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지도부를 뽑는 3·8 전당대회가 땅 투기 의혹과 선정적 웹소설 등의 자극적 이슈로 점철되며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네거티브 공방의 핵심은 친윤계 대표 주자 김기현 후보의 울산 땅을 둘러싼 논란이다. 2007년 울산 KTX 역세권 연결 도로 노선이 당초 계획과 달리 김 후보 소유의 임야를 지나도록 변경된 게 문제가 있느냐, 없느냐를 두고 공방이 거세다. 김 후보는 지난 26일 국가수사본부에 수사 의뢰를 하는 승부수를 띄웠지만 경쟁자들의 공격은 잦아들고 있지 않고 있다.
이번 경선에서 해당 의혹을 처음 제기한 황교안 후보는 27일 오전 페이스북에 “쓸데없이 수사 의뢰로 시간 끌지 마시고 곧바로 나를 고소·고발하라”며 “나는 김 후보를 무고죄로 고소할 것”이라고 적었다. 황 후보는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김 후보가 사퇴하면 국민이 이해하겠지만 자꾸 문제를 불러일으키면 수사로 갈 수밖에 없다”며 거듭 사퇴를 촉구했다.
안철수 후보도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요즘 나오는 이야기가 (김 후보) 동생과 부동산업자도 (연루돼 있다는 의혹이) 있다”며 “아마도 제2의 대장동과 비슷한 형태로 만들어지면서 내년 총선 마지막 날까지 이걸로 민주당이 공세를 취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후보의 울산 땅 문제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장동 의혹과 비교한 것이다. 천하람 후보도 이날 TV에 출연해 “지금 김기현 후보의 대응이 자멸의 길로 가고 있다. 수사 의뢰하겠다고 하는 것이 내부 총질”이라며 “자꾸 이재명 대표처럼 법적인 테두리에 숨으려고 있다”고 비판했다. 진상규명단을 구성해 연일 김 후보 문제를 들쑤시는 민주당은 전날 특별검사(특검) 수사 필요성까지 언급하며 엄포를 놨다.
이러한 당 안팎의 공격에 대해 김 후보는 이날 “금도를 넘어서거나 상식 수준을 벗어나기 시작하면 그때부터는 우리 당을 해치는 것”이라며 “당 전체를 먹칠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어느 지주(땅 주인)가 제발 내 땅 밑에 터널을 뚫고 지나가라고 하느냐”며 “울산시의 설명 자료를 보면 보상도 안 된다고 한다. 터널을 뚫고 가는 최종안은 민주당 시장이 결정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표 경선뿐 아니라 청년 최고위원 경선도 네거티브 공방에 불이 붙었다. 장예찬 후보가 과거 ‘묘재’라는 필명으로 쓴 웹소설 ‘강남화타’를 놓고 “여성 연예인을 성적 대상화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전날 인터넷 매체의 관련 보도 직후부터 화력을 쏟아붓고 있는 친이준석계는 이날도 공세의 고삐를 당겼다. 이기인 청년최고위원 후보는 “윤리위원회 징계든 형사처벌이든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후보직을 내려놓거나 청년재단 이사장을 내려놓거나 당을 위해 선당후사하라. 합당한 처벌을 받기 바란다”고 맹공했다. 이 후보는 이날 오전 열린 최고위원 후보 TV토론회에선 “과거 장 후보는 박정희 전 대통령을 독재자로, 박근혜 전 대통령을 독재자의 딸로 비하했다”고 공격했다. 이준석 전 대표의 도움을 받고 있는 천하람 대표 후보는 “장예찬 후보의 ‘더러움’도 표현의 자유가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비꼬았다.
이같은 논란에 장 후보는 “특정 연예인이 연상돼 그 팬들이 우려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저도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100% 판타지 소설”이라고 해명했다. 또 이준석계 후보들의 공격에 대해서는 “저는 100% 허구인 판타지 소설을 썼지만, 이준석 전 대표는 현실에서 성 상납 의혹을 무마하려고 측근을 보내서 7억 각서를 쓰지 않았냐”고 역공하기도 했다.
최고위원 후보의 TV 토론에서도 음주운전 이력과 사문서위조 의혹이 주요 화두가 됐다. 허은아 후보는 조수진 후보를 향해 “보좌진 몰래 면직 서류를 위조한 것이 기소되면 최고위원직에 당선돼도 사퇴할 것이냐”고 몰아붙였다. 이에 조 후보는 허 후보의 음주운전 이력을 지적하며 “허 후보는 음주운전 전과가 있다”며 “우리 당이 달라진 모습을 보이자면 전과를 갖고 있는 분들이 입성하면 안 된다”고 반박했다.
전당대회가 네거티브 공방으로 치닫자 당내에선 친윤계 의원을 중심으로 집단적인 우려 표명이 나왔지만 이 또한 반대 진영의 반발을 불렀다.
정점식·이만희·임이자 등 재선 의원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후보 간 비방과 네거티브 속 법적 대응 이야기가 나오는 등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며 “이는 당의 분열과 위기를 불러오게 될 뿐이란 점을 후보들이 인지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회견 뒤 ‘김기현 후보를 향한 의혹 제기에 대한 우려 표명으로 보면 되느냐’는 질문에 “그 부분과 장예찬 청년 최고위원 문제까지 포함해 전당대회 과정에서 일어난 일체의 네거티브에 대한 의견 표명”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의혹을 제기할 때는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지금 제시하는 의혹들은 그렇지 못하다”며 “단순 의혹 제기에 그치고 계속 공세만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안철수 후보 캠프의 윤영희 대변인은 “재선 의원들의 ‘애정’을 가장한 ‘가스라이팅’ 성명서”라며 “부디 재선 의원 성명서가 초선 의원들의 연판장 시즌 2가 아니길 바란다”라고 비판했다. 지난달 17일 초선 의원 50명은 나경원 전 의원의 불출마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