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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김병기 필향만리

침착통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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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김병기 전북대 명예교수

김병기 전북대 명예교수

우리나라를 비롯한 한자문화권에서는 우수한 예술작품에 대해 ‘침착통쾌(沈着痛快)’하다는 평을 해왔다. 침착은 ‘바닥에 달라붙을 정도로 차분하게 가라앉음’을 뜻하고, 통쾌는 ‘들뜰 정도로 기분이 좋음’을 이르는 말이다. 한자문화권에서는 차분히 가라앉아 있으면서도 통쾌한 분위기의 작품을 최고로 여겨온 것이다.

‘침착통쾌’는 쉬운 일이 아니다. 침착하다 보면 통쾌하기는커녕 우울해지기 쉽고, 통쾌하다 보면 들떠 침착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양자가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면 좋겠지만, 이 둘을 정반대의 개념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아예 양자의 조화를 추구할 마음조차 먹지 않는 경우가 많다. 분망한 현대사회에서는 침착보다는 외적 발산을 통한 통쾌를 추구하는 경향이 더 짙다.

沈:가라앉을 침, 着: 붙을 착, 痛:아플(몹시) 통, 快: 상쾌할 쾌. 차분하게 가라앉으면서도 기분이 몹시 좋음. 김병기 작, 25x100㎝.

沈:가라앉을 침, 着: 붙을 착, 痛:아플(몹시) 통, 快: 상쾌할 쾌. 차분하게 가라앉으면서도 기분이 몹시 좋음. 김병기 작, 25x100㎝.

이제는 침착한 독서, 명상, 서예 등을 통해 안으로부터 우러나오는 통쾌한 기쁨을 느끼는 삶의 지혜가 필요한 때가 된 것 같다. 코로나 팬데믹 시대를 겪으면서 사람들이 인식이 그렇게 바뀌고 있다. ‘김병기 필향만리’를 통해 많은 분이 ‘침착통쾌’의 지혜를 얻기를 기대한다. 이 연재는 『논어』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논어』를 보는 필자의 견해에 대한 이설이 있을 수 있음을 미리 밝힌다.

※필향만리는 매주 월·목 연재됩니다.

김병기 전북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