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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 씻기듯 목욕시켰다"…'J팝 거물' 성착취 쉬쉬한 日, 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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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아이돌의 거물로 2019년 숨진 자니 기타가와가 아이돌 지망생을 상대로 성범죄를 일삼았다는 의혹이 BBC의 다큐로 다시 불거졌다.

지난 2019년 7월 10일 자니 기타가와의 죽음을 알리는 뉴스 화면을 배경으로 한 시민이 걸어가고 있다. 일본 도쿄의 모습이다. EPA=연합뉴스

지난 2019년 7월 10일 자니 기타가와의 죽음을 알리는 뉴스 화면을 배경으로 한 시민이 걸어가고 있다. 일본 도쿄의 모습이다. EPA=연합뉴스

영국 공영방송 BBC는 7일 ‘일본 J팝의 포식자’라는 다큐멘터리를 통해 기타가와에게 성학대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피해자의 사연을 다뤘다. 다큐에서 하야시라는 가명을 쓴 남성은 10대 시절 기타가와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15세 때 오디션을 본 하야시는 경쟁을 뚫고 기숙사에 곳에 갔다. 기숙사에는 수많은 소년이 있었다. 하야시는 “기타가와가 내게 목욕을 하라고 했다. 그는 내가 인형인 것처럼 내 온몸을 닦아줬다”면서 그러고는 기타가와가 자신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성범죄는 다른 상황에서도 일어났으며, 다른 소년들도 이를 알고 있었지만 ‘참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며 쉬쉬했다고 하야시는 회고했다.

기타가와는 1962년 일본 최대 연예 기획사 중 하나인 ‘쟈니스 사무소’를 세우고 남자 아이돌 육성을 주도했다. 87세이던 2019년 뇌졸중으로 숨졌다.

‘스마프’(SMAP), ‘아라시’ 등 한국에도 알려진 아이돌 그룹도 쟈니스 사무소를 통해 성장하고 무대에 섰다.

그는 생전에도 아이돌 지망생 상대로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1999년에는 이를 폭로한 주간지와 소송도 했다.

일부 일본 언론이 기타가와의 성범죄를 고발하는 보도를 내보내기도 했지만 대중의 침묵 속에 기타가와는 사망할 때까지 형사 기소를 모면했다.

BBC는 이 사건이 크게 불거지지 않은 이유로  언론과 아이돌 산업의 암묵적 공생 관계와 공손함과 타인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것으로 미덕으로 삼는 일본 문화 등을 꼽았다.

이제 성인이 된 하야시는 BBC 다큐에서 ”나는 일본에서만 살았고, 일본이 훌륭한 나라라고 생각했다”면서 “하지만 아마도 내가 틀린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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