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가 워싱턴DC에 설치된 한국전쟁 ‘추모의 벽’에서 일부 전사사 이름을 잘못 새겨지는 등 1000여건의 오류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 직접 조사에 나섰다.
5일(현지시간) 미 의회에 따르면 상·하원의 소관 상임위원회는 지난 2일 로이드 오스틴 국방부 장관에게 추모의 벽 오류에 대한 진상 규명을 요청하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한국전 추모의 벽은 미 워싱턴DC 한국전 참전기념비 공원에 설립된 기념물이다. 한국전쟁 전사자 4만3748명(미군 3만6574명·카투사 7174명)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2016년 미 의회는 한국전 추모의 벽 건립법을 통과시켰다. 이어 한국 국회에서도 건립지원 촉구 결의를 채택해 추모재단 모금과 한국 정부 예산 지원 등도 이뤄졌다. 2420만 달러(약 301억 원) 건립 예산 중 97%에 해당하는 2360만 달러(약 294억 원)를 한국 정부가 부담했다.
하지만 지난 1월 6·25전쟁 연구자인 역사학자 할 바커 형제는 추모의 벽에서 1015개의 철자 오류가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또 약 500명의 전사자가 명단에서 빠졌고 6·25전쟁과 전혀 관련 없이 사망한 245명의 이름이 추모의 벽에 새겨진 사실도 확인했다.
예를 들어 적의 공격을 방어하던 중 전사한 프레데릭 볼드 이글 베어(Bald Eagle Bear) 상병의 이름은 뒤섞여 이글 B F 볼드(Eagle B F Bald)로 새겨졌다. 하와이에서 오토바이 사고로 사망한 군인과 전쟁 후 60년을 더 산 해병대 참전용사도 전사로 기록되는 식이었다.
이는 당초 미 국방부가 1950년대 사용한 IBM ‘천공 카드 컴퓨터’ 전사자 명단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탓에 발생한 일이었다. 입력 가능한 정보 수가 제한된 천공 카드 특성상 전사자 이름이 길거나 복잡한 경우 잘못 입력될 수 있단 것이다. 바커 형제는 이 같은 사실을 파악하고 1990년대부터 6·25 전사자 명단 오류를 바로잡아왔다. 2010년 추모의 벽 건립 때도 문제를 제기했지만 미 국방부는 계속해서 공개적인 수정 작업을 거치지 않았다.
서한에 서명한 의원들은 “이 정도 규모의 오류가 추모의 벽의 초기 청사진을 통과해서는 안 됐으며 더군다나 석판에 새겨져 벽으로 완성된 채로 대중에 공개돼서는 안 됐다”며 “우리는 이런 오류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으며 이처럼 확연한 결함이 어떻게 추모의 벽 완공 이후까지 발견되지 않았는지에 대해 책임을 추궁하고자 서한을 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