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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미숙으로 발생한 사고 사망자 30%... '노인 운전자' 때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8일 전북 순창군의 한 농협에서 발생한 사고 현장 모습. 뉴스 1

8일 전북 순창군의 한 농협에서 발생한 사고 현장 모습. 뉴스 1

 #. 지난 8일 전북 순창군의 한 농협 주차장에서 트럭이 조합장 투표를 기다리던 인파를 덮쳤다. 이 사고로 4명이 숨지고 10여명이 크고 작은 상처를 입었다. 당시 운전자는 브레이크 대신 가속페달을 밟는 실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 2021년 12월 30일에는 부산에서 택시가 대형마트 5층 주차장에서 건물 외벽을 뚫고 추락했다. 이 사고로 도로를 달리던 차량 17대가 부서지고, 택시기사가 숨졌으며 13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운전미숙이나 실수 때문으로 추정되는 이들 안타까운 사고의 공통점은 바로 사고차량 운전자가 노인(65세 이상)이었다는 것이다. 순창 사고의 운전자는 74세, 부산의 택시기사는 71세였다.

 실제로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가운데 노인운전자로 인해 발생한 사망자 비율은 갈수록 늘고 있다. 10일 한국교통안전공단(이하 공단)이 최근 10년간(2012년~2021년) 교통사고 사망자 현황을 조사했더니 고령운전자로 인한 사망자 비율이 13.3%에서 24.3%로 크게 증가했다.

2021년 12월 부산에서 발생한 택시 추락 사고 모습. 뉴스1

2021년 12월 부산에서 발생한 택시 추락 사고 모습. 뉴스1

 이는 같은 기간 5.4%p인 국내의 노인인구 비율 증가치와 비교해도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특히 최근 5년간(2017~2021년) 운전자 연령별 운전미숙으로 인한 '차량단독사고' 수치를 보면 그 심각성은 더 두드러진다.

 교통사고는 도로 상에서 차와 차가 부딪치는 '차대차', 차와 사람 간에 발생하는 ''차대사람', 차량 단독의 문제로 생기는 '차량단독', 그리고 철길을 건너다 발생하는 '철길건널목' 사고로 구분한다.

 이 가운데 차량단독사고는 운전이 미숙하거나 실수로 인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에 따르면 5년간 차량단독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모두 3767명이었다. 이 중 노인운전자로 인해 숨진 사망자 수는 1128명으로 전체의 30%를 차지했다.

 운전미숙으로 추정되는 사고로 인한 사망자 10명 중 3명은 고령운전자 때문에 숨졌다는 의미다. 20대와 30대, 40대 운전자의 비율은 10%대 초반이다.

 [자료 한국교통안전공단] *최근 5년간(2017~2021년) 사고 분석결과

[자료 한국교통안전공단] *최근 5년간(2017~2021년) 사고 분석결과

 공단이 지난 2021년 발표한 '고령운전자의 운전행태 분석 및 정책개발 연구'에서도 노인운전자의 위험성은 여실히 드러난다. 당시 공단은 경북 김천시의 개인택시운전자들을 대상으로 1개월간 위험운전행동건수를 조사했다.

 그 결과 노인운전자는 급진로변경과 급추월, 극좌·우회전, 급유턴, 급출발 같은 위험운전행동 건수가 전체 운전자 평균보다 높았다. 공단의 김기용 모빌리티정책연구처장은 “노인은 출발이나 조향장치 조작 때 위험운전행동이 많았고, 비 고령자는 과속이나 급가속 건수가 높았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노인운전자 안전대책 강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처장은 “일본에선 지난해 5월부터 비상자동제동장치(AEBS)가 장착된 '안전운전 서포트카(서포카)' 인정제도를 도입해 노인이 해당 차량을 살 때 일부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에선 올 1월부터 출시되는 초소형자동차를 제외한 모든 차량을 대상으로 비상자동제동장치 장착을 의무화하고 있다. 또 고령운전자 운전 면허증 반납제도도 운용 중이다.

 공단의 권용복 이사장은 “우리나라도 2025년 초고령사회에 들어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고령운전자로 인한 교통사고 예방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고령자 특성을 고려한 안전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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