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 '스피치 라이터' 교사로 뽑았다...전북교육청 '시끌시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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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거석 전북교육감이 지난달 11일 전북교육청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열고 '2023 전북 교육 10대 핵심과제'를 밝히고 있다. 뉴스1

서거석 전북교육감이 지난달 11일 전북교육청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열고 '2023 전북 교육 10대 핵심과제'를 밝히고 있다. 뉴스1

전북교육청, 초등교사를 스피치 라이터로 선발 

전북교육청이 서거석 교육감 연설문 작성 '스피치 라이터'를 교사 중에서 뽑자 교원단체를 중심으로 논란이 일고 있다. "교육감 연설문을 왜 교사가 대필해야 하느냐"는 반대론과 "교육감 말은 교육감 사적 영역이 아니고 교육 정책 방향과 의지를 표명하는 것"이라는 옹호론이 맞선다.

전북교육청은 28일 "최근 '교육감 연설문 작성 업무 지원 파견교사' 공모 결과 전주 모 초등학교 A씨(여·40대)가 스피치 라이터로 선발됐다"고 밝혔다. 파견 기간은 다음 달 1일부터 내년 2월 29일까지 1년이다. 애초 지난달 17일과 30일 두 차례에 걸쳐 중·고등학교 교사 대상으로 모집 공고를 냈으나 지원자가 없자 이달 14일 초등학교 교사로 범위를 확대해 뽑았다.

이번 논란은 현직 교사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비판 글을 올리면서 불거졌다. '장학사 일을 파견교사를 뽑아 시키다니 어이없다' '교육청에 연설문 하나 작성할 인재가 없다는 사실이 놀랍다' 등이다.

서거석 전북도교육감(왼쪽)이 지난 1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20회 대한민국 교육박람회'에서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거석 전북도교육감(왼쪽)이 지난 1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20회 대한민국 교육박람회'에서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교조 "교사 업무 가중…파견교사 폐지해야"

이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전북지부는 지난 21일 논평을 내고 "전북교육청이 학교 현장에서 교사 목소리를 무시하고 스피치 라이터 모집을 강행했다"며 "온전한 교육 활동을 위해 파견교사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전북교육청과 맺은 단체협약 조항을 내세웠다. '도 교육청은 교육행정기관 등에 파견교사를 폐지하도록 노력한다'는 내용이다.

반면 전교조 전북지부와 함께 전북 교육계를 대변하는 전북교사노조에선 스피치 라이터 파견을 두둔한다. 전교조 전북지부는 3000여 명, 전북교사노조는 교사 1800여 명이 각각 조합원으로 가입돼 있다.

정재석 전북교사노조 위원장은 지난 23일 페이스북을 통해 "스피치 라이터로 선발된 선생님이 좋은 연설문을 써서 전북 교육에 희망을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북교사노조에 따르면 3선을 지낸 김승환 전 전북교육감 때는 주무관과 장학사가 스피치 라이터 역할을 맡았다. 이전 교육감도 파견교사 3명이 스피치 라이터였다고 한다.

정 위원장은 "서 교육감은 공모를 거쳐 스피치 라이터를 뽑았다"라며 "전교조 주장대로라면 전북을 제외한 16개 시·도 교육감도 본인이 직접 연설문을 쓰거나 대변인이 쓰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승환 전 전북교육감. 진보 성향인 김 전 교육감은 2010년부터 지난해 6월 퇴임할 때까지 세 차례 당선, 12년간 전북교육청을 이끌었다. 지난해 취임한 서거석 교육감과 김 전 교육감 모두 전북대 법대 교수 출신이다. 뉴스1

김승환 전 전북교육감. 진보 성향인 김 전 교육감은 2010년부터 지난해 6월 퇴임할 때까지 세 차례 당선, 12년간 전북교육청을 이끌었다. 지난해 취임한 서거석 교육감과 김 전 교육감 모두 전북대 법대 교수 출신이다. 뉴스1

김승환은 되고, 서거석은 안 된다?…전북교사노조는 옹호

정 위원장은 진보 성향 김 전 교육감 시절 전교조 전북지부 전 간부 등이 전북교육청 대변인과 기획혁신담당관, 전북교육연구정보원장, 교육장 등이 된 것을 언급하며 "그렇게 완벽히 잘 장악한 도 교육청 인사에 대해 진보 교육계 인사들이 비판한 적 있었나"라며 "본인들이 친한 교육감 인사는 정의고 친하지 않은 교육감 인사는 불공정하다는 인식이 맞는지 확인하고 싶다"고 했다.

논란이 일자 전북교육청은 "교육감 대외적 발언을 정리할 때 학교 현장 요구를 교사 시각과 언어로 표현하는 것은 '현장 중심'이라는 정책 방향과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전북교육청에 따르면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 중 교육감이 직접 축사·연설문을 쓰는 지역은 한 군데도 없다. 모두 장학사나 파견교사, 일반직 공무원이 초안을 작성한 뒤 교육감이 최종적으로 수정한다고 한다.

한성하 전북교육청 대변인은 "학교 현장 목소리를 담아 메시지를 낼 수 있는 사람을 찾자는 취지에서 처음으로 교사를 선발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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