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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입당 11개월' 한계 못 넘었다…비주류 극복이 과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8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에서 개표결과 발표 뒤 안철수(오른쪽) 대표 후보가 김기현 후보의 당선을 축하해주고 있다. 연합뉴스

8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에서 개표결과 발표 뒤 안철수(오른쪽) 대표 후보가 김기현 후보의 당선을 축하해주고 있다. 연합뉴스

3·8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당내 주류인 친윤계의 압승으로 끝나면서 입당 11개월 만에 당권을 노린 안철수 후보의 도전이 실패로 끝났다.

안 후보는 8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진행된 전당대회 대표 경선에서 23.37%를 득표해 52.93%를 얻어 결선 투표 없이 단번에 과반을 넘긴 김기현 신임 대표에게 패배했다. 김 대표와의 격차가 크고, 여권에서 안 후보의 성공 척도로 여기던 ‘득표율 30%’도 넘지 못하면서 당내 기반이 없는 안 후보의 한계가 드러났다는 평가다. 지난해 3·9 대선 막판 윤석열 대통령과의 후보 단일화를 거쳐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을 지낸 그는 ‘수도권 대표론’을 내세우며 윤석열 정부의 ‘연대 보증인’이란 슬로건을 내세웠지만, 지난해 4월 입당한 그에게 아직 상당수 당원은 마음을 열지 않은 것이다.

安 초라한 성적표…하지만 당내 교두보 확보 의미도

당권 경쟁이 본격화하기 전인 지난해 연말까지만 해도 유승민·나경원 전 의원과 함께 여론조사에서 선두권 경쟁을 하던 안 후보는 끝내 ‘뒷심 부족’ 징크스를 넘지 못했다. 100% 당원 투표로 경선 방식이 바뀌면서 유승민 전 의원이 사실상 이탈하고, 친윤계의 난타로 나경원 전 의원이 불출마 선언을 하면서 안 후보는 한때 지지율 1위 후보로 올라서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1월말 ‘윤안 연대(윤석열·안철수 연대)’ 표현을 썼다가 대통령실이 공개적으로 “무례한 표현”이라며 불쾌감을 표출하고 안 후보도 “그런 표현을 쓰지 않겠다”고 한 발 물러난 뒤 이른바 ‘윤심(尹心)’을 확인한 당원 표심이 김기현 대표에게 쏠리면서 승부는 사실상 결론이 났다.

김기현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8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에서 단상에 올라 당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안철수, 김기현, 황교안 후보.뉴스1

김기현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8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에서 단상에 올라 당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안철수, 김기현, 황교안 후보.뉴스1

안 후보 입장에서 이번 전당대회는 당내 비주류라는 본인의 위치를 절실하게 확인한 계기였다. 대선 승리에 기여했다는 본인의 생각과 달리 당내 주류에선 그를 적대적으로 보는 시선마저 있었다. 특히, 이른바 ‘정체성 논란’을 격으며 김 대표를 비롯해 친윤계 주류로부터 “민주당 DNA를 가졌다”는 공격을 받아야 했다. 서병수·이태규 의원 등이 막바지에 공개 행사에 동행하며 힘을 보태기도 했지만 경선 기간 내내 친윤계는 “현역 의원이 단 한명도 지지하지 않는 후보”라고 공격했다. 특히, 경선 초기 ‘수도권 대표론’을 띄운 뒤 안 후보와 행보를 같이했던 윤상현 의원도 결국 포섭하지 못했다.

