주자를 선정하기 때문에 청약가점이 낮은 젊은층이 대거 몰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 중소형 아파트에서 추첨제로 입주자를 선정하는 건 2017년 이후 5년 6개월 만이다.

지난 2월부터는 무순위청약의 무주택·거주지 요건을 폐지했다. 기존에는 청약자 본인이 해당 지역에 거주해야 하고, 가구 구성원 모두가 무주택자여야 무순위청약을 할 수 있었는데, 문턱이 확 낮아진 것이다. 전국에서 누구나 ‘줍줍(무순위청약)’에 나설 수 있도록 길이 열렸다. 전매제한도 완화했다. 수도권의 경우 전매제한은 최대 10년이었으나 공공택지 및 규제지역은 3년, 과밀억제권역은 1년, 그외 지역은 6개월로 축소됐다. 실거주 의무(2~5년) 폐지도 예고했다.

규제 완화에 힘입어 분양시장의 바로미터라는 평가를 받았던 둔촌주공이 무순위청약에 성공하고, 최근 청약경쟁률이 높아지면서 아파트 분양시장은 기지개를 켜는 모습이다. 시장에 온기가 돌면서 분양 일정을 조율하던 건설사들도 속속 공급을 재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부동산R114에 의하면 3월 전국 아파트 분양예정 물량은 2만543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3월 분양실적(2만1341가구)에 살짝 못미치는 수준 이나, 서울 분양 규모는 전년 338가구에서 4116가구로 늘어났다. 서울 아파트시장의 반등을 이끌 수 있을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묻지마 청약 가고 옥석 가리기 심화”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둔촌주공 등의 완판 성공은 시장 회복 징조로 청약성적 및 경쟁률 상승은 의미가 상당하다”고 말했다. 분양시장의 온기가 재건축 대상 아파트를 비롯한 기존 주택시장으로도 확산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윤 팀장은 “신축 경쟁이 높아지면 주택 수요가 기존 매물들로 이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집값 바닥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둔촌주공 무순위청약이 완판되면서 당분간 서울은 더 큰 규모의 하향 조정이 쉽지 않을 전망”이라며 “서울을 중심으로 분양에 나서는 사업장이 속속 생겨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청약 열기에도 불구하고 금리 리스크 등이 다시 부각되면서 “반등은 일시적”이라는 회의적 시각도 많다. 시장에는 미국 기준 금리가 연 6%까지 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다시 금리 부담이 부각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지난 8일 “현재 부동산 시장은 저점에 도달한 것으로 볼 수 있으나, 최근 반등은 규제 완화로 인한 일시적 현상일 수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전문가들은 분양시장의 양극화를 주목하며 일부 단지 성공 뿐만이 아니라 지역별·단지별 상황과 요인을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이제 ‘묻지마 청약’의 시대는 저물고, 옥석가리기 시대가 심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시장에서 옥석을 가리는 기준은 가격이다. 부동산 투자의 첫번째 요소로 꼽히던 ‘입지’보다 가격 경쟁력이 우선시되는 분위기다. 1·3대책 후 분양시장의 첫 흥행으로 기록될 영등포자이 디그니티는 전용 59㎡가 8억원대, 84㎡는 11억대로 주변 아파트 시세에 비해 1억원 가량 낮은 가격이 안전판 역할을 했다는 후문이다. 둔촌주공의 전용 39㎡ 분양가는 최고 7억원을 웃도는 수준인데, 인근 가락동 헬리오시티(2018년 준공, 9510가구)의 전용 39㎡는 지난 2월 9억5500만원에 거래됐다. 해당 면적의 지난해 최고가는 13억원이었다. 인근 대단지 시세보다 낮은 분양가가 흥행 성공의 관건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시세 차익에 대한 눈높이는 낮아졌다. 규제지역 완화에 따라 분양가상한제 해제지역이 늘면서 분양가는 점점 올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윤 팀장은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던 때는 입지에 따라 선호가 엇갈렸는데, 이제는 지역·입지보다 가격이 성패를 가르는 기준으로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분양가 계속 오를 것으로 예상, 새 집 잡으려는 마지막 줄타기”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

