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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尹기념사에 "베리 머치 서포트"…한ㆍ일 관계 개선 힘 싣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일 일본을 "협력 파트너"로 칭한 데 대해 미국이 "매우 지지한다(very much support)"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가 강제징용 배상 문제를 마무리해 일본과 관계 개선의 물꼬를 트려는 뜻을 강조하자, 바이든 행정부도 한·미·일 협력의 필수 조건인 한·일 관계 개선에 대해 더 본격적으로 힘을 싣는 모양새란 분석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중구 유관순 기념관에서 열린 제104주년 3.1절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는 모습.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중구 유관순 기념관에서 열린 제104주년 3.1절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는 모습.연합뉴스.

"매우 지지…박수 보낸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1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의 3·1절 기념사에 대해 "한·일 양국이 공유하는 가치를 바탕으로 보다 협력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관계를 만들어가기 위한 비전을 제시했다"며 "우리는 이 비전을 매우 지지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 몇 달 간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한 윤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에게 박수를 보낸다"며 "한·일이 과거사 문제를 치유와 화해를 촉진하는 방향으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데 대해 미국도 고무돼(encouraged)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양자 관계에서도 충실한 동맹이며 이는 한·미·일 3자 관점에서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미 국무부 차원에서 한·일 양자 관계 관련 "매우 지지한다" "미국도 고무돼 있다"는 전향적이 입장이 나온 최근 몇 년 간 없었던 일로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이와 관련 제임스 김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해부터 한ㆍ미ㆍ일 3국 협력을 줄기차게 강조했던 바이든 행정부로서는 한ㆍ일 양국이 관계 개선에 노력을 쏟는 현 상황이 굉장히 반가울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캄보디아 프놈펜 한 호텔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발언하는 모습.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캄보디아 프놈펜 한 호텔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발언하는 모습. 연합뉴스.

한·일→한·미 정상회담 탄력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해 미국이 즉각 반응하면서, 외교가에선 정부가 곧 강제징용 배상 문제 관련 해법을 발표하고 윤 대통령이 다음 달 방미에 앞서 이르면 이달 중 일본을 방문하는 수순이 전개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외교 소식통은 "4월 한ㆍ미 정상회담에 앞서서 한·일이 이달 중 강제징용 문제를 매듭짓는다면 이는 윤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주는 큰 선물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도 이러한 기류와 관련, 이날 정례 브리핑을 통해 "미 국무부가 한·일 간 주요 현안이 치유와 화해를 촉진시키는 방식으로 해결하기를 기대한다고 언급했다"며 "정부는 강제징용 문제 해결을 위해 피해자 의견을 경청하면서 합리적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각 급에서 협의를 가속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중 모드 변화 기류? 

바이든 행정부 주요 인사들은 오바마 행정부 시절 한·일 관계를 중재한 경험이 있다. 바이든 대통령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오바마 행정부 시절 각각 부통령과 국무부 부장관을 지냈는데, 바이든 대통령은 "당시 나는 헤어지려는 부부를 다시 붙여놓는 이혼 상담사와 같았다"(2016년 8월, 아틀란틱 인터뷰)고 회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한·미·일 3각 협력 강화에는 적극적인 입장을 보인 반면, 과거사 문제 등 한·일 양자 관계에 대해선 상대적으로 말을 아껴왔다. 문재인 정부 당시 한·일 관계가 악화일로를 걸었던 탓도 있지만, 과거 양국 관계에서 중재를 시도했다가 나중에 무위로 돌아갔던 경험을 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박근혜 정부 당시인 2015년 12월 마련된 한·일 위안부 합의다. 당시 미국이 막후에서 합의 타결을 유도했지만, 문재인 정부는 출범 후인 2017년 12월 "중대한 흠결이 있다"며 합의를 사실상 무력화시켰다. 오바마 행정부의 중재로 맺어진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도 문재인 정부 때 종료 직전까지 갔다가 미국의 막판 중재로 명맥만 유지한 적 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지난달 18일(현지시간) 독일 바이어리셔 호프 호텔에서 안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상과 북한의 탄도미사일 관련 긴급 회동한 모습. 외교부.

박진 외교부 장관이 지난달 18일(현지시간) 독일 바이어리셔 호프 호텔에서 안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상과 북한의 탄도미사일 관련 긴급 회동한 모습. 외교부.

이 때문에 윤 대통령이 국내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고 한·일 관계 개선에 적극적인 입장을 보인 것은 미국의 전향적 '지원 사격'을 이끌어내기 위한 포석이란 분석도 있다. 정부 당국자도 "바이든 행정부가 지금까지 공개적으로 중재에 나서지는 못했지만, 한·일 관계 개선을 적극적으로 바라는 건 명백한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미국의 적극적 호응이 나오자 그간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한국 정부의 책임론에 무게를 실어온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언론들도 이날 "내셔널리즘(민족주의)이 고조되는 (3·1절 기념식) 자리에서 윤 대통령이 굳이 일본과 협력의 중요성을 국민에게 설명한 것은 의미가 있으며 평가할만하다"며 오히려 일본 정부의 호응을 촉구하는 기사를 싣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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