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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 영향 본격화…시중은행 신규 연체율 1년 전의 2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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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은행에서 빌린 돈을 제때 못 갚는 가계와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금리 인상 여파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4개 시중은행의 지난 1월 신규 연체율은 평균 0.09%로 집계됐다. 1년 전(0.04%)과 비교하면 2배 이상이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신규 연체율은 당월 신규 연체 발생액을 전월 말 기준 대출 잔액으로 나눈 지표다. 새로운 대출 부실이 얼마나 발생했는지를 보여준다. 이들 은행의 평균 신규 연체율은 지난해 1월 0.04%를 기록한 이후 6월까지 같은 수치를 나타냈다. 그러다 지난해 9월 0.05%로 오른 데 이어 지난해 12월 0.07%로 상승했고, 올해 1월에는 0.1%에 육박하게 됐다. 가계와 기업 연체율 모두 유사한 상승 흐름을 보였다.

중·저신용자가 많이 이용하는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토스뱅크 등 인터넷 은행 3사의 연체 대출도 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인터넷은행 3사의 1개월 이상 연체 대출 잔액은 2915억9100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분기 말(1062억원) 대비 3배에 가깝다. 인터넷은행 3사의 연체 대출 잔액은 지난해 2분기 말 1392억원, 3분기 말 1860억원, 4분기 말 2916억원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은행권의 연체율 상승은 누적된 기준금리 인상의 영향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은 2021년 8월부터 올 1월까지 쉼 없이 기준금리를 올렸다가 지난 23일 기준금리를 연 3.5%로 동결했다. 이런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지속적인 고금리 기조에 경기 둔화가 더해진 탓이다.

이에 금융당국도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경기 부진에 고물가까지 겹치며 소득이 사실상 줄어든 가계나 영세 사업자의 대출 원리금 상환 여력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지난 10일부터 카카오뱅크를 시작으로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등 10개 은행에 대한 결산 현장심사에 돌입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결산 검사 등을 통해 은행의 대손충당금, 자본 여력 등의 적정성을 면밀히 점검하고 손실흡수 능력을 확충토록 유도해 향후 위기 상황에서도 은행 본연의 자금 공급 기능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고금리, 경기 부진과 부동산 시장 침체 등이 겹쳐 기업과 가계대출이 부실화할 수 있다”며 “대출 부실에 따른 연체율 증가가 금융권 전반의 위기로 번지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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