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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그 영화 이 장면

TAR 타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토드 필드 감독의 ‘TAR 타르’(이하 ‘타르’)는 베를린 필하모닉 최초의 여성 지휘자로 설정된 이리나 타르라는 허구의 인물을 다루지만, 주연 배우 케이트 블랜쳇은 마치 실재 인물을 재창조하는 듯 생생한 연기를 보여준다. 전반부가 타르의 카리스마를 보여준다면, 후반부는 서서히 붕괴하는 거장의 복잡한 내면에 집중한다. 성 추문에 휩싸인 타르는 결국 지휘봉을 놔야 하는 상황에 처하며, 사랑했던 사람들은 모두 그의 곁을 떠난다.

TAR 타르

TAR 타르

여기서 그의 연기를 감싸는 건 촬영감독 플로리안 호프마이스터의 치밀한 카메라다. 필름으로 찍은 듯한 느낌, 심도 깊은 화면, 꼼꼼하게 설계된 조명, 탄탄한 구도의 앵글 속에서 블랜쳇은 압도적인 피사체가 된다. 특히 클로즈업의 힘은 대단하다. ‘타르’는 롱 숏에 타르의 고독한 모습을 담기도 하지만, 종종 클로즈업으로 그의 존재감을 과시한다.

특히 타르를 정면으로 포착한 후반부 장면은 인상적이다. 지휘자 자리를 빼앗긴 그는 지휘대로 돌진해 폭력으로 후임자를 밀어내는데, 그 결연한 행동 직전의 심정을 담아낸 이 클로즈업은 마치 다큐의 한 장면 같은 현실감을 지녔다. 이처럼 ‘타르’는 강렬한 클로즈업과 소외된 느낌의 롱 숏을 교차시키며 리듬을 만들어내고, 그 안에서 괴물 같은 배우는 괴물 같은 캐릭터를 만나 영화사에 남을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158분의 러닝타임을 이처럼 밀도 있는 아우라로 채울 수 있는 배우는 흔치 않다.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