게다가 전당대회 막판 네거티브 경쟁이 과열되면서 당내 주류뿐 아니라 대통령실과의 거리도 멀어졌다는 것도 부담스러운 숙제다. 김 대표의 울산 땅 문제로 신경전을 벌이다가 전당대회 행사 직전에는 대통령실 행정관이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서 김기현 대표를 지지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갈등이 극에 달했다. 결국 안 후보 캠프 차원에서 전날 대통령실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하면서 ‘윤 대통령의 연대보증인’ 대신 ‘대통령실 고발인’이라는 이미지가 덧씌워졌다. 여권 일각에선 “안 후보가 나중에 탈당까지 고려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안 후보가 이제 겨우 입당한 지 11개월밖에 되지 않았고 이미 대통령실과 친윤계 주류가 사실상 김기현 대표를 미는 상황에서도 20%대 득표율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나름의 교두보를 확인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사실 안 후보가 대표가 될 거라고 생각한 의원이 누가 있느냐”며 “전국 당협이 거의 다 등을 돌린 상황에서도 이 정도면 잘한 걸로 본다”고 말했다. 당내에선 김기현 대표가 당선되긴 했지만 당내 비윤계 지지층의 비율도 40%에 육박한다는 게 확인된 만큼 내년 총선에서 전국적 인지도를 가진 안 후보의 역할론이 재부상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안 후보는 이날 결과 발표 뒤 페이스북에 “당원들의 선택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며 “당의 화합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적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하루 앞둔 7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안철수 후보와 황교안 후보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하루 앞둔 7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안철수 후보와 황교안 후보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이준석계 표심 증명한 천하람 

이준석 전 대표의 적극 후원을 받으며 선거를 치른 천하람 후보도 14.98% 득표율에 그치며 ‘천하람 돌풍’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하지만 전당대회 후보 등록 마지막 날인 지난달 3일 갑작스럽게 레이스에 뛰어든 걸 고려하면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다.

이준석(왼쪽) 국민의힘 전 대표와 천하람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열린 오찬 기자간담회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준석(왼쪽) 국민의힘 전 대표와 천하람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열린 오찬 기자간담회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천하람 카드’는 여권 주류 입장에선 급조된 후보였다. 이 전 대표 지지층이 원하던 유승민 전 의원이 불출마 선언을 한 뒤 전격적으로 경선에 나섰기 때문이다. 1986년생 36세인 천 후보는 대구 출신임에도 2020년 총선 때 여권 입장에선 불모지인 전남 순천에 도전장을 내밀며 청년 정치인으로 주목받았다. TV 시사 프로그램에 자주 출연하며 얼굴을 알리기는 했지만 여권 지지층 입장에선 변호사 외에 이렇다할 경력이 없던 정치 신인이었다. 이 전 대표는 “안철수 후보를 꺾고 천하람 후보가 결선에 올라갈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던 것이다.

 국민의힘 천하람 당 대표 후보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총선 공천권 개혁 방안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천하람 당 대표 후보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총선 공천권 개혁 방안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른바 ‘천하용인’으로 불리던 천하람 대표 후보, 허은아·김용태 최고위원 후보, 이기인 청년최고위원 후보가 모두 지도부 입성에 실패하면서 당권을 박탈 당하고 당원권까지 정지된 이 전 대표의 경쟁력은 한계를 드러냈다. 그럼에도 천 후보가 얻은 14.98% 득표율은 당내 이준석 지지층의 존재를 확인했다는 의미가 있다. ‘이준석 바람’이 불었던 2021년 6월 전당대회 이후 당원이 대거 늘며 79만명 책임당원 중 이 전 대표의 지지층이 얼마인지를 놓고 설왕설래가 있었지만 15% 안팎이 실존한다는 게 입증된 셈이다.

합리적 정통보수 재평가된 황교안

2020년 총선 대패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던 황교안 후보는 이번 전당대회에서 8.72%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두 자릿수 득표에는 실패했지만 그동안 앞장서며 주장하던 ‘부정선거’ 이슈를 경선 과정에서 거론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당내에선 긍정적 평가가 나온다.

황교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20일 서울 중구 MBN 스튜디오에서 열린 TV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황교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20일 서울 중구 MBN 스튜디오에서 열린 TV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다만, 첫 토론회에서 김기현 대표의 울산 땅 의혹을 제기한 데 이어 틈날 때마다 김기현 대표의 후보직 사퇴를 요구하는 등 주로 네거티브 방식으로 선거를 치른 점에 대해선 대해선 비판 목소리도 적잖게 나오고 있다. 김 후보 측에서는 “황 후보가 대체 왜 저러는지 모르겠다”고 토로를 했을 정도다.

당초 안철수·천하람 후보에 비해 김기현 대표와 정치적 성향이 가장 비슷할 걸로 평가받던 황 후보가 김 대표와 끝까지 대립각을 세우면서 향후 당내 주류와 어떤 관계를 맺는지가 내년 총선에서의 역할 공간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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