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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뚝만 우뚝" 6만불 대기업 도시 울산 떠나는 젊은 여성,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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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남구 석유화학공단 전경. 뉴스1

울산 남구 석유화학공단 전경. 뉴스1

울산 남구 신정동에 살던 김모(30·여)씨는 대학은 디자인 관련 전공으로 부산에서, 취업은 서울에서 했다. 하지만 집세 등 경제적인 상황에다 가족에 대한 그리움으로 '서울살이'를 접고, 9년여 만에 부산과 서울을 거쳐 지난해 울산으로 돌아왔다. 그렇지만 울산에서 일할만한 곳을 찾지 못해 정작 김씨가 현재 정착한 곳은 경남지역 한 도시다.

그는 "6만불 도시로 대기업이 밀집해있고 일자리가 다른 지방 도시보다 충분한 곳이 울산이라지만, 정작 젊은 여성이 일할만한 곳을 찾기가 쉽지 않다"며 "남성 중심의 이른바 '굴뚝' 산업이 발달해서인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직장을 찾아 '굴뚝도시' 울산을 떠나는 젊은 여성이 늘고 있다. 급여 등 소득 수준이 높고, 다른 지방 도시보다 일터가 넉넉한 편이지만 공업도시 특성상 남성 중심 직장이 대부분을 차지하면서다.

6일 세계여성의 날(3월 8일)을 앞두고, 울산복지가족진흥사회서비스원『청년 여성은 왜 울산을 떠나는가』연구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만 19세 이상 만 34세 이하 울산지역 청년 인구(21만5527명) 가운데 여성은 9만5427명으로 전체 청년 인구의 44.3%를 차지했다. 2000년까지만 해도 청년의 50.1%가 여성이었다. 그러던 것이 2005년 48.6%, 2010년 46.8%, 2015년 45.1%, 2020년 44.4% 등으로 지속해서 줄고 있다.

울산복지가족진흥사회서비스원은 지난해 하반기 지역 청년 여성 1000명과 면접 설문조사를 통해 여성이 울산을 떠나는 이유를 조사했다. 그랬더니 ‘남성 중심 산업 구조 때문(25.0%)’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여성 일자리 부족, 낮은 급여 때문(22.9%)’이라는 응답도 상당수였다. ‘보수적인 지역 문화 때문(13.2%)’, ‘문화·여가 인프라 부족 때문(12.1%)’이라는 응답이 다음 순이었다.

세계 여성의 날인 2019년 3월 8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제3회 조기퇴근집회' 모습. 연합뉴스

세계 여성의 날인 2019년 3월 8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제3회 조기퇴근집회' 모습. 연합뉴스

이들 청년 여성 가운데 49.1%는 관리·경영·금융·보험 분야 일자리를 선호했다. 다음으로 교육·연구·법률·보건(19.7%), 사회복지·문화·예술·방송(11.4%) 관련 일자리를 원했다. 즉 자동차·조선·해양·석유화학 등 3대 주력 제조업 편중이 높은 울산지역 일자리와 여성 희망 직종 간 '미스매치'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일자리 미스매치 현상은 최근 통계청 분석에서도 확인된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울산에서 취업자가 가장 많은 분야는 제조업(15만6000명, 27.8%)이었다. 다음으로 보건업·사회복지서비스업(5만7000명, 10.1%), 도·소매업(5만4000명, 9.6%), 건설업(4만6000명, 8.1%) 순이다. 이렇게 제조업으로 취업이 집중되면서 청년 취업자 17만8000명 중 62.3%(11만1000명)는 남성이고, 여성 비율은 37.7%(6만7000명)에 불과했다.

"커피 심부름 여성이 해야 인식"

울산복지가족진흥사회서비스원 『청년 여성은 왜 울산을 떠나는가』연구 보고서 표지. 사진 보고서 캡쳐

울산복지가족진흥사회서비스원 『청년 여성은 왜 울산을 떠나는가』연구 보고서 표지. 사진 보고서 캡쳐

사회서비스원 측은 보고서에서 “울산 청년 여성이 안정적으로 취업할 수 있는 곳은 은행·학교·공공기관뿐인데, 이들 직종은 진입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김혜정 울산복지가족진흥사회서비스원 책임연구원은 "여성 청년이 울산을 떠나지 않도록 교통비나 월세 지원 규모를 늘려야 한다"며 "대학 진학 때부터 청년 여성이 떠나는 것을 고려해 반려동물 관련 사업, 스포츠, 광고, 뷰티 등 특화 전공을 지역 대학에 개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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