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보드 하프파이프 세계선수권에서 우승하며 한국인 최초로 설상 종목 세계선수권 금메달을 목에 건 스노보드 신동 이채운. 로이터=연합뉴스
프리스타일 스노보드 기대주 이채운(17·수리고)이 하프파이프(기울어진 반원통형 슬로프를 내려오며 회전과 점프 등 공중 동작을 연결해 겨루는 종목) 세계 정상에 올랐다.
이채운은 3일 조지아 바쿠리아니에서 열린 국제스키연맹(FIS) 스노보드 세계선수권대회 결선에서 1440도(4바퀴) 회전 등 고난이도 연기를 잇달아 선보이며 93.50점을 획득,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년 주기로 열리며, 겨울 종목에서 올림픽 다음 가는 대회로 권위를 인정받는 세계선수권 무대에서 한국인 선수가 우승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화려한 공중 연기를 선보이는 이채운. 로이터=연합뉴스
2018년 평창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이자 지난 시즌 FIS 월드컵 종합 우승을 차지한 ‘한국 알파인 스노보드 간판’ 이상호(28·하이원리조트)도 세계선수권에선 금메달을 목에 걸어보지 못했다. 설상 종목 세계선수권에서 한국인 선수가 거둔 최고 성적은 지난 2017년 프리스타일 스키 여자 듀얼 모굴의 서지원과 2021년 알파인 스노보드 남자 평행대회전의 김상겸이 기록한 4위다.
이채운은 1차 시기에서 77.25점, 2차 시기에서 86.00점에 그쳤다. 1차에서 89.25점을 기록한 얀 셰러(스위스), 2차에서 86.50점을 기록한 제임스 스코티(호주)에 뒤졌다. 하지만 마지막 3차 시기에 고난이도 연기를 잇달아 성공시키며 93.50점을 받아 승부를 뒤집었다.
이채운은 3차시기에서 93.00점을 기록하며 추격한 발렌티노 구셀리(오스트리아)와 셰러를 각각 2위와 3위로 밀어내고 포디움 맨 위에 섰다. 시상식에선 설상 종목 세계선수권 역사상 처음으로 애국가가 울려 퍼졌다.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세계선수권 시상식 장면. 포디움 맨 위에 오른 이채운의 뒤로 태극기가 선명하게 보인다. 로이터=연합뉴스
이채운은 지난해 베이징겨울올림픽 당시 전 세계 참가 선수를 통틀어 두 번째 어린 유망주였다. 하지만 올림픽 무대를 경험한 직후 기량이 급성장하며 하프파이프, 슬로프스타일, 빅 에어 등 속도가 아닌 기술로 승부하는 프리스타일 스노보드 분야에서 최정상급 선수로 성장했다.
올 시즌엔 FIS 스노보드월드컵 남자 하프파이프에서 2개 대회 연속 4위를 하며 경쟁력을 입증했다. 간발의 차로 메달권 진입에 실패하며 절치부심하던 이채운은 한 차원 높은 무대로 인식되는 세계선수권을 제패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이상호와 더불어 2026년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겨울올림픽에서 설상 종목의 금메달 기대주로 주목 받게 됐다.
활짝 웃는 얼굴이 축구 스타 손흥민(31·토트넘)과 닮아 어린 시절 ‘보드 타는 흥민이’로 불리기도 했던 이채운은 세계선수권을 석권하며 스노보드 하프파이프의 최강자로 자리매김했다. 가장 존경하는 ‘스노보드 레전드’ 숀 화이트(미국)의 후계자 경쟁 구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어 세계 무대에서 기량을 뽐낼 수 있게 됐다.
하프파이프 세계선수권 메달리스트들과 함께 포즈를 취한 금메달리스트 이채운(가운데). 로이터=연합뉴스
'스노보드 신동'으로 불리던 시절 이채운은 활짝 웃는 얼굴이 손흥민을 닮아 '보드 타는 흥민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사진 이채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