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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2·28 사건 첫 사과…장제스 증손자, 유족에 고개 숙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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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완안 타이베이 시장(가운데)이 지난달 28일 타이베이에서 열린 76주기 2·28 추모식에서 피해자 유족들과 이야기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장완안 타이베이 시장(가운데)이 지난달 28일 타이베이에서 열린 76주기 2·28 추모식에서 피해자 유족들과 이야기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대만 총통 직을 노리는 장완안(蔣萬安·45) 타이베이 시장이 76년 전 국민당 군과 경찰에 의해 자행된 ‘2·28 사건’ 희생자 유족에게 처음으로 사과했다고 대만 연합보가 1일 보도했다.

지난 28일 열린 추모식 연설에서 장완안 시장은 “타이베이 시장으로 76년 전 발생한, 타이베이시 다다오청(大稻埕) 천마차방(天馬茶房) 부근의 담배 단속 조치가 야기한 대만 2·28 사건의 역사적 아픔에 대해 진심으로 사죄의 뜻을 표한다”고 말했다.

대만 언론은 장제스(蔣介石, 1887~1975) 전 국민당 총통의 증손자인 장 시장이 과연 ‘장씨 후손’ 신분으로 사과한 것인지 여부에 주목했다. 장 시장은 추모식 이후 기자와 만나 “장씨 가족으로 책임을 느껴야 한다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이날 장 시장의 사과에도 피해자 유족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유족들이 타이베이 2·28 기념공원 기념비 앞에서 열린 추모식에 “살인 흉수, 무릎 꿇고 사과하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구호를 외치면서 연설이 한 차례 중단되기도 했다. 장완안 시장은 “성실하고 겸손하며 숙연한 마음으로 참석했다”며 “이번 활동은 유족 위주로 대만 사회의 모든 목소리를 존중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타이베이에서 열린 2·28 기념식장에 시위대가 장제스 국민당 총통의 목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28일 타이베이에서 열린 2·28 기념식장에 시위대가 장제스 국민당 총통의 목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대만판 제주도 4·3 사건’으로 불리는 2·28 사건은 1947년 중국 본토에서 건너온 전매국 조사원이 타이베이시의 불법 노점상을 단속하면서 촉발됐다. 조사원이 노점상과 단속을 구경하던 시민을 향해 발포하자 2월 28일 분노한 대만 시민들은 부당한 공권력에 대항해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벌이며 관청을 공격·점령하기 시작했다. 국민당 정부가 군대를 투입해 시위대를 체포·진압하는 과정에서 많은 희생자가 발생했다. 대만 민주화 이후 인구학적 방법을 이용한 연구에 따르면 당시 대만인 희생자는 1만8000~2만8000명으로 추산됐다.

한편 지난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민진당 소속의 차이잉원(蔡英文) 총통과 정부 요인들은 대만 남부 타이난(台南)시 2·28 기념공원에서 열린 기념식에 참석했다. 차이 총통은 “희생자 선배들은 목숨을 이용해 대만 사회의 공평 정의와 민주 자유의 마지노선을 그었다. 우리는 절대로 다시 잘못을 범해서는 안 된다”며 과거 국민당이 2·28 사건을 일으켰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내년 1월 총통 선거 전초전으로 불린 지난해 11·26 타이베이 시장 선거에서 장 시장은 대만의 코로나19 방역을 진두지휘했던 천스중(陳時中·70) 위생복리부장(보건장관)에 맞서 압도적 표차로 당선됐다. 장 시장은 4년 전 가오슝 시장 당선 직후 총통 선거에 출마했다가 낙마한 한궈위(韓國瑜)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차차기 총통 선거를 노릴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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