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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예산 300억원 쏟은 '美 추모의 벽'…철자 오류만 1000여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국 의회가 워싱턴DC에 설치된 한국전쟁 ‘추모의 벽’에서 일부 전사사 이름을 잘못 새겨지는 등 1000여건의 오류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 직접 조사에 나섰다.

5일(현지시간) 미 의회에 따르면 상·하원의 소관 상임위원회는 지난 2일 로이드 오스틴 국방부 장관에게 추모의 벽 오류에 대한 진상 규명을 요청하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지난해 7월 미국 워싱턴 D.C. 한국전참전용사기념공원에서 열린 '미 한국전 전사자 추모의 벽' 헌정식에서 일반에 공개된 추모의 벽. 연합뉴스

지난해 7월 미국 워싱턴 D.C. 한국전참전용사기념공원에서 열린 '미 한국전 전사자 추모의 벽' 헌정식에서 일반에 공개된 추모의 벽. 연합뉴스

한국전 추모의 벽은 미 워싱턴DC 한국전 참전기념비 공원에 설립된 기념물이다. 한국전쟁 전사자 4만3748명(미군 3만6574명·카투사 7174명)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2016년 미 의회는 한국전 추모의 벽 건립법을 통과시켰다. 이어 한국 국회에서도 건립지원 촉구 결의를 채택해 추모재단 모금과 한국 정부 예산 지원 등도 이뤄졌다. 2420만 달러(약 301억 원) 건립 예산 중 97%에 해당하는 2360만 달러(약 294억 원)를 한국 정부가 부담했다.

지난 7월 미국 워싱턴 D.C.6·25참전용사 기념공원에서 열린 '추모의 벽' 건립 준공행사에서 한미 주요 인사들이 헌화하고 있다. 뉴스1

지난 7월 미국 워싱턴 D.C.6·25참전용사 기념공원에서 열린 '추모의 벽' 건립 준공행사에서 한미 주요 인사들이 헌화하고 있다. 뉴스1

하지만 지난 1월 6·25전쟁 연구자인 역사학자 할 바커 형제는 추모의 벽에서 1015개의 철자 오류가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또 약 500명의 전사자가 명단에서 빠졌고 6·25전쟁과 전혀 관련 없이 사망한 245명의 이름이 추모의 벽에 새겨진 사실도 확인했다.

예를 들어 적의 공격을 방어하던 중 전사한 프레데릭 볼드 이글 베어(Bald Eagle Bear) 상병의 이름은 뒤섞여 이글 B F 볼드(Eagle B F Bald)로 새겨졌다. 하와이에서 오토바이 사고로 사망한 군인과 전쟁 후 60년을 더 산 해병대 참전용사도 전사로 기록되는 식이었다.

이는 당초 미 국방부가 1950년대 사용한 IBM ‘천공 카드 컴퓨터’ 전사자 명단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탓에 발생한 일이었다. 입력 가능한 정보 수가 제한된 천공 카드 특성상 전사자 이름이 길거나 복잡한 경우 잘못 입력될 수 있단 것이다. 바커 형제는 이 같은 사실을 파악하고 1990년대부터 6·25 전사자 명단 오류를 바로잡아왔다. 2010년 추모의 벽 건립 때도 문제를 제기했지만 미 국방부는 계속해서 공개적인 수정 작업을 거치지 않았다.

서한에 서명한 의원들은 “이 정도 규모의 오류가 추모의 벽의 초기 청사진을 통과해서는 안 됐으며 더군다나 석판에 새겨져 벽으로 완성된 채로 대중에 공개돼서는 안 됐다”며 “우리는 이런 오류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으며 이처럼 확연한 결함이 어떻게 추모의 벽 완공 이후까지 발견되지 않았는지에 대해 책임을 추궁하고자 서한을 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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