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보통합 싸고 30년 밥그릇싸움, 교사 자격 달라 이견 팽팽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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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8호 10면

진통 겪는 유치원·어린이집 통합

지난 16일 ‘교육부 중심 유보통합 추진을 위한 학부모 연대’ 관계자들이 여의도 국회 앞에서 영유아의 평등한 교육을 위한 유보통합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6일 ‘교육부 중심 유보통합 추진을 위한 학부모 연대’ 관계자들이 여의도 국회 앞에서 영유아의 평등한 교육을 위한 유보통합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4년제 유아교육과 졸업한 교사에게 배우다가 학점은행제로 보육교사 자격 취득한 교사에게 배우고 싶은 아이들이 있을까요? 유보통합은 좋지만, 교사통합은 결사반대입니다.” (서울 A유치원10년차 송모 교사)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모두 경험해 봤습니다. 어린이집은 너무 많은 보육시간을 떠안고 있어요.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기관을 통합하는 게 결국 유일한 해결책이란 생각이 드네요.” (경기도 B어린이집 15년차 김모 교사)

2023년은 교육계에 ‘통일’의 해로 기억될까, 아니면 되풀이되는 ‘휴전’의 해로 기억될까. 윤석열 정부는 28년간 교육계의 해묵은 난제였던 유보통합(영유아 교육·보육 통합)을 핵심 국정과제로 들고 나왔다. 교육부는 지난달 30일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제3의 통합기관으로 전환하겠다는 ‘유보통합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어느 기관이든 학부모가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김영삼 정부 이후 통합 추진·중단 반복

유치원·어린이집 간의 격차를 줄여 평등한 교육권을 보장하겠다는 유보통합은 약 30년간 추진과 중단을 반복해왔다. 유아교육을 맡는 유치원(교육부)과 보육을 담당하는 어린이집(보건복지부)간의 이해관계가 부딪친 결과다. 1995년 김영삼 정부가 5.31 교육개혁안을 내놓으며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통합하는 ‘유아학교’가 처음 등장하면서 유보통합 논의가 시작됐지만 당시 보육계의 반발로 추진이 무산된 바 있다.

이후 이명박 정부에서 만 3~5세 공통 교육과정인 ‘누리과정’을 도입했고, 박근혜 정부에서는 정보공시시스템 등을 통합하는 등 행정, 교육과정 통일까지는 진행됐으나 교사 자격과 관리부처 통합은 끝내 추진되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2017년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끝장토론을 진행했음에도 절충안을 찾지 못하자 통합이 아닌 유치원·어린이집의 교육 격차를 줄이는 방향으로 노선을 바꿨다. 이중규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회장은 “지난 28년 동안 오로지 운영자들의 밥그릇 싸움으로 인해 아이들과 학부모의 피해만 커진 채 이원화 체제를 유지해왔다”고 평가했다.

지난 12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전국교사결의대회를 열고 윤석열식 유보통합을 전면 철회하라고 요구하는 모습. [뉴스1]

지난 12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전국교사결의대회를 열고 윤석열식 유보통합을 전면 철회하라고 요구하는 모습. [뉴스1]

유보통합의 가장 큰 걸림돌은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교사 자격이다. 어린이집 교사의 경우 고졸 이상의 학력을 보유하면 학점은행제 등으로도 보육교사 3급 자격을 취득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허들이 낮다. 반면 유치원 교사는 2년제 이상의 대학에서 관련 학과를 졸업해야만 ‘유치원 정교사’ 자격증을 받을 수 있다. 유치원 중에서도 국공립유치원 교사가 되려면 지난해 기준 68대1의 경쟁률을 뚫고 임용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자격요건이 다르니 이들이 받는 보수도 월 평균 적게는 10만원에서 많게는 100만원까지 벌어진다.

유치원 교사들은 유보통합을 하게 될 경우 교사 처우가 하향 평준화되거나, 높은 자격을 요구하는 유치원 교사가 역차별을 받게 될 것이라는 우려에 반기를 든다. 8년차 유치원 교사인 김모(34)씨는 “4년제 아동학과에서도 성적 우수자 1~2명에게만 유치원 교원자격증을 주는데, 이것 자체가 배우는 과목과 범위가 너무나 다르다는 증거 아닌가”라면서 “보수교육을 몇 시간 듣는다고 해서 같은 수준으로 인정해준다는 건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반면 이중규 회장은 “학력만으로 아이들을 돌보고, 가르치는 건 아니지 않냐”며 “현장에서 충분히 경력을 쌓은 어린이집 교사까지 깎아내리는 행위는 용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만 3~5세의 경우 교육과정이 통일돼 있어 교사들의 수준이 현저하게 다르다고 보기도 어렵지 않으냐”고 반발했다. 이에 교육부는 “교사 자격을 일률적으로 통합하는 게 아니다”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아직까지 양측의 의견 대립은 팽팽하다.

