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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차포 소리에 오인? 포사격 없었다는데…北 뜬금없는 시비,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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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접경 지역에서 한·미 포사격 여부를 놓고 남북간 공방이 벌어진 데 여러 해석이 나온다. 군 당국이 여전히 “해당 지역에서 포사격은 없었다”는 확고한 입장을 유지하면서다. 결국 북한의 오해이거나 의도된 트집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9·19 남북 군사합의 체결 전, 경기 파주 초리 사격장에서 주한미군 장병들이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 미 육군]

9·19 남북 군사합의 체결 전, 경기 파주 초리 사격장에서 주한미군 장병들이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 미 육군]

군 당국자는 8일 “북한이 주장한 사격장에서 실제 포사격이 이뤄졌는지 다시 살펴봤다”며 “(북한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북한은 전날(7일) 오후 북한군 총참모부 대변인 발표를 통해 “오늘 오전 적은 서부전선 전방 경기도 파주시 진동면 초리 사격장에서 30여 발의 포사격 도발을 감행했다”며 “적측이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도발적인 군사 행동을 당장 중지할 것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이에 군은 즉각 “북한군 총참모부의 발표는 사실이 아니며 근거 없는 억지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인근 사격장 전차포 소리 오인 가능성 

북한이 언급한 초리 사격장은 일명 ‘스토리 사격장’으로도 불리며 경기 파주시 진동면에 위치해있다. 군사분계선 5㎞ 이내 지역으로 9·19 남북 군사합의가 규정한 포사격 금지 구역에 속한다. 군사합의 전 이곳에선 미군의 다연장로켓포(MLRS) 훈련이 이뤄졌지만 합의 이후 지금까지 해당 사격장은 사실상 폐쇄 상태다.

다만 북한이 초리 사격장 인근 움직임을 오인했을 가능성은 있다. 같은 날 파주 법원읍 인근 무건리 사격장에선 전차포 사격 훈련이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곳은 MDL에서 약 15㎞ 떨어져있다. 군사합의가 금지한 범위에서 벗어나 있는 데다 전차포는 군사합의가 규정한 포병 사격으로 보기도 힘들다.

일각에선 북한이 무건리에서의 전차포 소리에 시비를 건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장성 출신의 전직 군 관계자는 “북한도 대포병 레이더를 갖고 있을 수 있지만 전차포는 고도가 낮아 이 레이더로 탐지가 쉽지 않고, 북한 사정상 레이더를 24시간 가동하는 것 역시 어려울 것”이라며 “직접 듣고 위치를 오인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센서를 활용한 음향표적장치 ‘할로’(HALO)로 소리를 포착했을 수 있지만 이 역시 여러 잡음이 뒤섞일 때 정확히 소리 종류를 구분하지 못하는 단점을 지닌다.

지난 7일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주한미군 다연장로켓포(MLRS)가 훈련을 준비하고 있다. 해당 훈련을 놓고 군 당국은 "MLRS의 실사격 없이 기동훈련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지난 7일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주한미군 다연장로켓포(MLRS)가 훈련을 준비하고 있다. 해당 훈련을 놓고 군 당국은 "MLRS의 실사격 없이 기동훈련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초리 사격장과 가까운 다른 사격장에서 MLRS가 움직인 정황을 보고 포사격 훈련을 지레 짐작했을 가능성도 있다. 실제 같은 날 일부 매체는 초리 사격장 인근 사격장에서 MLRS가 움직이는 모습을 사진으로 보도했다. 군 관계자는 “MLRS의 실사격은 없었고 기동훈련이 이뤄졌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도발 명분 위한 '생트집' 가능성도 

도발 명분을 쌓기 위한 트집잡기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무건리 사격장 등에서 일상적으로 이뤄지는 훈련을 모를 리 없는 북한이 긴장 고조의 책임을 한국에 떠넘기려고 접경 지역 내 한·미 움직임을 걸고 넘어졌다는 해석이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같은 날 한·미 연합연습 ‘자유의 방패’(Freedom Shield)을 겨냥해 “최근 광기적인 추이로 나가고있는 미국과 남조선의 과시성 군사행동과 온갖 수사적 표현은 대응하지 않으면 안 되는 조건부를 지어주고 있다”며 무력시위를 예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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