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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 동두천 와야 노벨평화상 탄다" 목매는 의원들…왜

중앙일보

입력

“우리 경기 동두천시에 테슬라 공장을 세운다면, 일론 머스크는 노벨 평화상은 떼놓은 당상이지 않겠나”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 AP=연합뉴스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 AP=연합뉴스

미국 최대 전기자동차 업체인 테슬라의 아시아 제2 기가팩토리(생산기지) 후보지 발표를 앞두고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경기 동두천·연천)이 최근 주변에 농담처럼 호소한 말이다. 테슬라 측이 공장입지 조건으로 ‘항만의 존재’를 내걸었음에도 경기 내륙 최북단인 동두천시가 정부에 유치의향서를 제출한 것을 두둔한 것이다. “생뚱맞다”는 주변의 지적에도 김 의원은 “일론 머스크는 꿈을 더 크게 가져야 한다”며 “접경지대인 동두천도 충분히 후보지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테슬라 아시아 생산기지 유치전은 지난해 11월 말부터 치열해졌다. 올해 상반기 중 테슬라가 해외 공장 부지를 최종 선정할 예정인 가운데,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와 화상 통화에서 직접 투자 유치를 요청하고, 머스크는 “한국을 최우선 투자 후보지 중 하나로 고려하고 있다”고 화답했다. 지난해 연말 산업통상자원부가 띄운 부지 공모전에는, 제주를 제외한 전국 16개 시·도, 34개 도시가 참전했다. 여기에 여야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앞다퉈 물밑 경쟁을 벌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23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를 화상으로 접견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23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를 화상으로 접견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산업부 관계자는 “여러 의원의 끈질긴 로비 전화에, 전화기가 불통이 됐을 정도”라고 말했다. 친윤 핵심인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강원 강릉)은 “강릉 옥계항을 ‘테슬라 전용항’으로 활용하겠다”라고까지 선언했다.

외신을 통해 인도네시아 등이 투자 후보지로 유력하다는 소식이 나올 때마다, 이들의 마음은 까맣게 타들어 간다.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경북 포항 남구 울릉군)은 “최근에 인도네시아로 부지가 확정됐다는 외신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는데, 아직 확정된 게 아니라 해서 마음을 쓸어내렸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달 말 산업부가 미국에서 테슬라 관계자들을 만나 국내 부지 유력 후보군 리스트를 극비리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견제는 극에 달했다.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경남 창원마산합포)은 중앙일보 통화에서 “아마존이 제2 본사 부지를 결정할 때 ‘인구 100만’ 도시가 최대 조건이었다”며 “우수한 노동력이 포진한 우리 창원은 당연히 산업부가 선별한 리스트에 포함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북 새만금 유치를 기대하는 신영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북 군산)은 “새만금은 법인세·소득세 감면 혜택 등 정부 지원이 따르는 곳인 데다, 국내 최대 신재생 에너지 메카로 시너지를 발할 수 있는 환경”이라고 자신했다.

중국 상하이에 있는 테슬라 기가팩토리 전경. 바이두 캡쳐

중국 상하이에 있는 테슬라 기가팩토리 전경. 바이두 캡쳐

지역구 의원들이 테슬라 생산기지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은 연간 전기차 100만 대 이상을 생산하는 대형 공장을 통해 지역 경제를 반등시킬 기회이기 때문이다. 국회 관계자는 “지방 입장에서는 공기업 이전 정도의 지역균형발전 정책과는 감히 비교할 수 없는 절박한 기회”라며 “일자리 시장의 게임 체인저 수준”이라고 말했다.

다만 한국이 유치전에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노사 분규가 심한 한국 특유의 상황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달 22일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국무회의 논의 내용을 설명하며 “한 참석자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한국에 기가팩토리 건립을 검토하다 노조 문제로 포기했다는 말이 있다고 했다”고 전했다. 논란이 번지자,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유치 무산설에 대해 “결정된 사안이 아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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