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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규 "이재명·김문기, 호주 골프장서 일본인인척 하며 웃었는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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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015년 성남시장 당시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과 함께 찍은 사진. 사진 이기인 국민의힘 성남시의원 제공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015년 성남시장 당시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과 함께 찍은 사진. 사진 이기인 국민의힘 성남시의원 제공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측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에게 대선 불법자금을 건넨 혐의 등으로 기소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측이 7일 첫 재판에서 모든 혐의를 인정했다. 이런 가운데 유 전 본부장이 같은 날 유튜브 방송을 통해 이 대표, 그리고 고(故) 김문기 씨(전 성남도시개발공사개발사업1처장)와의 ‘골프 라운딩’ 일화를 언급해 주목된다.

검찰은 지난 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이 대표에 대한 공판에서 “2015년 1월 6일부터 16일까지 김문기 유동규 등과 함께 호주·뉴질랜드 출장을 다녀왔고 1월 12일경 김문기, 유동규와 골프를 하는 등 공식일정 외 일정을 함께했다”고 언급했다. 이날 이 대표 측은 대장동 특혜 의혹과 관련, ‘김문기를 모른다’고 한 발언 자체를 허위라고 볼 증거가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한 바 있다.

앞서 김문기 씨는 2021년 12월 해당 사건으로 수사를 받던 도중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났다.

이와 관련해 7일 유튜브 채널 ‘유재일’에 출연한 유 전 본부장은 검찰이 이 대표에 대한 공판에서 언급한 ‘2015년 1월 12일의 골프 라운딩’에 대해 언급했다.

유 전 본부장은 “이 대표가 골프를 참 좋아한다”면서도 “성남시장이 된 이후 저하고는 딱 두 번 쳤다”고 했다. 두 번 가운데 한 번이 호주에서의 골프라고 한다.

그는 “’(이 대표에게) 골프 좀 가면 어떠냐’고 하면, 정진상이 ‘모라토리엄 선언한 시장이 어떻게 골프장을 가느냐’고 했다”며 “모라토리엄(채무 이행 정지 혹은 유예) 선언하고 골프장 가면 대서특필 될 것 아니냐. 그러니 (이 대표가 당시) 골프장을 못 갔다”고 했다.

이 대표는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 성남시장에 당선된 직후인 그해 7월 모라토리엄 선언을 했다. 전임 시장이 특별회계를 일반회계로 부당하게 전용하면서 발생한 부채가 당시 성남시 재정으로 감당할 수준을 벗어났다고 하면서다. 이 대표는 3년 6개월 뒤인 2014년 1월 ‘모라토리엄 졸업’을 선언했다.

유 전 본부장은 “(출장을) 가기 전부터 호주에 가면 골프장을 가라고 정진상(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에게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유 전 본부장은 이 대표, 김문기 씨와 ‘야라 벤드 퍼블릭 골프 코스 멜버른’에서 골프를 쳤다는 등의 이야기도 꺼냈다.

그는 “(이날은) 이 대표, 김문기 씨, 저 세 사람이서 골프를 쳤는데 4~5시간 정도 (코스를) 돌았다”며 ”(호주 골프장은) 우리나라랑 다르다. 우리나라는 캐디가 골프채도 갖다 주고 다 챙겨주는데, 호주는 캐디가 없다. 그래서 동반자끼리 친밀성이 좋아진다. 김문기 씨가 준비를 많이 해왔다. (이 대표가) 공을 많이 잃어버릴까 봐 공도 많이 챙겨왔고, 서포트하고 카트도 몰면서 시장(이 대표)하고 많은 얘기를 했다”고 전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당시 성남시장),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고(故) 김문기 씨(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1처장)과 2015년 1월 12일 방문했다는 호주 '야라 벤드 퍼블릭 골프 코스 멜버른' 골프장. 사진 유튜브 채널 '유재일' 캡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당시 성남시장),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고(故) 김문기 씨(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1처장)과 2015년 1월 12일 방문했다는 호주 '야라 벤드 퍼블릭 골프 코스 멜버른' 골프장. 사진 유튜브 채널 '유재일' 캡처

유 전 본부장은 골프를 치던 도중 서양인 골프장 이용객들에게 지적을 받자 일본인인 척하면서 “스미마셍(‘미안합니다’라는 뜻의 일본어)”이라고 했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그는 “호주 교민들도 있는데 민폐를 끼치면 안 되겠다 생각했고, 일본 사람들이 외국 나와서 실수하면 한국 사람인 척한다는 게 문득 생각났다”며 “(이 대표와 김씨 등) 우리가 허벅지를 꼬집으면서 (웃음을) 참았다”고 밝혔다. 이런 농담 주고받기도 하면서 세 명이 화기애애하게 골프를 쳤다는 것이다.

유 전 본부장은 “그런데 (이 대표가) 기억을 못 하신다고. 정말 이해가 안 된다”며 “김문기 씨도 엄청 즐거워했고, 딸에게 자랑도 했더라. 그런 사람이 나중에 그렇게 돼서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김문기 씨는 2015년 1월 출장지인 호주에서 한국의 딸에게 보낸 영상 메시지에서 “나 얼굴 너무 많이 타버렸어. 오늘 시장님(이 대표)하고 본부장님(유 전 본부장)하고 골프까지 쳤다? 오늘 너무 재밌었고 좋은 시간이었어”라고 하며 자랑을 했다고 한다.

앞서 이 대표 측 변호인은 지난 3일 공판에서 김문기 씨를 모른다는 취지로 주장하며 “어떤 사람을 아는지 여부는 경험한 내용과 횟수로만 증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성남시 공무원은 약 2500명, 산하기관 합치면 400명이고 김문기와 같은 직급 가진 팀장만 600명인데, 몇 번 봤다고 기억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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