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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없는 단양 신청자 0...김영환표 의료비 후불제 성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1월 9일 충북대학교병원에서 김영환 충북지사(왼쪽)와 최영석 병원장이 의료후불제 현판식을 한 후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월 9일 충북대학교병원에서 김영환 충북지사(왼쪽)와 최영석 병원장이 의료후불제 현판식을 한 후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어차피 갚아야 할 돈” 환자들 신청 꺼려 

충북도가 전국 처음으로 시행한 ‘의료비 후불제’가 출범 석 달째 이용자가 86명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7일 충북도에서 따르면 취약계층 의료비 부담을 덜기 위해 지난 1월 도입한 의료비 후불제를 신청한 주민은 청주시가 54명으로 가장 많았다. 충주는 13명, 제천 8명이다. 보은 1명, 옥천 3명, 증평 2명, 진천 2명, 음성 3명으로 한 자릿수를 기록했다.

종합병원이 없어 도내 의료취약 지역으로 분류되는 단양은 신청자가 한 명도 없었다. 군은 곳곳에 의료비 후불제 현수막을 걸고, 사업설명회 등 홍보활동도 했으나 효과를 보지 못했다. 영동군과 괴산군 역시 의료비 후불제 이용자가 없었다. 이들 지역은 65세 이상 고령자 비율이 30%를 넘고, 병·의원이 부족해 원정 치료를 떠나는 주민이 많은 곳이다.

단양군 보건소 관계자는 “단양은 병원급 의료기관이 단양읍에 있는 노인요양전문병원 1곳에 불과한 데다 치과 4곳만 의료비 후불제 협약이 체결돼 있다”며 “원금을 상환해야 하는 부담과 대출 서류작성이 번거롭다는 이유로 신청이 이뤄지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충북도가 의료비후불제 시행을 앞두고 충북도내 종합병원과 업무협약을 하고 있다. 사진 충북도

충북도가 의료비후불제 시행을 앞두고 충북도내 종합병원과 업무협약을 하고 있다. 사진 충북도

청주 54명, 임플란트에 72건…지역·신청 질환 불균형 

의료비 후불제는 치과 의사 출신인 김영환 충북지사 대표 공약이다. 환자가 대출금으로 의료비를 먼저 내고, 무이자로 장기 분할 상환하는 제도다. 환자가 원금을 갚는 동안 충북도는 매월 이자를 내준다. 1인당 연간 50만원에서 최대 300만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도는 주로 고령자가 대상인만큼 진료 빈도가 잦은 임플란트와 인공관절(무릎관절·고관절)·척추질환·심뇌혈관 등 6개 수술로 대출 지원 대상을 정했다. 참여 의료기관은 종합병원 12곳을 포함해 107곳이다. 제도 시행 한 달 후 신청자 수가 25명으로 저조하자 충북도는 지난달 대상자를 11만명에서 44만명으로 대폭 늘렸다. 기존 만 65세 이상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보훈대상자·장애인 등 취약계층에서 ‘65세 이상 모든 도민’으로 확대한 결과다.

청주의료원 전경. 사진 충북도

청주의료원 전경. 사진 충북도

카드사 무이자 6개월 할부 선호…신용불량자는 제외

의료비 후불제 대행을 맡은 농협은 올해 사업 예산으로 25억원을 준비했다. 하지만 집행된 대출금 총액은 1억9700만원으로 0.7%에 불과하다. 의료비 대출은 임플란트에 치중됐다. 임플란트 수술에 대출 신청자 83%(72건)가 몰렸다.

인공관절 수술은 4건, 척추 수술 8건, 심뇌혈관 수술은 2건에 그쳤다. 김용길 충북도 의료비후불제팀장은 “지금까지 하루 평균 신청자가 2건 정도로 집계됐다”며 “취약계층은 정부 긴급의료복지 제도로 300만원을 지원받을 수 있어서 원금을 갚아야 하는 의료비 후불제 신청자가 뒷순위로 밀리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도내 한 의료기관 관계자는 “의료비 후불제가 원금을 장기 분할 납부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결국은 갚아야 하는 돈이라서 환자들이 대출 신청을 꺼리고 있다”며 “목돈이 부담되는 환자들은 후불제 대신 신용카드로 6개월 무이자로 납부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입원 환자에게 의료비 후불제 안내 신청서를 돌리고, 원무과에서 제도를 설명해줘도 대부분 대출 서류 작성에 부담을 느낀다”며 “정작 의료비를 내기 어려운 환자는 신용불량자인데 이들은 대출 신청을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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