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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용 시술 받으러 멕시코 갔다 피랍, 미국인 4명 중 2명 사망

중앙일보

입력

지난 3일 멕시코로 찾았다 무장 괴한에 납치된 미국인 4명 중 2명이 7일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이 탔던 흰색 미니밴에 총알 자국이 나있다. AP=연합뉴스

지난 3일 멕시코로 찾았다 무장 괴한에 납치된 미국인 4명 중 2명이 7일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이 탔던 흰색 미니밴에 총알 자국이 나있다. AP=연합뉴스

미용 시술을 받기 위해 멕시코로 갔다가 무장 괴한에 납치된 미국인 4명 중 2명이 살해된 채 발견됐다고 멕시코 당국이 7일(현지시간) 밝혔다.

CNN 등에 따르면 아메리코 비야레알 멕시코 타마울리파스주(州) 주지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무장괴한에 납치된 미국인 4명이 국경 도시인 마타모로스 남동쪽의 오두막에서 발견됐다"며 "2명은 숨진 채 발견됐고, 생존자 2명은 미국으로 인도됐다"고 밝혔다. 생존자 2명 중 1명은 다리에 2발의 총상을 입었고, 나머지 1명은 다치지 않았다. 미국인 시신 2구는 멕시코 당국에 의해 검시된 후 미국 정부에 인도될 예정이다.

앞서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지난 3일 미국인 4명이 노스캐롤라이나 번호판을 단 흰색 미니밴을 타고 미국 텍사스에서 멕시코 국경을 넘자마자 타마울리파스주 마타모로스에서 무장 괴한의 총격을 받고 납치됐다고 밝혔다.

BBC가 확보한 사건 당시 영상에는 대낮에 중무장한 남성들이 미국인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을 픽업트럭으로 거칠게 옮겨 태우는 모습이 담겼다. 이들 중 한 명은 의식을 잃은 듯 몸을 가누지 못하는 상태로 보였다. 당시 인근에서 걸어가던 33세 멕시코 여성도 유탄을 맞고 숨졌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우리나라에서 이런 일이 발생하게 돼 매우 유감"이라면서 "책임질 이들을 모두 찾아 처벌할 것"이라고 말했다. 멕시코 당국은 마타모로스에서 24세 남성을 용의자로 체포한 뒤 공범을 찾고 있다.

멕시코 구급차가 7일 납치사건에서 생존한 2명을 미국 텍사스주 병원으로 이송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멕시코 구급차가 7일 납치사건에서 생존한 2명을 미국 텍사스주 병원으로 이송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번에 납치된 미국인들은 의료 관광을 위해 멕시코를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 중 한 명의 친척은 CNN에 "(4명 중 1명이) 복부에 미용 시술을 받기 위해 마타모로스 병원으로 가던 중이었다"고 전했다.

BBC는 "의료 관광차 국경을 넘어간 미국인들이 범죄의 표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치안 불안을 우려한 일부 미국인들은 자동차 번호판을 멕시코 번호판으로 바꾸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미국 국무부도 자국민들에게 범죄와 납치의 대상이 될 수 있다며 마타모로스 방문 자제를 권고했다.

CNN에 따르면 멕시코는 의료보험 보장이 약한 미국과 달리, 값싼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 의료관광 인기국이다. 멕시코 의료관광산업협회에 따르면 매년 100만 명의 미국인들이 값싼 의료 서비스를 받기 위해 멕시코를 찾는다. 주로 치과, 성형, 불임, 장기 이식, 암 치료 등이다. 네스트로 로드리게스 텍사스대 사회학 교수는 BBC에 "멕시코에선 의약품과 의료서비스, 특히 임플란트 등 치과 시술이 미국의 의료 질과 비슷하지만 매우 저렴하다"고 말했다.

멕시코도 국경 지역에 대형 병원·클리닉을 짓고 미국인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하지만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미국에선 승인받지 못한 치료법으로 시술하는 등 멕시코 내 의료 서비스 질이 보장되지 않아 합병증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FBI와 공조해 수사하고 있는 멕시코 검찰은 이번 납치·살인 사건이 마약 밀매를 비롯한 조직범죄로 악명 높은 걸프 카르텔과 관련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마타모로스는 걸프 카르텔 본거지 중 한 곳으로, 최근 카르텔 내부 파벌끼리 알력 다툼이 발생했다. 피해자들이 단 파벌간 싸움에 휘말렸다가 변을 당한 것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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