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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지휘 정명훈 “놀라웠던 13살 조성진, 지금도 한결같아”

중앙일보

입력

에이드리안 존스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대표, 정명훈 지휘자, 조성진 피아니스트(왼쪽부터)가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거암아트홀에서 열린 '창단475주년 기념 정명훈&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피아니스트 조성진 협연 기자간담회'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뉴스1

에이드리안 존스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대표, 정명훈 지휘자, 조성진 피아니스트(왼쪽부터)가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거암아트홀에서 열린 '창단475주년 기념 정명훈&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피아니스트 조성진 협연 기자간담회'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뉴스1

창단 475주년을 맞는 독일 오케스트라의 명가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가 4년 만에 한국에 왔다.
팬데믹 이후 첫 아시아 투어다. 여느 때와 달리 일본과 중국 등을 거치지 않고 정명훈 지휘자의 고희를 기념해 한국에서만 여섯 차례 공연한다. 2일 세종예술의전당, 3일 롯데콘서트홀, 4일 아트센터 인천, 5일 예술의전당 프로그램은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조성진 협연), 슈베르트 미완성 교향곡, 베버 마탄의 사수 서곡이다. 3월 7일과 8일 예술의전당에서는 협연자 없이 정명훈 지휘 브람스 교향곡 2곡씩 전 4곡을 연주한다.
이번 공연을 이끄는 수석객원지휘자 정명훈과 협연자인 피아니스트 조성진,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대표 에이드리안 존스가 2일 오후 서울 거암아트홀에서 기자들과 만났다.

정명훈은 “2003년에 이 오케스트라를 처음 지휘했다. 시간이 지나 더 깊이 알게 되고 서로를 이해하고 어려움이 닥쳐도 극복할 여유가 생겼다”며 “한국에서만 여섯 번 공연한다는 건 우리나라 청중 수준이 그만큼 높아졌고 여유가 생겼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이번이 첫 한국 방문이라는 에이드리안 존스 대표는 “1548년 궁정악단으로 창단된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는 이후 오케스트라 문화를 주도했다. 바그너, 베버 같은 작곡가가 카펠마이스터(음악감독)로 활동했다. 브람스 교향곡 4번은 작곡가 자신이 지휘해 연주했다. 그가 지시한 음악적 매력이 아직도 악단 안에 남아있다”며 “정명훈 지휘자는 그 매력을 이끌어낼 줄 안다. 음악의 박동과 맥박을 살리고 자유롭게 연주할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해준다. 리허설하며 단원들이 자발적으로 음악을 만들 수 있는 터를 조성하고 서로의 소리를 듣는 실내악적인 분위기를 중시해 단원과 지휘자가 상호 존중하는 분위기가 형성된다. 단원들은 정명훈 지휘자를 대부(Godfather)로 여긴다”고 말했다.
160명의 단원으로 구성된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에서는 현악 파트에 4명의 한국인 여성 단원이 활동 중이다. 존스 대표는 “카라얀이 처음 지휘했을 때 ‘빛나는 오래된 황금의 소리를 들은 것 같다’며 통일 전 동독에서 간직했던 전통의 사운드를 알렸다. 모든 음표 하나하나를 공들여서 정성스레 연주하면 그 소리가 모여 두껍고 풍요롭고 넓게 퍼지는 사운드가 만들어진다. 따뜻하고 홀 전체를 가득 채우는 소리가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의 저력”이라 했다.
지난주에 드레스덴에서 차이콥스키 협주곡 1번을 세 차례 협연했다는 피아니스트 조성진은 “정명훈 선생님과 협주곡 일고여덟 곡을 연주해봤다. 2009년 중학교 3학년 때 운 좋게 처음 뵙고 연주할 기회가 있었는데 항상 저랑 같이 연주해주셔서 영광이었다”며 “초창기부터 정명훈 선생님이랑 협연을 하다보니 눈이 너무 높아져서 나중엔 그게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 말에 정명훈은 “어느 호텔에서 열세 살 조성진 연주를 들었다”며 “재주 있는 아이가 치는 게 아니라 음악적으로 모든 걸 이해하며 치는구나 하고 놀랐다. 그 아이가 어른이 됐다. 드레스덴 단원들에게 이 피아니스트와 열세 살 때 알았고 함께 연주하며 얼마나 흐뭇하고 자랑스러운지 얘기했다”고 말했다.

조성진 피아니스트(오른쪽)가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거암아트홀에서 열린 '창단475주년 기념 정명훈&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피아니스트 조성진 협연 기자간담회'에서 정명훈 지휘자로부터 격려를 받자 미소 짓고 있다.  뉴스1

조성진 피아니스트(오른쪽)가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거암아트홀에서 열린 '창단475주년 기념 정명훈&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피아니스트 조성진 협연 기자간담회'에서 정명훈 지휘자로부터 격려를 받자 미소 짓고 있다. 뉴스1

차이콥스키 협주곡 1번을 16세부터 연주했고 정명훈과도 10번 정도 협연했다는 조성진은 “너무 유명한 곡이라 연주할 때마다 부담스럽다. 어떻게 하면 더 특별하게 잘할 수 있을까보다 제가 생각하는 음악이 뭔지를 이해하려고 더 노력한다”며 “특별하게 연출하려다 보면 자연스런 부분이 없어질 수도 있어서 유명곡들을 할 때 다른 사람 연주도 안 듣고 그냥 악보 공부를 더 많이 하며 준비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는 현악에서 벨벳 같이 깊은 소리가 난다”며 “첼로 수석의 솔로도, 플루트도 너무 좋았다. 홀 음향도 빼어났다”고 함께 연주한 소감을 밝혔다.

정명훈은 브람스 교향곡 전곡을 연주하며 ‘시간의 중요성’을 느꼈다고 말했다. 아무리 공부하고 노력해도 같이 시간과 함께 흘러가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는 면이 음악에는 많다는 얘기다.
“교향곡 1번은 지휘한지 10년쯤 지나니 그 뜻을 더 깊이 소화시킬 수 있었어요. 그런데 교향곡 4번까지 오니까 이건 암만 해도 뭔가 모자라더군요. 적어도 20년은 해보니 이해가 되고 더 자연스러워졌어요. 제가 사람을 볼 때 짧은 시간에 성공 여부는 중요하지 않아요. 이제는 교향곡을 지휘할 때 많이 살아봤으니까 이해를 더 잘 할 수 있구나 그런 생각을 합니다.”
정명훈은 이에 덧붙여 “요즘 젊은이들은 어린 나이에 너무 잘한다. 하지만 성공하고 돈 많이 벌고 유명해질수록 잘못된 방향으로 갈 위험도 커진다. 조성진은 15년 전이나 오늘이나 길을 잘 가고 있는 것 같다. 제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칭찬이다. 시간이 지나야만 알 수 있고 끝에 가서는 그게 음악에 나타난다”고 했다.
조성진은 연주할 때 기피하는 것 두 가지가 있다며 “‘내 음악이 완성됐어’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열정이 사라진다고 여기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안 하려 한다. 연주를 할 때 ‘어떻게 하면 잘 치게 들릴까’ 이런 생각도 절대 안 한다”고 말했다.
존스 대표는 올해 바그너,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베버 등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와 깊은 인연을 맺고 있었던 작곡가들의 작품들을 연주하고 그와 더불어 1932년 초연했던 말러 교향곡 8번 ‘천인’도 준비중이라고 했다. 또 드레스덴 젬퍼 오퍼의 오페라 악단으로도 활동중이기 때문에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를 포함한 25편의 오페라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류태형 객원기자·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 ryu.taeh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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