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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성장동력 잃어 작년 역성장…해외시장 개척 위해선 ‘K-엔터’ 절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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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카카오냐, 하이브냐. 두 회사 사이에 ‘쩐의 전쟁’이 시작된 건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하이브는 물론 카카오 성장의 키를 쥐고 있어서다. 카카오는 지난해 사상 처음 연결 매출 7조원을 돌파했지만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4% 줄어든 5805억원을 기록했다. 4년 만의 역성장이다. 경기가 얼어붙은 데다 인건비 등 비용 부담 탓이 컸다. 그러나 이보다 중요한 건 카카오에서 이렇다 할 미래 먹거리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카카오 안팎에선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비욘드 코리아(Beyond Korea)’를 위해 이번 공개매수 건을 강력히 추진한 것으로 보고 있다. ‘만년 내수기업’ 카카오가 해외로 나가는 데 ‘K팝’만 한 카드가 없기 때문이다. 사실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카카오의 해외진출 무기는 ‘오픈채팅’ 기반의 메타버스였다.

그러나 카카오톡은 한국 밖에선 거의 무명에 가깝다. 이미 해외는 페이스북·인스타그램·왓츠앱 등 대형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군림한다. 플랫폼으로 빅테크와 직접 겨루기엔 역부족이다. 반면에 영화·음원·웹툰 등 콘텐트와 K팝은 검증된 글로벌 상품이다. 지난 3분기 20.7%에 머문 카카오의 해외 매출 비중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다.

카카오의 자회사인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음원·음반을 비롯해 웹툰·웹소설, 영화·드라마·예능,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배우·가수 매니지먼트 등 콘텐트 산업 전반의 밸류체인을 갖추고 있다. 다만 인수합병으로 빠르게 키운 몸집에 비해 K팝 등 대형 지식재산권(IP)은 부족한 편이다. 해외에서도 아직 큰 성과를 내진 못하고 있다.

원조 K팝 기획사이자 대형 IP의 원천인 SM이 절실한 이유다. IT업계 관계자는 “SM IP를 확보하면 음원 말고도 게임·웹툰이나 인공지능(AI)·메타버스·대체불가능토큰(NFT) 등 다양한 사업으로 카카오가 가지를 뻗기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인수전에서 패배하면 카카오·카카오엔터테인먼트·SM이 계획했던 협력 사업이 없던 일이 될 전망이다. 이는 SM보단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더 큰 타격일 수 있다.

이날 SM 주가가 상승하는 사이, 카카오 주가는 3.3% 하락해 6만1500원에 마감했다. 카카오가 인수전에서 승리하더라도 과도한 출혈로 인해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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