“현 분양가는 크게 싸지도, 비싸지도 않다. 그럼에도 일부 단지들에서 완판 행진이 나오는 것은 ‘지금이라도 새 집을 잡아야겠다’는 줄타기의 마지노선으로 보인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사진)는 최근 청약시장이 기지개를 켜는 것에 대해 “10곳 중 1~2곳만이 합리적인 분양가”라며 다소 회의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청약이 전문인 박 대표는 둔촌주공의 무순위청약이 진행된 지난 8일 “나도 둔촌주공 청약을 신청했지만 분양시장 전반의 매력은 크게 낮아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마지막 줄타기는 무슨 뜻인가.
“분양가는 앞으로도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고, 그래서 지금이라도 새 집을 잡아야겠다는 수요가 마지막에 몰렸다고 본다. 분양가가 아예 높아지면, 청약은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미분양이 쌓일 것이다. 그런데 사업을 진행하는 곳도 낮은 분양가로는 못 내놓으니, 점차 공급도 없어질 것이다. 공공주택이 아닌 이상 민간 사업자가 분양하는 아파트의 분양가는 낮아지기 어렵다.”
일부라도 저렴하게 공급될 수 있는 곳이 없나.
“택지를 싸게 구할 수 있는 곳이라면 저렴한 분양가로 공급될 수 있다. 이러한 공공택지가 서울에는 거의 없다. 동작구 수방사, 강서구 등 일부다.  부산에선 에코델타시티 정도다. 수도권에서는 양주신도시, 오산세교지구, 동탄2, 파주·운정, 검단 등 외곽에 위치한다. 대구·울산·광주 등은 향후 저렴하게 공급될 수 있는 공공택지 물량을 찾기 어려워보인다.”
그렇다면 현 분양시장은 어떻게 접근해야 하나.
“가격이 관건이다. 지난달 청주 흥덕구에서 청약 접수를 받은 ‘복대자이 더 스카이’는 355가구 일반 공급에 1순위 경쟁률 8.13대 1을 기록했다. 이곳은 입지로 볼때, 서울에 비유하면 강남 한복판 수준의 입지는 아니다. 그럼에도 전용 84㎡의 인근 아파트 시세가 최고 7억원까지 갔다가 4억원대로 떨어졌는데, 떨어진 수준에서 분양하자 수요자들이 합리적 가격으로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서울은 불패다 식의 지역별·입지보다 가격이 중시되고 있다.”
적정 분양가 판단은 어떻게 하나.
“2019년 이전의 시세 수준으로 분양한다면, 저렴한 편이라고 볼 수 있다. 2020년 가격 수준이라면 싸지도, 비싸지도 않은 정도다.”
‘로또청약’이 사라졌는데, 고가점자의 청약 전략은.
“이번주 영등포에서 200대 1 가까운 경쟁률이 나왔는데, 69점 등 고가점자의 통장이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과거 그 정도 가점이라면 시세차익을 최소 5억원 이상 기대할 수 있는 곳에 넣었는데, 지금은 기대하는 마진이 1억~2억원 정도다. 그렇다고 마냥 앞으로 나올 청약을 기다리기도 애매하다. 지금 시장에선 통장점수가 아깝더라도 분양만을 고집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강남·잠실 등의 급매가 사라지고 있지만, 아직 분양보다 가격 경쟁력이 있는 인기 단지의 급매가 있다.”
청년·신혼부부가 주목할 만한 유망 청약 대상이 있나.
“둔촌주공의 초소형이 마지막까지 미계약분으로 나왔듯, 1~2인 가구를 대상으로 한 아파트도 관심 가질 만하다. 전용 59·84㎡ 등의 선호도가 상대적으로 높지만, 원룸 수준 규모라고 투자 매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시장이 살아나면, 중대형과 함께 소형의 시세도 올라간다.”
새 집 마련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조언한다면.
“2024년까지 입주 예정인 단지의 입주 시점을 공략하는 것이 한 방법이다. 입주 시기에는 자금 마련 부담 등으로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가 이뤄질 수 있다. 지금 분양하는 단지들은 이르면 2025년 이후 입주 예정인데, 2024년까지 입주할 단지라면 이전 분양가가 낮았던 시기에 공급됐던 물량이어서 가격이 저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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