입장에 따라 찬반이 갈리는 교사들과는 달리 학부모들은 유보통합이 필요하다는 쪽이다. 7세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고 있는 홍모(38)씨는 “다니는 기관에 따라 지원금액이 천차만별이라는 것을 최근에야 알게 됐다”며 “양육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지원금액과 범위를 통일하는 것이 바르다고 본다”고 말했다. 5세 학부모 구지은(33)씨는 지난해 경남 김해시의 한 유치원 추첨에서 떨어져 올해도 다니던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다. 그는 “영어를 매일 가르치고, 태권도·축구는 물론 골프까지 유치원 안에서 다 해결할 수 있어 경제적 부담이 큼에도 입학을 노렸는데 실패했다”며 “요즘은 돈을 더 내더라도 아이한테 더 좋은 교육을 해주고 싶어하지 않냐”고 반문했다.

현재 만 3~5세 유아는 누리과정 지원금으로 1인당 28만원의 정부 지원을 받는데, 어린이집의 경우 보육료를 추가 부담하지 않지만 사립유치원은 전국 평균 13만5000원(2022년 4월 기준)을 추가 부담해야 했다. 급식비 또한 사립유치원은 1식당 2800~3435원의 지원을 받지만 어린이집은 1식당 단가가 2500원에 불과해 차액을 기관이 부담해야 한다. 이중규 회장은 “지금까지는 기관의 희생으로 격차를 메웠다면, 이제는 국가가 책임져야 할 때”라고 강하게 말했다.

유치원·어린이집, 어떻게 다른가

유치원·어린이집, 어떻게 다른가

‘교육부중심 유보통합 추진을 위한 학부모 연대’도 지난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30년간 유보 분리로 인한 불평등한 교육과정, 시설, 급 간식비, 교사 자격 및 처우 등으로 인한 피해를 고스란히 우리 아이들과 현장의 교사들이 감당해 왔다”며 “지역별 유치원·어린이집 수급 관리, 교사 대 영유아 비율 등을 하루빨리 개선해 아이들이 평등한 교육·돌봄 환경을 누릴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부모들은 형식적인 제도 개선보다 실질적인 교육 환경 개선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 강남구에서 6세, 9세 아이를 키우는 김모(42)씨는 “어린이집은 법적으로 오후 7시까지 보육해주고, 방학에도 긴급돌봄이 있어서 맞벌이 부부들이 선호하는 반면 유치원은 대부분 오후 1~2시에 하원해야 하고, 방학이 있어서 맞벌이 부모들은 월 40만원까지 나오는 추가 특별활동이나 하원 후 퇴근 때까지 ‘학원 뺑뺑이’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씨의 큰 아이는 어린이집에 다니다 초등학교에 들어갔고, 둘째는 유치원을 다니고 있다. 그는 “돈 많은 사람은 비싼 사립 영어유치원 보내고, 돈 없으면 공립 어린이집에 보내는 ‘빈익빈 부익부’를 이어가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유보통합은 더이상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손혜숙 경인여대 유아교육과 교수는 “90년대 이전까지는 두 기관이 이원화된 상태에서도 원활한 운영이 가능했지만, 저출산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주무부처를 통합해 안정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기 시작했다”며 “부모들조차 두 기관의 차이를 잘 몰라 혼란이 커지고, 아이들까지 차별당하는 불공정을 이제는 바로잡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정지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는 “저출산 시대가 도래하며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줄줄이 폐원하고 있는데 행정체계가 다르단 이유로 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입학생이 없어 폐원하는 기관과 오랜 시간 대기를 해야만 입학이 가능한 기관이 공존하는 불균형 상태라는 것이다.

유치원은 교육부, 어린이집 복지부 관할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6일 한 유치원에서 어린이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6일 한 유치원에서 어린이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극명하게 갈리는 이해관계를 통합의 키를 쥐게 된 교육부가 얼마나 공정하게 해결하느냐가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본다. 김성천 한국교원대 교수(교육정책학)는 “유치원 교사도 유보통합이라는 대의명분에는 동의하지만, 어린이집 교사와 자격과 처우가 현저히 달라 심리적 거부감이 큰 상태”라며 “과거 중등교사를 초등교사로 임용했던 중초교사제 등을 참고해 어린이집 교사들의 자격 체계를 어떻게 끌어올릴 것이냐에 대한 부분을 중점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수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는 통합 소요 예산을 어떻게 충당할 것인지도 관건이다. 교육부는 향후 유아교육특별회계와 복지부, 지자체 예산을 활용하고,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시행령을 개정해 교육청 예산을 추가 지원하는 방향으로 비용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서는 지방교육재정을 활용해 유보통합을 지원하라는 기조에 난색을 보인다. 강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중 12개 교육청에서 유보통합을 위해선 중앙정부 차원의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김 교수는 “지난 30년간 유보통합을 성사시키지 못했던 이유는 통합으로 인해 감수해야 하는 비용이 과도했기 때문”이라며 “정부가 얼마나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재원을 투입하느냐가 성패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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